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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캐처 Aug 18. 2024

절대로 무게를 견디지 말고

0g으로 만들어 버리기

죽을 때까지

악착같이 버티


그런거 하지말고, 손에서 나에게서 놓아주자.


활활 타버려 한 줌의 재가 되어 흩어지거나 부숴지기 전에 내가 가진 문제가 문제도 아닌 것처럼 생각되도록, 어려워서 도저히 풀 수 없는 문제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고 고개 푹 숙이고 떨고 있는 나 자신을 스스로 꺼내주기로 하자.


같이 일하는 상대가 열심히 더 잘 하겠다고 하면, 그냥 의례하는 말이겠지만 그 말을 가만히 듣고 있질 않고 편하게 하라고 말한다.


이미 너무 열심이라서 힘이 다 빠질 때까지 애 쓰다가 멈춰버리든지, 부러지고 그러곤 하다보니 진심으로 걱정되니까 부디 반드시 꼭 쉬엄쉬엄하시라고 말하고 있다.


어쩌다 어떤 과업들을 마침 인연이 되서 하고 있긴 하지만 풀기 어려운 숙제처럼 결코 좋아할 수 있는 것도 아닌 주제에, 잘 안 풀리는 내 능력 밖의 원인까지 다 끌어안고서, 남들이 보면 일에 환장하고 좋아서 완전히 일에 미쳐버린 사람처럼 벼랑 끝까지 나를 몰아세워보고서 반복해서 느낀 결론이 이렇다.


속으로는 셀 수 없는 불안에 부들부들 떨지만 티가 나지도 않고, 말할 수도 없고 온전히 내 몫이려니 하고 넘기고 그러다보니 어떤 상황이든 부단히 애 쓰는 사람을 보면 가만히 그 표정과 보이지 않는 마음을 떠올려보고 이내 짠한 마음이 든다.   


심지 중심까지 다 타 버릴 지경에 다다르고서야 GG치고 떠나간 많은 열정적인 사람들이 남겨둔 긴 꼬리가 가끔 불쑥 떠오르곤 한다. 힘든 마음이 들 때마다 나는 어떤 상태인지도 계속 체크한다.


너무 괴로우면 잠시 그 위태로운 곳에서 장소를 확 바꿔서,  문제가 문제로도 여겨지지 않게 만들어버리면, 신기하게 초기화가 된다.


어떤 경우는 오래 오래 그 장소를 떠나야만 무게가 소멸된다. 잠깐으로는 안 되고, 며칠 간 계속 아주 멀리 있어야 효력이 생긴다. 문제를 씹고 뜯고, 삼키지도 못할 것을 입 안에 둔 채 계속 껌처럼 씹고 풍선 불며 오래 함께 같이 가는 관성이 편한 습관이 되어버려서 스트레스 주범이 나 자신일 때도 꽤나 빈번하다.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 문제를 거대하게 부풀리거나 지나친 비약으로 최악의 결론으로 곧장 이어버리는 인류 DNA에 내재된 생존능력과 오직 인간만 가지고 있다는 오! 크고 놀라운 위대한 상상력, 그리고 매 순간 쉼없이 뾰족한 최상급 소수와 비교해서 나 따위는 그저 하찮은 존재일 뿐이라며 불행으로 채워진 구덩이로 거듭 자신을 떨구곤 하는 경쟁적인 불안 심리의 콜라보의 대환장 파티도 애쓰면 쓸수록 더 떠올리게 되니까, '아는 게 병이다'라는 말은 진리다.


거슬리는 것들 신경 안 써도 되는 곳으로 잠시 피신하기, 더 편안한 나를 위해 애쓰지 않아도 괜찮은 안전하고 긴장 풀리는 컴포트존 찾기 - 제일 어려운 것 중 하나다. 문제를 들고 다른 사람에게 달려가는 일은 없어야 하는 것이 타인에게 문제를 해결하는 키를 넘기고 ( 타인도 별 수 없는 것들 ) 기대할수록 원망과 미움까지 커져서 나를 더욱 더 짓누르는 무거움이 되기 때문이다. 시야를 넓게 바라 보면 참 별 것도 아닌 것에 집착하거나 혹은 혼자 마음 속에 가진 말도 안 되는 높은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어느 타인을 평가절하하고 미워하고 앉아있는 나 자신까지도 실망스럽게 바라보게 된다.




다들 참 짠하게 사는 것 같은 세상이다. 이미 충분하니까 제발 더 열심히 하지 말자. 일은 단기로 뛰는 스포츠가 아니니 지금 당장 이기려고 서두르다가 쓰러져 버리는 일이 없도록, 무조건 내가 제일 잘 하려고 하지 말고, 천천히 해도 괜찮으니까, 또 오래 가야하니까 나를 채워가면서 슬렁슬렁한다는 마음으로 긴 안목과 호흡을 계획하고 하나씩 실천해 보자.


이 글들은 사실 내가 잘 못해서 나에게 스스로 들려주는 차원에서 중요한 이야기를 남겨두는 것인데, 파워 당당하기는 커녕 아둥바둥 살고 있는 모습이 결코 부끄러워할 것이라거나 인생을 제대로 못 살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살고 싶은 내 안의 목소리에 충실한 삶이니 그 것만으로도 참 잘하는 거라고 나와 또 이 글을 우연히 만난 모든 분들에게 꼭 말해 주고 싶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안하무인이 아니고서야 대체로 조금 피곤하고, 아둥바둥 살고 있으니까 말이다.


위 글을 쓰다보니, 자연스레 떠오르는 미국 분이 있는데, 내 나라는 아니지만 친척이 살고 계신 삶의 터전이기도 하니 나와 전혀 무관한 것도 아니다. 올해 연말 미국 대통령은 꼭 세상에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분이 뽑히면 좋겠다. 나도 내 삶을 내일 조금 더 나아지고 타인에게도 좋은 쪽으로 꾸려볼 요량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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