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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nnett Dec 09. 2024

계엄과 탄핵 정국,
흔들리는 스타트업 생태계

겨울을 지나 봄을 기다리며



45년 만의 충격적인 비상 계엄


출처 : 연합뉴스


2024년 12월 3일 밤에 발생한 45년 만의 비상 계엄령 소식은 한국인들에게 정말 큰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주요 외신들은 이번 비상 계엄 소식을 전하며 ‘충격적’, ‘기괴하다’, ‘민주주의에 대한 후퇴’와 같은 워딩을 사용하는 등 외신도 매우 놀란 모양새입니다.


특히 한국인들에게 ‘계엄’이라는 단어는 사전적 의미 그 이상을 담고 있습니다. 단순히 군인들에 의한 기본권 제한이 아니라 과거 군사정권 시절 국민들에게 총을 겨눠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던 피의 역사를 떠올릴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한국인들에게 계엄은 전쟁과 같은 트라우마로 지금까지도 세대를 가리지 않고 마음 속에 남아있습니다. 


슬프게도 정치적 불확실성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2기가 출범을 앞두며 국제적 외교·경제 정책의 많은 변화가 예상되고 있고, 프랑스는 정부 불신임안이 가결되며 62년 만에 프랑스 정부 기능이 마비되는 초유의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여전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진행 중입니다. 일본 또한 지난 10월 중의원 선거에서 12년 만에 자민·공명당 연합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며 주요 국가들의 정치적 유동성이 매우 커진 상황입니다.


출처 경향신문(khan.co.kr)


그리고 현재 한국은 비상 계엄과 그로 인한 대통령 탄핵 시위의 여파가 정치권을 넘어 경제에도 영향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계엄군이 국회에 투입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원달러 환율은 1달러당 1,442원으로 2년 만에 최고치에 달했고, 환율 변동폭 또한 코로나 이후 가장 컸습니다. 또한 비상 계엄 다음 날 주식시장은 KOSPI 지수가 -2% 하락하며 외환시장과 주식시장 모두에 악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특히 불확실성에 취약한 스타트업 생태계는 큰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국회는 당분간 대통령 탄핵 법안으로 시끄러울 수 밖에 없는 만큼, 이로 인해 내년도 예산안 확정은 물론 그에 따른 스타트업 지원 정책 역시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큽니다.


오늘은 비상 계엄으로 인해 한국 스타트업 업계에 발생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표류하는 스타트업 지원 정책


먼저 정부가 추진해오던 여러 창업 지원 정책과 벤처투자 활성화 법안들도 논의가 지연되며 표류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벤처투자 시장이 혹한기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한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정부와 국회는 최근 ‘벤처투자 활성화 정책으로 BDC(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 비상장사에 투자하는 상장공모펀드) 도입, 퇴직연금 벤처펀드 출자, CVC(기업형 벤처캐피탈) 규제 완화’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정책들 중 일부는 이미 국회에 법안 개정안을 상정했던 부분도 있어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상황에 크게 실망하고 있습니다. 특히 CVC가 결성하는 펀드에 외부 자금의 출자한도를 40%에서 50%로 상향하기로 한 법안은 벤처기업협회 조사에서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되길 바라는 법안’ 1위를 기록하기도 했기에 안타까움은 커지고 있습니다.


현재 내년 예산 확보조차 불투명한 상황에서 스타트업들은 자금 조달과 사업 확장에 더욱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중단된 행사와 흔들리는 신뢰


출처 zdnet.co.kr


업계에서 가장 불안하게 여기는 부분은 해외 자금 조달에 있어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번 달 11일부터 12일간 진행하는 스타트업 축제 컴업(COMEUP)이 문제 없이 진행 될 에정이지만, 이전보다 대내외적 관심이 줄어들까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실제로 이번 컴업 행사에 참여 예정이었던 한 투자사는 비상 계엄 이후 불참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습니다. 투자자들은 보통 예측 불가능한 시장에 투자하는 것을 꺼리는 만큼, 당분간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하거나 보류 또는 철회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여기에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스타트업 관련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의 주요 일정들 또한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되었습니다. 지난 5일 중기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장관이 직접 중소벤처 분야 정책 추진현황과 향후 계획을 설명할 예정이었으나 취소되었고, 하루 앞선 4일 벤처캐피털 업계의 주요 행사인 ‘Korea VC Awards 2024’에는 차관이 불참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국내·외 투자자들이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에서도 불안감이 이어지고 있는 지금, 스타트업들이 기댈 수 있는 곳도 마땅치 않다는 부분은 슬픈 현실입니다.



끝나지 않은 겨울, 그러나 봄은 온다


당분간은 혼돈의 대한민국일 수 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스타트업이 지금의 상황을 극복하기는 사실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불확실성이 최대로 높아진 지금, VC는 이번 이슈가 어떻게 해결될 것인가를 충분히 지켜보고 투자를 집행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특히 자금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스타트업들은 그야말로 초비상입니다.


또한 내년 업계 지원 예산안 통과도 제때 이루어지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 지금, 매년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는 CES가 내년 1월로 가까워졌음에도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이전보다 안정적으로 준비하지 못할 수 있다는 업계의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들에게 조금이라도 희망섞인 생각을 한 문장 적어보자면, 21세기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벌어진 비상 계엄과 탄핵 정국은 다른 국가에서는 쉬이 경험할 수 없는 불확실한 환경입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이 위대한 점은 다양한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극복해 나오면서 혁신과 기회가 만들어진다는 점입니다. 

늘 그랬듯이 지금의 어려운 시국은 언젠가 끝이 납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는 것처럼 말이죠. 그리고 새로운 시작과 함께 또 다른 스타트업 지원 정책들이 발표될 것입니다. 지금의 어려움이 언제 그랬냐는 듯 말입니다.


최근 이어지고 있던 스타트업 혹한기의 끝의 최종장에 도달했다는 생각을 갖고, 지금의 상황도 문제를 찾고, 해결하며 성장해나가는 스타트업의 본질대로 극복해나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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