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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nnett Dec 01. 2023

e스포츠를
스타트업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시작하며

 

2023 LoL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 전경 - 출처 : 라이엇 게임즈


지난 11월 19일, 서울의 고척 스카이돔에서는 전 세계 게임 팬들의 축제 중 하나인 ‘2023 LoL 월드 챔피언십’이 열렸습니다. 결승전 당일 서울 광화문 야외광장에는 중앙 무대와 대형 스크린이 설치되어 약 1만 5천 명의 사람들이 찾아 추위 속에서도 응원전을 펼쳤는데요. 전날에는 세계적인 DJ 앨런 워커(Alen Walker)와 일본에서도 인지도 있는 밴드 FT아일랜드(FT Island), 걸그룹 (G)I-DLE 등이 참여하는 전야제 공연이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이번 결승전은 전 세계 4억 명이 시청했고 한국의 메이저 언론을 비롯한 거의 모든 미디어에서 결승전 장소에서 인터뷰 및 실황 중계와 함께 해당 기사를 상위 지면에 싣는 등 e스포츠를 미디어에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10년 전 미디어에서는 게임이 술, 도박, 마약과 함께 4대 악이라고 주장하기도 했고,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묻지마 살인 사건(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무차별 살인 사건) 발생의 원인을 게임 중독에서 찾는 등 부정적인 논조였던 것에 비하면 정말 격세지감을 느끼게 되는데요.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며 위상이 더 높아진 e스포츠는, 게임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 간에 승부를 겨루고 기록을 측정하는 경기 및 활동들을 의미합니다. 넓은 의미로는 가상 환경 속에서 이루어지는 경기 및 활동, 그리고 이런 경기에 참여하고 중계하고 시청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일련의 모든 것들을 e스포츠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e스포츠를 스타트업의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어떨까요? e스포츠가 스포츠인가 아닌가에 대한 논란은 지금도 진행되고 있지만, 스타트업의 관점에서 e스포츠를 바라본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e스포츠 산업은 사실 그 어떤 산업보다 스타트업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매력적인 산업입니다. 그리고 스타트업의 정석이라고 할 수 있죠. 


오늘은 한국의 e스포츠를 스타트업의 관점에서 바라보려고 합니다.



1. 시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스타트업’ 이라고 부르는 기업들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스타트업은 기존 시장에 존재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e스포츠는 기존 스포츠와 달리 상대적으로 신체적 제약이 적은 종목이기 때문에 장애인들의 참여에 제약을 덜 받습니다. 단적인 예로 지난 도쿄 패럴림픽에 파견한 한국 선수단 중 정신 장애를 가진 대표 선수는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패럴림픽에서 정의하는 ‘신체적 장애’에는 정신장애가 포함되어 있음에도 말입니다.


e스포츠는 정신적인 장애가 있더라도 충분히 참여가 가능합니다. 또한 청각 장애와 발달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패럴림픽에서 조차 운영 등 현실적인 문제로 참여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e스포츠는 참여할 수 있습니다. 문화와 국적, 장애 유무와 상관 없이 우정과 연대감으로 세계평화에 기여한다는 올림픽 정신을 기준으로 한다면 e스포츠는 기존의 스포츠가 해결할 수 없었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인 것입니다.



2. 기술 기반의 새로운 시장 창출이 가능하다


기존의 한국 스포츠 산업은 최근 6~7년 사이 스포츠에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접목하여 성과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선진국에 비하면 기술력이나 R&D 예산 등 충분한 투자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e스포츠는 시작부터 IT 기술의 집합체인 게임을 기반으로 출발했기 때문에 시작부터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철저한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산업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e스포츠 데이터 분석 스타트업 op.gg


