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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캐처 Jul 09. 2024

과몰입 vs 가몰입

오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가끔 주변을 산책하는

강아지들을 보다보면,


작은데 어찌나 에너지가 펄펄 넘치는지 강아지의 목에 두른 줄이 그 줄을 손에 잘 쥐고 있는 사람을 거세게 당겨서 멈출 수 없도록 하는 모습을 볼 때가 있다.


사람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분명 아니어서, 그 장면을 보면 웃고 만다.


과몰입한 나는 내 속의 감정에 키를 넘긴 셈이다. 제어 통제 이성 모드 가동 절대 불가다. 이런 상황의 사람에게는 아무 말도 안 들린다. 스스로 힘이 좀 빠져서 속도가 줄어들길, 숨돌리며 열기가 식기를 조금 기다릴 필요가 있다. 소화기로 급하게 끌 불은 아니다. 은근히 태워야 재가 안 남는다.


가몰입은 말이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가짜로 억지로라도 한 번 몰입해 본다는 뜻으로 써 봤다.


내가 어떤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듣는 동시에 0.1초도 안 되서 그 말이 공감되서 절로 고개를 빠르게 흔들고 맞아 맞아 그랬겠네 같이 욕을 할 때도 위로를 건넬 때도 있지만, 어떤 수 많은 이야기들은 나와 다른 시선이어서 좀 오래 생각을 해 봐야 아주 약간이나 살짝 이렇게 될까 말까 하기도 한다. '나도 그랬을 수도 있겠네, 저 상황이라면.'


내가 세상 모두를 껴안고 이해할 수 있는 존재는 아니니, 이 정도 애쓰는 것도 수 년간 고달프게 생채기나면서 가까스로 닿은 방법이다. 모나고 뾰족한데다 무척이나 좁아서 세상 살기 겁나게 불편한 부분이 내 안에 있다는 걸 자각하긴 했는데, 처음에는 세상과 사람들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가,  나중에는 세상은 원래 그 모양인데 내 이상이 현실과 맞지 않았다는 걸 안 셈이다. 이상주의자는 고달프다. 그냥 편하게 살지도 못하고 세상을 바꿀 깜냥도 없다. 그냥 내가 구르면서 둥글게 둥글게 바뀌는 것 말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선택지가 안 보인다.




내가 꽤나 다른 사람에게 공감을 잘 해주는 편이라고 소싯적에는 생각하기도 했다. 한참 지나서는 내 지난 삶 속 일들에 대해 거리를 두고 곱씹어 보니 '원래 공감력이 높았나? 내가 그랬나?' 결론은 전혀 아니었다. 공감하고 싶은 사람, 힘 안 들이고도 격공하는 이야기만 부지런히 만나고 애써 찾았다. 어떤 사람의 이 부분은 공감할 수 있지만, 다른 면모는 공감할 수 없다. 한 사람을 포용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아닐까 싶다.


있는 모습 그대로 공감할 수 없는 사람들을 점차 많이 겪다보니, 가끔은 애써서 해야하는 공감연습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가몰입을 오늘도 여러 번 해 봤다. 결과는 나름대로 괜찮았다. 스스로 흡족한 순간을 경험했고, 좋은 흐름으로 이어졌다. 뭐든 자연스러운 것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가짜 혹은 억지로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넘쳐나는 챌린지를 볼 때 '저런 거 꼭 왜 해?'라고 폄하할 수도 있고, 억지로라도 해서 좋은 기운을 만드는 루틴을 나에게 선물할 수도 있다. 요즘 글쓰기처럼 지키기 어려운 것 말고, 쉽게 할 수 있는 챌린지에 진심이라서 일상 속 전반적인 컨디션도 그리 나쁘지 않게 중간 정도는 유지하는 흐름이라서 맘에 든다. 전에는 자주 나락에 빠지고 내가 계속 파고 파다 깊어진 구덩이인 듯한 스트레스의 계곡에서 좀처럼 탈출하지 못했는데, 쉬운 것부터 여러 가지 하다보니 이게 나름 '자잘한 성공'이 된다.


글쓰기는 전업작가가 아닌데다 경험도 대동소이하고 반복되는 일상을 살다보니, 감정도 메마르고 글감이 빈약한 상태로 예전에 혼자 루틴을 해봤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난  쓸 것도 없어서 고통이고, 좋은 글을 읽은 것도 없으니 글 내용도 어쩔 수 없이 가벼운 일기로 흐르고, 아무 말 대잔치를 하다가 결론이 부끄러워져서 내가 왜 여기서 모르는 분들 앞에서 이러고 있는가 급 괴로워졌다.


그렇다고 책 몇 권 읽었다고 자랑하는 독후감 대잔치는 싫고, 뭘 먹고 샀다고 하는 것도 남들에게 큰 의미가 없는 걸 사진 서버 낭비같고, 좋은 측면도 아예 없진 않았지만, 숙제인듯 하는게 너무 마음에 안들어서 만족도가 오히려 떨어졌다. 글은 글감이 떠오를 때만 휘리릭 핵심을 제대로 포착해서 쓰는 게 내게는 맞는 방식이다.


그래서 요즘도 브런치 연재를 하시는 분들을 보면 진짜로 어나더레벨 작가님들이라고 생각한다. 리스펙이다.


오늘은 잠시 쉬었던 저녁 파워워킹하러 간다. 이렇게 안 하면 안 되서, 안 하면 진짜 큰 일나는 걸 알아서 아침부터 계획하고 실천할 거다. '건강하세요' 라는 말이 이렇게 힘든 말이었나, 아프고 나면 길게 말 안 해도 바로 알 것이다.


'부자되세요'도 사실 내가 로또 당첨 일확천금말고 한 푼 두 푼 모아보겠다는데 이 것도 안 해봐서 이제 조금씩 알아가는 단계인데 참 쉽지 않다. 흐름을 보고 잘 타고 제 때 내린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가, 멀고 먼 높고 높은 투자의 길, 초심자의 어리버리함으로 조금씩 한 발자국씩 내딛고 걸어보고 있다. 얼마 있지도 않은 귀여운 돈 가지고 괜히 시간 태우면서 걱정되고 초조하고 우는 퍼런 날이 더 많은 게 정상이겠지. 인생이나 투자나 비슷한 게 있다.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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