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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nnett Jan 24. 2024

CES 2024에서
주목받은 한국 기업들

혁신상 수상이 꼭 성공을 담보하진 않는다



CES 2024 전경 - 출처 : CTA/CES(주최 측 제공 이미지)

뒤늦은 CES 2024 정리


  첨단 기술의 향연,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 ICT 융합 전자제품 박람회인 ‘CES 2024’가 지난 1월 9일부터 12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습니다. 올해에는 ‘All Together, All On’ 이라는 슬로건에는 행사에 참가하는 전 세계 150개의 이상의 국가, 3,500여개의 기업, 단체들이 함께 기술로써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자는 메시지가 담겨있었는데요.


  특이하게도 이번 CES 2024에서는 화장품 기업인 ‘로레알(Loreal)’의 CEO인 니콜라 이에로니무스(Nicolas Hieronimus)가 첫번째 기조 연설자로서 뷰티테크(Beauty-Tech)에 대한 언급을 하여 CES의 문을 열었습니다. 그동안 CES에서는 IT 기업이 기조연설을 주도했던 것을 생각했을 때, 이번 로레알 CEO의 기조연설은 이제 정말로 산업을 가리지 않고 기술 혁신과 융합이 이루어지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로레알 CEO 니콜라스 히에로니무스(Nicolas Hieronimus) - 출처 : 유튜브 캡쳐


  실제로 이번 CES에서는 AI를 필두로 융합과 지속가능성, 포용성 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기업들의 기술 혁신이 소개되었습니다. 특히 전 세계가 엔데믹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CES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컸습니다. 이에 발맞춰 한국 또한 ‘K-Startup’이라는 이름으로 CES 2024에서 통합 전시관을 열어 약 760여 개의 기업이 참여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찾은 스타트업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는 최근 애플을 넘어 시가총액 1위의 기업이 되었습니다. MS를 윈도우즈만 파는 기업에서 AI와 클라우드 기업으로 탈바꿈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했던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 MS CEO가 이번 CES 2024에서 한국의 스타트업 부스 2곳을 콕 찝어 방문해 큰 눈길을 끌었습니다. 특히 MS는 ChatGPT로 유명한 OpenAI의 초기 투자자였기에 한국 스타트업 부스 방문은 더욱 화제가 되었습니다. 


  먼저 나델라 CEO가 방문한 부스는 3D 프린팅을 이용해 부분 손 절단 장애인들을 위한 로봇 의수를 만드는 스타트업 ‘만드로(Mandro)’였습니다. 만드로는 해당 년도의 CES 참가 기업 중 1%의 기업에게만 수여하는 ‘최고혁신상’을 수상했습니다. 


로봇 의수를 설명하는 만드로 CEO(좌)와 사티아 나델라 MS CEO(우) - 출처 : 만드로


  이미 시장에 의수 제품들이 출시되어 있지만 다섯 손가락 형태의 의수가 원래 수천만원에 달했다면, 만드로는 기술 혁신을 통해 300만원 수준으로 비용을 줄여 장애인들의 구매 접근성을 낮췄습니다. 뿐만 아니라 손 전체가 아닌 손가락 1~2개만 잃은 부분 절단 장애인들도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두번째로 방문한 곳은 AI 음향 전문 기업 ‘가우디오랩(Gaudio Lab)’입니다. AI 기술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소음과 목소리를 분리하는 기술을 선보여 CES에서 ‘Web 3.0&메타버스’ 부문 기술혁신상을 수상했습니다. 시끄러운 환경에서 화상미팅을 하거나 특정 목소리만 추출할 때 활용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나델라 CEO는 생성형 소리 AI 솔루션인 ‘폴-리(Fall-E)에 관심을 보이며 자사의 이미지 생성 AI인 ‘달리(Dall-E)’와 운율이 맞다며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습니다. 


가우디오랩 부대표(우)와 농담을 주고받는 사티아 나델라 MS CEO(가운데) - 출처 : 세계일보



블록체인은 코인밖에 없는걸까? 에 대한 대답


  블록체인은 암호화 측면에서 가장 진보적인 기술로서, 무언가를 증명하거나 검증하고 강력한 보안이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그동안 블록체인 기술은 대부분 NFT와 함께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로서만 시장에서 활용되어 왔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만든 코로나 예방접종 증명 앱 COOV


  한국에서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 전국민이 사용했던 전자예방접종증명 앱 ‘COOV’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되었는데요. 이후 현재까지는 블록체인 기술이 아직 우리의 일상 속에 많이 활용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CES 2024에서는 스타트업 ‘지크립토(zkrypto)’가 블록체인 투표 시스템 ‘지케이보팅(zkVoting: Poll Station)’을 출시해 2년 연속 CES 최고혁신상을 수상했습니다. 특히 작년과 달리 온라인 환경이 아니더라도 오프라인 환경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 기존 오프라인 투표소 시스템의 문제를 보완하여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사진 6] CES 2024에서 지크립토가 선보인 블록체인 기반 온라인 투표 서비스 '지케이보팅(zkVoting)' 출처 - 에이빙뉴스(Aving News)


  이렇게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투표 시스템은 유권자들의 신분과 투표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유권자가 본인의 투표가 집계에 제대로 반영이 됐는지, 그리고 선거 후 개표 결과 또한 투명하게 검증을 할 수 있기에 투표율 조작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CES에 이어 올해에도 해당 솔루션이 최고혁신상을 수상하면서 ‘디지털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주요 기술’이라는 극찬을 받기도 했습니다.



