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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nnett Jan 02. 2024

망사용료 논란? 통신사의 업보다

치..지지.ㄱ....치지직...

이 글을 먼저 읽고 아래 글을 읽으신다면 좋을 것 같아요!(망 사용료 총 정리 1) ▶링크 




시작하며


결국 2023년 12월 6일, 아마존닷컴의 자회사이자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Twitch(트위치)’의 CEO가 한국 내 서비스의 완전 철수를 발표했습니다. 2024년 2월 27일부로 트위치 본사는 한국에서의 관련 사업 및 유료 서비스의 운영 종료를 발표한 것이죠.


생방송에서 직접 한국 사업 철수 소식을 전하는 댄 클랜시 트위치 CEO


이미 2022년, 트위치는 한국 내 동영상 화질을 기존 1080p(FHD)에서 720p(HD) 화질로 제한함을 발표하여 큰 논란이 되었고, 그 당시에도 망 사용료에 대한 문제는 결국 시한폭탄처럼 언젠가 반드시 터질 문제라고 모두가 예상했습니다. 그리고 2023년 말, 실제로 그 일이 일어났습니다.


2023년 11월 기준 한국 비디오 스트리밍 시장 점유율의 52%를 차지하고 있는 트위치는 왜 한국 지역 운영을 종료하게 된 것일까요? 우선 트위치의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의 ‘과도한 망 사용료’를 원인으로 이야기했습니다. 한국의 망 사용료는 해외에 비해 10배 가량 더 비싸다는 것이죠.


국내 망 사용료 관련 통계 - 출처 대신증권 Research Center


물론 트위치 CEO의 말을 100% 신뢰할 수는 없습니다. 망 사용료는 기업간 기밀유지협약(NDA)가 있어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2022년 10월 국내 증권사의 비디오 스트리밍 산업 관련 애널리스트 리포트에 따르면, “트위치는 이미 연 500억 수준의 망 사용료를 납부하고 있었으며, 현재 트래픽 기준 900억 원의 비용이 예상된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트위치의 2022년 신고 매출은 21억 원에 불과했지만, 또다른 국내 증권사의 분석에 따르면 글로벌 매출 대비 한국의 방송 시청시간을 적용하여 약 2,000억 원의 매출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추론해보면 매출의 약 40~50% 가량을 통신사에 망 사용료로 지불하고 있는 셈입니다.


사실 트위치는 일본에서도 게임, 애니, Vtuber 등 서브컬쳐 중심으로 주로 소비되는 플랫폼입니다. 한국의 경우에도 방향성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렇게 보면 트위치의 한국 운영 종료가 해당 분야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겐 중요한 이슈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국내 최초 버추얼 아이돌 '이세계아이돌(좌)', 남성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우)'


하지만, 최근 한국에서도 최근 Vtuber 기반 아이돌 그룹이 음원차트 상위권에 등재되기도 하는 등 서브컬쳐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사라졌고, 1인 방송 스트리밍 시장이 더욱 확대되면서 해당 이슈는 시장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오늘 이야기 할 내용은 왜 한국에서 이번 이슈가 크게 화제가 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지에 대해 미디어의 시각들과 그에 따른 저의 생각들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망 사용료


망 사용료 관련 이해를 돕는 그림. 출처 : 매일경제


우선 해외의 콘텐츠 사업자(CP)가 한국에서 서비스를 이용할 각 국가별 통신사 간의 계위(Tier)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망 사용료는, 한국의 통신 사업자들의 계위가 해외 통신 사업자들에 비해 낮아서 발생하는 접속료, 즉 트랜짓(Transit) 비용을 콘텐츠 사업자(CP)에게 망 사용료 명목으로 그 비용을 청구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Tier가 낮은 사업자가 높은 사업자에게 비용을 지불하는 형식입니다.  


한국은 미국과 일본에 비해 Tier가 낮고, 특히 코로나 이후 OTT를 비롯한 해외의 대용량 콘텐츠를 한국 이용자들이 소비하면서 이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되었습니다.


이 문제로 발생한 법적 분쟁이 지난 2020년 4월, Netflix와 한국의 통신사업자인 SK Broadband(SKB)가 망 사용료 관련 소송이었습니다. 넷플릭스의 1심 패소 이후 한국 정치권의 ‘망 이용료 법’에 대한 입법 움직임과 망 사용료에 대한 부정적 여론으로 인해 결국 2023년 9월 18일 소송 취하와 합의를 발표하며 갈등이 현재는 봉합 된 상황입니다.




그동안 잘했어야지


하지만 트위치 한국 운영 종료 발표 이후 다시금 망 사용료에 대한 다양한 언론보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한국 내 통신 사업자들의 이미지가 매우 좋지 않은 것이 이번 망 사용료 이슈가 화제가 되는 원인 중 하나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2019년 4월 3일, 세계 최초로 5G 통신 서비스를 상용화한 나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5G 통신 품질과 인프라 구축에는 소홀하여 국민들에게 많은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기존 4G(LTE)에 비해 약 20배 빠른 통신망을 언제든 이용할 수 있는 것처럼 홍보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통신사들이 진짜 5G 속도라고 이야기하는 기술 표준 목표속도 20Gbps(LTE 대비 20배)는 커녕 LTE 주파수 대역(약 2~4GHz)의 높은 부분을 활용하여 형식상 5G 서비스를 시작하고 요금은 LTE 대비 약 20~50%비싼 요금을 쓰도록 한 것이죠.


