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사이일수록 반드시 피어나기 마련인원망스러운 마음도 한 때 잔뜩 웅크리고 있다가, 시간이 진짜 명약인지 다 지나가고 사라졌다.
조금 원망스러운 그 사건보다는 더 큰 고마운 일들이 많아서 고마움이 원망을 파도처럼 덮어버리고 말았다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세상 모든 이의 원망스러운 심정이 그저 시간이 지나가기만 해서 날아가 버리지는 않기 때문에 이 건 잘 짚고 넘어가 주는 것이 맞겠다.
말 한 마디로 오해가 피어나기도 하고,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묵직한 고마움을 전할 수도 있어서 참 말하는 게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가끔 생각없이 내뱉은 말이 폭풍이나 큰 일로 돌아오기도 하니 말은 꼭 신중히 조심해야지 하다가도 나도 모르게 감정이 일렁이면 '흥! 칫! 말조심은 무슨!' 하고 싶은 말이라도 해야 살겠다고 답답한 마음에 숨통을 틔워주고 싶어서 투덜거려보기도 한다.
이 날은 감동의 드라마인양 위기로 하나된 가족 사례 교과서같은 상황이었고, 꽤 이상적인 대화가 오고갔다. 내 삶에 이런 대화는 드문 편이다. 정기적으로 만나거나 대화할 일이 있는 사이에 나를 아가씨라고 부르는 유일한 분이다.
상대의 처지를 헤아리는 내 마음도 평수를 넓히고, 가족 누구든 선뜻 베풀고 고민없이 꺼내드릴 수 있게 내 지갑에도 부디 큰 여유가 생기는 게 좋겠다 싶은 날의 기록이다. 베푸는 것이 나에게 행운을 부르는 건지 지금 실험중인데 어떤 식으로 행운이 오는지는 기다려봐야겠지만, 일단 기분만큼은 뭔가 채워지는 것 같고, 뿌듯하고, 나 그래도 조금 잘 살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아주 가끔 남의 사정을 헤아리고, 대체로는 옹졸하게 내 마음과 감정이나 들여다보고 '이 것도 잘 하기가 참 힘드네'하며 산다.
나만 이런 건 아니라고 가끔 듣긴 했다만, 사실인지 정확히 알 방법은 없다. 그냥 매일 저녁즈음엔 과부하로 잘 안 돌아가는 머리 복잡하게 만들지 말고 땀흘리고 운동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