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Temu)
작년 7월, 중국의 ‘아마존’으로 평가받는 이커머스 기업 ‘핀둬둬(Pinduoduo)’의 저가 이커머스 앱 테무(Temu)가 미국과 유럽, 일본에 이어 한국에도 상륙했습니다. ‘억만장자처럼 소비하라’라는 슬로건으로 미국에 진출한 테무는 미국의 할인점 시장 점유율의 17%를 차지하며 이커머스 시장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데요.
테무의 경우 일본에서도 올 해 1월 월간 이용자 수가 1,550만 명에 달해 ‘아마존 쇼핑’, ‘라쿠텐 시장’, ‘야후 쇼핑’의 평균 이용자 수를 넘기도 했죠. 테무 이전에 한국에 진출했던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 이하 알리)는 진출 초기에는 그저 또 하나의 이커머스로 인식되었지만, 어느덧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Top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한국의 고물가 상황으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지면서 테무와 알리 등 중국의 이커머스를 통해 저렴하게 해외직구를 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알리와 테무의 이용률이 급증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본격적으로 국내 언론에서도 주제를 다루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모바일 시장분석 기관의 자료에 의하면, 2023년 국내 모바일 앱 시장에서 1년 간 가장 많이 성장한 앱 1,2위가 각각 알리와 테무였습니다. 두 앱의 이용자를 합치면 1,000만 명에 달합니다. 그만큼 국내 이커머스 강자인 쿠팡과 네이버 등은 새로운 도전자의 등장에 변화를 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동일한 제품을 쿠팡보다 약 절반 가까운 가격에 판매하고 있는 중국 이커머스, 이 태풍과 같은 경쟁은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까요? 오늘은 한국에 상륙한 중국 이커머스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들에 대해 정리하고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알리와 테무에서 판매하고 있는 제품들의 가격을 보면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집니다. 바로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 때문입니다. 청바지가 6천원, 전동 칫솔이 5천원이면 적당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은 소비자 입장에선 여지가 없는 선택입니다.
특히 한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제품들의 상당수가 중국 OEM 제품이거나 중국에서 통관 절차를 통해 들여오는 물건이기에, 결국 비싼 가격을 주고 중국산 제품을 구매하는 격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중국 직구를 선호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통계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납니다. 올해 2월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이 해외직구를 많이 하는 지역 1위로 올라섰습니다. 이전까지만 해도 미국 직구가 대세였던 것에 비하면 이례적입니다.
특히 실사용 목적으로 구매를 하는 비율도 증가했지만, 최근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부업 열풍에 힘입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의 온라인샵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직구를 이용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여기에 기름을 붓듯이 알리는 더 빠른 배송을 위해 한국 내 풀필먼트 센터 설치를 통해 쿠팡의 ‘로켓배송’처럼 1일 내 배송을 목표로 준비 중에 있고, 알리익스프레스 홈페이지에는 한국 기업들이 제품을 사이트 내에 노출시킬 수 있는 별도 카테고리인 ‘K-Venue’를 만들고, 입점 수수료 무료, 한국어 전담 직원 배치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중국 이커머스의 한국 상륙으로 인해 일거리가 늘어난 국내 물류업계는 미소짓고 있지만, 경쟁 업계인 유통업계는 울상입니다. 국내 유통 시장의 헤게모니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되었고 이커머스 사업자들이 시장에 자리를 잡자마자 찾아온 중국의 이커머스 진출은 기존 유통업계에겐 그닥 반갑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 알리와 테무가 한국 시장에 쉽게 자리를 잡게 된 것에 대해 기존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국내 기업의 역차별 문제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무관세 통관을 이용하여 세금을 회피하고, 국내에 제품을 판매하기 위한 안전인증(KC)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개인정보보호법, 전자상거래법 등을 위반하면서 기업 활동을 하고 있기 떄문에 오히려 국내 기업에게는 역차별이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쿠팡과 네이버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이커머스 사업자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유지된다면, 쿠팡에 이어 알리익스프레스가 업계 2위를 차지하고 타 경쟁사들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 문제에 불과합니다.
또한 법적 헛점을 이용해 국내에서는 해외 직구상품에 대한 중고거래를 통해 수익을 얻는 행위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에서는 개인이 해외 직구한 물품을 중고거래하는 행위는 엄연한 범죄이지만, 보통 소액거래가 대부분이고 해당 제품에 대한 세금 몇천원을 걷기 위해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이 더 들기 떄문에 실상은 단속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도 이런 역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주요 이커머스 관계자 및 전문가들을 초빙하여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의견 수렴에 불과하고 시장의 변화보다 법적 규제 제도화가 더 늦을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당분간은 중국의 이커머스 공습이 계속 될 전망입니다.
물론 어떤 이들은 장기적으로 한국에 풀필먼트 센터를 설치하는 것이 물류비 부담으로 이어지고, 스스로의 경쟁력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또한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신선식품은 해외 직구 특성 상 다룰 수 없기 때문에 제한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실제로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은 농·축·수산물, 간편식과 같은 신선식품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또한 소비자의 입장에서 중국 이커머스에 대한 법적 규제가 단통법의 사례처럼 소비자들에게 피해만 주고 기업들에게만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지 않도록 국민들에게도 충분한 설명과 여론 수렴,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의 자구책 마련이 함께 필요한 부분입니다.
한편,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중국산 제품에 대한 다양한 문제들이 불거져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저급한 품질의 상품이 판매되거나 '짝퉁' 상품과 관련된 논란도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또한 각 국가마다 다른 무관세 기준을 활용하여 통관 과정에서 가격을 과장하여 세금을 회피하는 등 다양한 논란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문제가 특히 2018년 미국 트럼프 정부 시기에 크게 부각되었습니다. 당시 "중국과의 교역은 하면 할수록 손해"라며 대중국 우편물 수수료 문제로 만국우편연합(UPU) 탈퇴를 검토했지만 결국 자율 수수료 부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더불어 작년 6월에는 미국 상원에서 중국에서 인터넷으로 구매한 소액 제품에도 관세를 부과하는 법안이 발의되었습니다. 특히 미국 내 마약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중국발 소액 직구 상품이 마약 운반의 주요 경로로 지목되면서 해당 법안이 강화되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중국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지리적으로 가까우며 중국이 한국의 수출 상대국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수출 점유율은 19.7%로 일본의 약 4.5배에 달하기에 결과적으로 경제 논리로 인해 테무와 알리 등 중국 이커머스에 대한 대응이 현재로서는 명확한 방법이 없는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이슈에 대한 추적이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는 이 문제가 전세계적인 이슈이고, 한국 내 소비자들이 해외직구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개인통관부호를 한 번만 입력해두면 계속해서 물품을 구매하고 배송대행지가 필요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의 해외직구 경험이 증가함에 따라 가격적인 만족도와 해외 직구에 대한 심리적 저항이 낮아졌습니다. 향후 법적 입법 절차나 개정이 예상되는 만큼 앞으로의 한국의 대응을 지켜보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