최근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이슈가 하나 있습니다. 한 여성이 공항의 마트에서 샌드위치와 물 한 병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인데요. 이 여성은 구매 과정에서 직원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키오스크를 통해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려고 하자, 화면에 ‘팁을 얼마나 주실건가요?’ 라는 화면이 안내와 함께 나타났습니다.
당시 여성이 구매한 물품의 총 가격은 23달러. 키오스크 화면에는 총액의 15%, 18% 또는 20%의 팁을 선택하는 버튼이 있었습니다. 물론 팁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옵션 버튼도 있었지만, 당시 여성은 ‘셀프 계산대에서 팁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당황스럽다’며 글을 올렸습니다. 해당 게시물에는 댓글이 무려 5천개 이상 달렸고 대부분은 부정적인 내용이었습니다.
해당 게시글에는 온라인에서 사과 농장 예약을 진행했는데 팁을 남겨달라며 요청받았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습니다. 또 과거에는 15%가 일반적인 팁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기본 18%, 최대 35~40%까지 팁을 요구하는 매장도 있어 미국에서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져왔던 ‘팁’ 문화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새로운 논쟁거리로 떠올랐습니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미국에서도 팁 문화 존속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는데요. 응답자의 40%가 팁 문화 폐지를 주장했고, 비대면 서비스의 경우 응답자의 70% 이상이 팁 폐지를 주장하며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올 해 초 한국에서도 일부 유명 음식 매장 몇몇 곳에서 ‘팁 박스’나 팁을 요구하는 문구를 테이블마다 붙여놓으며 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엄청난 논란이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일부 고급 식당에서 고객이 친절한 서비스에 상응하는 팁을 자발적으로 제공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매장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팁을 유도하는 경우는 없었는데요. 다만 당시에는 일부 요식업자들의 일탈로 치부되었기에 논란은 금새 사그러들었습니다.
하지만 올 해 7월, 업계 1위 택시 호출 앱에서 ‘팁’ 시스템이 시범 도입되어 논란에 불을 다시 지폈습니다. 택시를 이용 후 리뷰 작성 시 기사에게 ‘감사 팁’을 제공하는 시스템이 추가된 것인데요. 비슷한 시기에 음식 배달 1위 앱 서비스에도 자영업자들이 기본 배달비 외에 ‘거리별 배달 팁’ 기능이 추가되었습니다.
기본 배달비 외에 거리에 따라 배달비를 자영업자가 부담하는 시스템이 도입이 된 것인데요. 거기에 더해 이용자가 식당을 앱에서 검색할 때 ‘배달 팁 금액이 낮은 순 정렬’ 필터를 사용하여 거리별 추가 배달 팁을 적게 설정하는 매장은 상위 노출이 어렵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일부 매장의 경우, 다시 그 배달 팁을 ‘사장님 응원하기’ 와 같은 명칭으로 바꿔 소비자에게 비용을 재전가하여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렇게 시끄러울 줄 알면서도 왜 팁 시스템을 한국에 도입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는 것일까요?
우선 한국에서는 팁은 주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왜냐면 공식적으로는 팁을 받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입니다. 2013년 식품위생법이 개정되면서 ‘최종 지불가격 표시제’가 시행되면서 팁 문화를 원천적으로 봉쇄했습니다. 물론 과거에는 ‘봉사료’ 개념이 존재했지만, 이제는 상품의 10% 금액인 부가가치세에 상품 가격을 제외한 기타 봉사료가 전부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고급 식당의 경우, 친절한 서비스를 받고 자발적으로 고객이 추가적으로 팁을 주는 상황은 여전히 종종 발생합니다. 하지만 이는 불법이 아닙니다. 자발적으로 고객이 팁을 주는 경우는 문제가 되지 않기 떄문입니다. 여담으로 한국에서 발렛파킹을 이용할 때 내는 봉사료는, 식품위생법에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불법이 아닙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주 마다 최저임금이 다르게 설정되어 있고, 8개의 주를 제외하고는 식당 등의 고용주가 종업원에게 최저임금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고객이 제공하는 팁으로 최저임금이라도 보전할 수 있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렇기에 논란이 일더라도 팁 문화에 대한 존중이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심지어 일부 종업원은 이 팁을 받더라도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최저임금이 법적으로 명확하게 정해져 있고, 상품 가격 안에 서비스 가격을 포함해 지불하도록 되어 있는 한국에서는 팁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팁 문화가 비교적 활성화된 서구권과 달리 한국에서는 생소한 문화인 이유입니다.
특히 인구가 약 5,000만이 한국에서 MAU(월간 이용자 수)가 1,000만이 넘는 서비스들에 이러한 유사 팁 문화가 도입될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에 ‘고객을 상대로 테스트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한번 크게 화제가 되었던 주제였던 만큼 카페나 음식점 등 일부 SNS 유명 매장 중심으로 팁 문화를 도입하려는 시도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또 이런 매장을 리스트업하며 불매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동시에 일어나고 있어 논란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일본도 최근 디플레이션으로 인해 엄청난 물가 상승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한국 또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한국은 오마카세나 골프, 테니스 등 비용이 많이 드는 트렌드가 유행했었지만, 올 해 들어서는 그런 트렌드가 사라지고, 절약을 테마로 한 트렌드가 유행하며 긴축으로 인해 경제 상황이 매우 어려워짐을 온 국민이 체감하고 있습니다.
기업과 자영업자들도 물론 어렵지만, 원가 상승분을 판매하는 상품과 서비스 가격에 반영할 수라도 있지만,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연봉에 물가 상승분이 충분히 반영되기 어렵다보니 이런 팁 문화의 도입은 오히려 물가 상승과 소비자 체감 경기를 힘들게 만든다는 논란도 있습니다.
최근 OECD에서는 한국의 경제 성장률을 1.5%에서 1.4%로 하향 조정하고, IMF에서는 한국의 물가 상승률을 3.4%에서 3.6%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의 경제 성장률을 이끌었던 무역수지는 2021년 이후 계속 적자 행진입니다. 그러다보니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는 더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의 이번 팁 문화 도입 논란의 핵심은 ‘팁’이나 ‘봉사료’라는 단어는 공식적으로 불법이기에 쓰지 않으면서 맥락 상 ‘팁’을 유도하는 시스템이 계속 생겨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최근 들어 IT 플랫폼 서비스들의 지나친 수수료 논란이 불거지며 기업이 내야 할 비용을 이제는 소비자들에게 전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경제 혹한기에 벌어지는 흔한 이슈로 치부하기에는 한번 쯤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플랫폼 기업, 자영업자, 배달 기사, 소비자 모두 비용은 늘어나는데 벨류체인을 구성하는 그 누구도 돈을 벌지 못하다보니 결국 논란이 될 것을 알면서도 팁 문화를 가져오게 된 배경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이 아이러니한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고민해봐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