그 결과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게 되었는데요. 바로 e스포츠 데이터 분석 산업입니다. 기존 스포츠와 달리 e스포츠는 게임을 기반으로 시장이 열렸기 때문에, 게임 안에서의 모든 행동 데이터가 기록으로 남아 분석하고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프로의 영역에서만 이런 기술이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들도 각종 지표 데이터를 확인하고 분석하여 본인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서비스가 출시되어 있고 많은 이용률을 보이고 있어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3. 무한한 성장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스타트업은 꿈을 먹고 산다고 이야기합니다.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투자를 받고, 이를 통해 공격적인 전략으로 규모를 늘림으로써 시장에 정착합니다. 특히 한국의 e스포츠 산업은 이러한 스타트업의 특성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는데요. 한 국내 언론사의 보도에 따르면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e스포츠 종목인 LoL(League of Legends)의 경우, 2023 LoL 월드 챔피언십 우승팀 T1을 비롯하여 국내 리그 소속 팀 운영비는 최소 70억에서 최대 200억에 달합니다. 국내 프로농구 팀 평균 운영비가 약 60억인 것을 감안하면 시장이 훨씬 큰 것이죠.


이들의 운영 스폰서는 업계에 있는 모든 통신사를 비롯하여 보험, 금융, 식품 등 다양한 분야의 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레알 마드리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PSG, LA 레이커스 등 기존 스포츠 팀에서도 별도로 e스포츠팀을 두거나 스폰서십을 체결하는 등 투자가 활발한 상황입니다.



4. 강력한 팬덤이 있어야 한다


출처 - B stage


스타트업이 초반에 시장에 자리잡기 위해 확보해야 할 요소 중 하나는 바로 팬덤(Fandom)입니다. 우리의 제품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해 줄 고객층이 있다는 것은 기업에게 있어 든든한 보험이자 성장의 기틀이 됩니다. 애플이 지금의 규모로 성장할 수 있었던데는 절대적인 팬덤이 그 역할을 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e스포츠가 시장 규모에 비해 매출이 적어 적자 산업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투자를 멈추지 않는 이유는 e스포츠 산업이 가진 무한한 성장 가능성과 함께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어 줄 강력한 고객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e스포츠를 소비하는 주요 타겟층은 기업들이 항상 간절하게 잡고 싶은 계층, 젊은 세대(청년층)입니다.


또한 인기 e스포츠의 경우, 미국 슈퍼볼 시청자 규모(평균 9,920만 명)의 약 2~3배에 달합니다. 전 세계 수억 명의 시청자를 가지고 있으면서 전 세계의 7개국어로 생중계를 하는 스포츠가 있다면 기업 입장에서 마케팅 차원에서라도 투자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특히 게임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다양한 취향을 가진 고객이 모인 e스포츠 산업에서 잠재 고객들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e스포츠는 스타트업의 특성을 가진 매력적인 산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마치며


이처럼 e스포츠 산업은 그저 일부 공부하지 않는 젊은 애들의 놀이라고 치부하기엔 투자 규모와 성장성까지 어느 하나 매력적이지 않은 것이 없는 산업입니다. 다시 말해 e스포츠는 스포츠 산업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온 신흥 시장(emerging market)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 세계 e스포츠 산업 규모와 전망 - 출처 B stage


특히 아직 e스포츠는 그 화제성과 투자 규모에 비해 아직 유니콘 기업(1조 원 이상의 가치를 가진 스타트업)이 나오지 않은 블루오션입니다. 해외에서는 TSM과 Cloud.9 등 이미 수천억 대의 기업가치를 가진 e스포츠 팀이 출현하기도 했죠. 한국의 T1의 경우에도 지난 해 미국 포브스(Porbes)에서 기업가치를 2억 2,000만 달러(약 2,900억 원)로 추산하기도 했습니다.


1970~80년대 한국에서는 만화 산업을 놓고 자녀들이 공부를 하지 않는 주된 원인으로 지목하여 한국의 만화와 애니메이션 산업의 근간이 사라졌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것에 반해 게임 산업은 종합 콘텐츠로서 살아남아서 현재의 e스포츠 시장을 열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의 놀이로 치부하기보다는 지속적으로 관심과 제도적 개선을 통해 조금 더 긍정적인 e스포츠 산업으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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