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말을 남긴 르네 데카르트 일화를 읽어보니, 명언도 배경지식을 제대로 모르면 내 멋대로 변형해서 다른 곳에 가서 아는 체하고 엉뚱한 의미로 퍼나르겠구나 싶었다.
'고로'라는 단어가 아무래도 '고로케'가 좀 더 연상되지 않나 싶기도 해서 다른 말로 바꿔볼까 했는데, 잘 모르던 나 같은 사람이 함부로 말을 매끄럽게 해볼 요량으로 갈아끼우면 아예 의미가 달라져 버릴 수 있었겠다 싶었다.
나는 생각한다. '생각하기 때문에'내가 존재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한다.
고로는 '때문에'가 아닌, '그러므로'나 '그래서' 가 맞고, "나는 내가 사유하는 동안만 존재한다"라고 한 말이 다른 후속 책에 나왔다고 하는데, 철학자가 하고 싶은 원래 의도를 비춰봤을 때 이 쪽이 더 명확하게 의미를 짚어주는 문장이라고 느껴졌다.그래서 차라리 이 문장이 좀 더 유명해졌어야 나같은 사람에게는 의미 전달이 훨씬 잘 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야기꾼에게 깊은 사연을 곁들여 들으니 다소 거리가 느껴지고, 들은 횟수는 많은데 사실 무슨 말인지 이해하긴 어렵고딱딱한 느낌으로 떠올리던 남의 나라 철학자의 삶도 말랑하게 인간미 있게 다가온다.
재미있는 이야기로 제 때 잘 만나는 것도 행운이다.
내가 철학자의 말들을 좀 더 깊이 안다고 해서 굳이 써 먹을 곳은 없겠지만, 쓰잘데기가 있든지 없든지 이렇게 나 혼자 생각하면서 또 남의 진중한 생각도 들여다 보면서 노는 것도 나름대로 즐기는데, 무쓸모에 무의미하지만 제법 재미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