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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캐처 Sep 27. 2024

친절이라는 것에 대해

허상일수도 아닐 수도

만나기 싫으면

친절을 거두는 게

인지상정


어느 곳을 가더라도 네이버 리뷰를 보지 않으면 큰 잘못을 하는 것 같은 시대에 살고 있다.


한 번 보면 마치 결승 골인 지점인 끝 페이지까지 도달해야하는 게임 미션을 하듯이 끝까지 아주 오랫동안 보면서 '내가 이 곳을 꼭 가야할 증거'와 '그 곳에 가면 혹시 경험할지도 모르는 불편하고 위험할 상황'을 최대한 수집하고 있다.


그 안에서 가장 리스크가 크게 느껴지는 건 천 개의 만족 별점보다 '이 가게는 사람들이 못 가게 해야한다는 의지가 다분한 분노로 꾹꾹 타이핑한 혹평'이다. 이 분이 좀 예민했나, 기대가 컸나, 유난히 바빠서 던지는 말투가 거슬리는 날이셨나 다양한 생각을 하면서 '어떤 수준의 심각한 부정형'인지를 세부적으로 따져본다.


뭐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싶지만, 그렇게 하고 있다. 그래서 맛집 탐색이 필수인 타지 여행을 좀 귀찮게 여긴다. 여행이 싫은 건 아니고, 그냥 아무 생각없이 쉬고, 보이는 곳 가고 해도 괜찮은 사람이지만, 동행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보폭을 맞춰서 (하기 싫은 마음을 저 밑으로 밀고) 리뷰 분석 작업을 성실히 해보는 것이다.


진짜 말도 못하게 대기줄이 길어서, 굳이 내가 안 가도 떼돈 버는데 하나 지장 없는 유명 시장 가게 리뷰에 불평 불만이 꽤나 잦은 빈도로 출현하는데도, 갈 때마다 대기하는 분들의 줄이 심각할 정도로 길다. 그래서인지 주인분이 손님들이 있는 곳에서 꽤 놀라운 발언도 하신다고 하는데, 이런 것들은 그저 후기 몇 줄을 읽는 것만으로도 불편한 상황이 생생하게 상상이 되서 나도 기분이 덩달아 나빠진다. 그래서 불쾌감이 덩어리가 커지고 신경 안 쓰면 좋겠지만, 잔상의 꼬리가 긴 탓에 가게 이미지도 안 좋고 여러가지를 따졌을 때도 꼭 감수하고 갈 이유도 없고, 굳이 긴 줄 대기하는 것도 사실 심히 꺼려해서 그 옆집으로만 가고 있다.


나도 늘 친절하지 않아서 왜 그런지는 잘 이해되면서도, 내가 불친절할 때가 있다는 사실을 자각한다는 것이 타인의 불친절에도 너그러워질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변치않는 사실을 집단지성으로 쌓아올린 리뷰 속에 풍덩 빠지면서 반복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불친절과 친절의 경계는 참 애매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확실한 건 불친절해도 잘 살려면 '운도 있어야겠지'. 사람이 논리로 세상을 이해해보려고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을 때가 너무 많다.


대체로 잘 맞지도 않고 예외도 너무 많은 억지 논리 대신 그래, 사장님이 까칠해도 잘되는 그 가게는 아무래도 '조상님 덕이지'고정불변의 진리를 한 번 더 생각해본다.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지금은 내 조상님이 나에게 주신 것이 그리 크지는 않은 것 같으니, 나는 그저 마음도 수양하고, 정신도 맑게 새로고침 리프레시에 더욱 정진해서 '매일 더 친절'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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