땅이 아닌 공기 중에서 식물을 기른다


  지구에서 가장 물을 많이 사용하는 산업은 어떤 산업일까요? 바로 우리의 식량을 책임지고 있는 농업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예측 불가능한 자연재해가 늘어나면서 식량안보, 그리고 환경보호 문제가 중요한 글로벌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이에 따라 CES 2024에서도 푸드테크(Food tech)는 물론 농업 생산과 관리를 기술과 결합한 애그테크(Agricultural tech) 스타트업 또한 주목을 받았습니다.


  애그테크 스타트업인 ‘미드바르(Midbar)’는 중소벤처기업부의 TIPS에 선정되는 등 그 기술력을 인정받아 이번 CES 2024에서도 인간안보 부문(Human Security for All)의 최고혁신상을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스타트업 미드바르(Midbar)가 CES 2024에서 최고혁신상을 수상한 '에어팜' - 출처 : 삼정KPMG 경제연구원


  이들이 개발한 공기주입식 스마트팜 모듈 ‘에어팜(Airfarm)’은 기존의 토경이나 수경 재배와 달리 공기 중에서 에어로포닉스(Aeroponics) 기술을 활용하여 공기 중에 있는 수분을 모아 수증기 형태로 공중에 노출되어 있는 뿌리에 직접 물과 영양분을 공급합니다. 해당 솔루션은 기존 토경 대비 약 95%의 물을 절약할 수 있어 농업용수가 부족한 지역에게는 필요한 기술입니다.


에어팜의 기술 방식 소개 - 유튜브 캡쳐


  한국이나 일본의 경우, 지하수 환경이 좋아 깨끗한 양질의 물을 쉽게 구할 수 있지만, 미드바르가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주요 지역인 중동의 경우 사막지역이 많아 지하수가 현저히 부족해 해상 담수화 기술을 사용해 농업용수로 사용하기 떄문에 최소한의 물로 농업을 할 수 있는 미드바르의 기술은 그들에게 있어 혁신 그 자체인 것입니다. 실제로 그 기술력을 인정받아 UAE의 푸드테크챌린지 글로벌 Top 30에 선정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해당 솔루션의 경우, 기존의 컨테이너식 스마트팜이 아닌 세계 최초로 공기를 주입하여 스마트팜의 형태를 갖추기 때문에 편의성과 효율성, 경제적 측면에서도 강점을 갖춘 제품처럼 보여집니다.



혁신상이 만능은 아니다


CES 2024 혁신상 - 출처 Mediontech


  이번 CES 2024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한국 기업이 AI, 스마트시티, 푸드테크, 디지털헬스, 로봇 등 28개 분야에서 수여하는 ‘혁신상’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약 87%(116개)가 벤처·스타트업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CES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다는 것은 기술력을 보증하는 증명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업화를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실제로 CES 2022에서 ‘AI를 활용한 자세 교정 모니터 스탠드’로 혁신상을 수상했던 헬스케어 로봇 기업 ‘도트힐(Dotheal)’은 경영난으로 인해 지난 연말 폐업을 하는 등, 많은 기업들이 혁신상 수상 이후 사업화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AI 자세 교정 모니터 스탠드


  이처럼 많은 기술 기반 스타트업들이 정말 뛰어난 혁신 기술들을 선보이며 VC들에게 투자를 유치받지만 끝내 실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기술적 혁신을 고객들에게 마케팅 수단으로서 어필하는 경우입니다. 그리고 MVP 단계에서 초기 고객의 니즈에만 집중하다 앞으로 시장 확대를 위한 주력 고객의 니즈를 놓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이유들이 도트힐의 폐업의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일부 언론에서는 ‘혁신상’이 마케팅 수단에 불과해졌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실제로 중소벤처기업부를 통해 교육이나 홍보 등 많은 지원 혜택을 받아 CES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또한 국내 언론의 한 보도에 따르면, CES 혁신상 수상이 VC의 관심을 받아 쉽게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하기도 했죠. 


매년 늘어나는 CES 혁신상 -자료 중소벤처기업부


결국 정부기관의 실적을 위한 혁신상의 갯수나 몇 년 연속 수상했는 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시장 고객들이 ‘올바른 고객’인지 확인하고 고객의 관점에서 집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올바른 고객’이라는 말은, 우리가 타겟하는 주요 시장의 일반적인 니즈를 갖고 있는 고객을 의미합니다.)


  혁신상이 만능은 아니지만, 혁신상이 주는 강점이 뚜렷하기에 앞으로도 많은 한국 스타트업들이 혁신상 수상을 위해 적극적으로 도전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CES 2025에서는 또 어떤 기업이 새로운 기술로 세계를 놀라게 해줄 지 기대하면서 지켜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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