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토리캐처 Jun 23. 2024

늘 애가 타거나 애 쓰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지

좋은 것들을 듣고 보면

그럴 수 있겠다 싶고


불안을 조장하는 것들을 만나면 내 생에는 절대 그럴 수 없을 것만 같다.


누구를 만나고 듣고 보며 이야기 나누며 사는지는 진심 상상이상으로 중요하다.


희한하게 무모할 정도로 내 마음에 부담과 걱정을 키우는 존재는 될 수 있으면 만나지 말고, 어찌할 방법 없이 만나면 최대한 같이 있는 시간을 줄이고,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것이 서로를 위해 낫고 나에게 이롭다.



소설가의 일기란 그저 그런 평범한 일상들이 결코 아니었다 '공명'이 큰 작가님, 깊은 곳까지 마음을 흔들고 절절히 아프고 나는 왜 힘든가 싶고


욕망과 원망, 질투 두려움 미움 슬픔같은 것들 - 붙잡아 둬야 한없이 날뛰지 않는 심리 흐름이 기본값이 미완성 존재일 뿐, 균형잡힌 육각형 이성적인 완성형 인간이란 유니콘 같은 것


이번 주는 톡톡 비가 오는 주말이어서 뜨거운 열기를 한 번 내려주는 기분이 들었는데, 나에게도 아주 빼곡하게 좋은 것들, 마음에 와 닿는 좋은 책, 습관적으로 여러 잔 마시던 음료를 몸에 덜 들이붓고 무거운 살을 남기는 음식을 덜 먹고, 배고픈 기분을 가까스로 견뎌보고 한 번 쉼표를 찍었다. 스트레칭을 잠깐 해도 결코 풀릴 수 없는 근육의 긴장은 장기 프로젝트로 살살 달래면서 올해는 제발 꼭 풀어보자고 각 잡고 태세를 절대 안 바꾸는 근육들에게 애원중이다.


저기, 불안아 알았으니까 잠깐 좀 쉬자


노래도 가사도 좋아서 살펴보니 작사가가 유명인
감성파괴라 미안한데, 비는 황사없는 날 맞는 걸로 하자 환경파괴가 심각해서 그만 ㅠ ㅠ
지금
'잘'
하고 있어

할 수 있는 만큼 했으면
오늘은 충분해


그러고 보니 완성형 인간이 될 수 없더라도, 어쩌다 그래도 조금 괜찮은 어른이 되는 건, 스스로 다독이면서 내 안의 다양한 캐릭터를 인정하고, 내 기억 속 과거의 이불킥 장면들을 영화보듯 쓱쓱 넘기는 사람이 아닐까.


불안함을 잘 다스리는 사람이 되어 가는 것, 필요할 때 적절히 내 안의 것들을 완급 조절하는 스킬을 조금씩 깨닫는 것, 내 마음에 안드는 것들에 대한 시선을 다르게 볼 줄 아는 것, 표현을 할 때 듣는 상대방의 귀와 마음 상태를 헤아리고 꺼내는 것이 아닌가 싶다.


분명 살아온 세월이 나보다 훨씬 길고 숫자로 이야기하는 나이는 많으신데, 여전히 본인의 마음과 주위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딘가 편해보이지 않는 분들을 보면 아이같은 어른인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쉼표 없이 질주하며 사느라 제 때 충전은 못하고, 나만 빼고 다 잘 되는 것 같은 소식들로 머리를 가득 채우고, 무한대로 향하는 걱정 속에 편히 쉬지도 못한다.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를 뿐인데 '남들은 다 잘 되는데(결과적으로 뾰족히 잘 된 이야기만 수집) 왜 나는 여전히 이런거지?(지금도 힘든데 미래도 계속 힘들고 성과가 안 날 것 같아서 초조)' 애초에 조건 성립이 불가능한 비교 속 피어나는 불안함에 머리가 지끈지끈하다가 어느 덧 내 안의 바닥까지 다 꺼내고 탈탈 털리고 소진되서, 내 안을 돌보고 돌아볼 여유를 따로 가지 못한 채로 후회와 '회한' '한숨'을 친구 삼아 지내고 내 '복'이 좋지 않은 탓이라고 '(사주)팔자'카드를 꺼낸다.


남에게 듣는 한 두 마디 위로의 말은 일회성 밴드 붙이기 정도라 곧 효과가 사라지고 근본적인 치유는 안 된다. 스스로 다독이면서 괜찮다고 잘 했다고, 그 건 이제 그만 편하게 놓아도 괜찮다고, 누구의 잘못도 아닌 일도 생기기 마련이라고 계속 들려줘야 상처가 더 깊어지지 않고 또 다른 삶의 이야기들을 써내려갈 힘과 용기, 에너지가 생긴다.


오르락 내리락하다가 푹 꺼지기도 하고, 확 튀어오르기도 했다가 조정 기간을 보내는 중이다. 어떤 기억은 꽤 오래 달라붙어 있고, 여전히 원망스럽고 미운 사람들이 있어서 그 뒤 늘 따라붙는 죄책감이 무겁던 와중에 소설가의 '일기'를 보고 스스로 마음을 조금 차분히 가라앉혔다.


그러게, 나도 미완성이지, 좋은 사람은 무슨, 그냥 사람이지. 미워할 수도 원망할 수도 있고 계속 용서가 안될 수도 있지. 안 보고 싶은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내 마음이지만 나도 모르는 것들 여전히 조절 못하는 마음들도 있지 뭐. 어쩌겠어. 안고 살아야지. 나는 결코 늘 친절하지도 착하지도 않다. 그냥 그 때 그 때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사는 그런 사람이다.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외부의 소리가 잘 안 꺼지지만, '그냥 사람'이라서 '내가 그렇다'고 잠시라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죄스러운 마음이 잠시였지만 아주 조금 가벼워진 기분이었다.


구름빵 레시피는 결코 따라할 수 없으니, 풍선처럼 헬륨가스를 마시면 두둥실 떠오를 수 있는 몸도 마음도 가벼운 사람이 되면 좋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