이 문제는 2023년 5월 5G 속도를 부풀려 광고했다며 통신사들에게 336억 원의 과징금이 부과되며 논란이 되었습니다. 그에 반해 통신 3사는 2021년부터 올해까지 계속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갱신하는 모습을 보여 소비자들의 비난을 받았습니다.


같은 해 7월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진짜 5G 주파수인 28GHz 대역을 ‘망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통신사로부터 회수하면서 ‘5G는 가짜였냐’는 말과 함께 통신사들에 대한 신뢰도는 걷잡을 수 없이 추락했습니다.


????????????????????????????


거기다 최근에는 통신사들이 세계 최초 6G 상용화를 위해 정부에게 투자를 요청한다는 듯한 홍보성 기사가 언론에 도배되며 여론은 통신사들에게 최악으로 흘러가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영향이 망 사용료 이슈를 바라볼 때도 자국 통신사가 아닌 해외의 콘텐츠 사업자의 손을 들어주는 계기가 되었다고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투자할 때도 됐잖아?


두번째로 이번 트위치 한국 철수에서 망 사용료의 핵심은, 통신사들이 현재의 낮은 티어(Tier 2)를 계속 유지하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국내 정치권에서 한 때 해외 콘텐츠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망 사용료를 의무 부과하는 등의 법안을 발의했지만, 여론과 미국 등 FTA 체결 국가 간에 있어서는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국내 기업의 피해가 우려되어 현재는 법이 통과되지 못하고 체류중입니다.


하지만 망 사용료 이슈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한국에서 대용량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업들의 글로벌 성장에 있어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게임이나 4K 이상 영상, VR, AR, 메타버스 등 대용량의 트래픽이 발생하는 콘텐츠들의 경우, 망 사용료가 많이 발생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해당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해외로 기업을 이전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국내 OTT ‘왓챠(Watcha)’의 CEO는 2019년 한 토론회에서, ‘판교에 기반을 두고 VR 사업을 하던 선배가 결국 실리콘밸리로 건너갔다’는 이야기를 하며 국내 망 사용료에 대한 현실을 주장하기도 했죠. 이 당시가 2019년이니 코로나 팬데믹이 지난 현재는 더 상황이 악화되었을 지도 모릅니다.



결론


현재 Naver와 트위치의 경쟁사인 AfreecaTV를 비롯한 많은 한국 미디어 사업자들은 영상 시청 시 ‘그리드 시스템(Grid System, 이용자들의 PC 성능과 유·무선 인터넷 망을 서로 공유하여 활용하는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망 사용료를 절약할 수도 있고, 기업의 인프라 투자 비용을 일부 아낄 수 있기도 하죠. 하지만 트위치는 이러한 선택을 하지 않았고, 많은 망 사용료를 내다가 결국 사업 철수를 선택했습니다.


왜 트위치는 그러한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요? 현실적인 이유는 그리드 시스템을 사용하려면 별도의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하고, 이는 글로벌 사업자인 트위치에게 있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기 떄문일 것입니다. 더 본질적으로는 이용자들이 그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망 사용료 이슈는 트위치나 넷플릭스 같은 특정 거대 기업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망 사용료의 이슈의 본질은 글로벌 통신 사업자 간 계위(Tier)의 차이로 인해 발생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국내 통신사들이 미국의 AT&T, 일본의 NTTdokomo처럼 Tier 1로 올라오지 않는 이상, 이와 같은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또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미국과 일본의 Tier 1 사업자 AT&T와 NTTdocomo, 한국은 해외 접속 시 NTT도코모의 망을 활용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의 통신사들은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망 사용료 관련 실제 통계나 자사 인프라 투자에 대한 상세한 부분을 국민들에게 비공개로 두고 언론에는 모르쇠로 일관해왔습니다. 한국에서 통신은 민간의 영역이긴 하지만, 국가를 구성하는 주요 인프라 중 하나이기 때문에 ‘기간통신사업자’로 불립니다.


그 말은 곧 민간기업이지만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성장하고 있는 산업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받은 것에 비해 Tier를 상승시킬 수 있는 해저케이블 등 인프라 투자는 수익성이 낮아 적극적인 투자를 하지 않고 망 사용료를 내는 식의 행태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주요 선진국 수준에 맞는 통신망 인프라 투자가 뒷받침되어야 빅데이터, AI, 콘텐츠, 메타버스, VR 등 현재 한국의 주요 성장 산업들이 비용 걱정없이 성장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될 수 있고, 해외에서도 관련 기업들이 한국에 투자를 하는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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