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돌아가시고 오랜 친구들이 대구의 장례식장을 찾아주었다. 서울과 양주에서 온 친구, 그리고 대구에 사는 친구 둘. 중학교 때 성당에서 사귄 친구들인데 다섯 명 다 같이 모인 건 7,8년 만이었다. 뿔뿔이 흩어져 살게 된 이유가 크고, 또 누군가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한자리에 모이는 건 더욱 힘들어졌다. 한번 보자, 보자 하면서 시간만 흘려보내다가 엄마가 돌아가시고서야 얼굴을 봤다. 엄마가 만들어준 자리다. 우리는 이렇게 오랜만에 모이게 된 것에 대해 장난스레 서로를 탓했다. 네가 결혼을 해서 그런 거 아니냐, 네가 애를 낳아서 그런 거 아니냐, 그러게 누가 마음대로 결혼을 하라 그랬냐... 예전엔 우리 집에 다 같이 모여서 엄마가 만들어준 떡볶이를 먹으며 시간을 자주 보냈다. 서로의 발을 베고 잘 정도로 허물없이 친근했던 친구들이어서 오래 못 봤어도 그때의 마음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 같다.
서울과 양주에서 온 친구들은 지난 주말에 따로 다시 만났다. 친구들이 엄마를 위해서 미사를 드리자고 얘기해서 명동성당에 갔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내가 그랬던 것처럼, 친구들도 성당에 발을 끊은 냉담자가 된 지 오래였는데 미사를 같이 드리자고 해줘서 고마웠다. 마침 명동성당은 엄마가 남긴 성지순례책의 제일 첫 번째 성지여서, 잊지 않고 도장을 찍었다. 나의 두 번째 성지순례다. 성지순례책에 나온 성지를 모두 방문하고 도장을 찍으면 주교님의 축복장을 받을 수 있기에, 어떤 사람들은 6개월 만에 성지순례를 모두 마치고 축복장을 받는다고 한다. 나는 이 책을 모두 완성해 엄마에게 드리고 싶은 마음으로 성지순례를 하고 있기 때문에, 나의 속도는 아주 느릴 것 같다. 한 곳 한 곳마다 소중한 기억을 새겨두고 싶다. 깊어가는 가을날, 나와 함께해 준 권선아 아레따, 김동환 대건안드레아에게 감사를 전하며. 언제나 나와 함께 하고 있을 엄마, 김옥경 헬레나도 기뻐하셨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