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친구들을 만났을 때, 친구 하나가 이런 말을 했다. "난 작가 친구가 있어서 너무 자랑스러워." 내가 그렇게 잘난 작가도 아닌데 뭐가 자랑스럽나 싶어 친구에게 되려 물었다. "왜?" 친구가 뭐라고 했더라.
엄마도 내가 작가인 걸 은근히 자랑스러워했는데 나는 엄마의 자랑에 늘 모순이 있다고 여겼다. 엄마는 내가 작가가 되는 걸 싫어했다. 정확히는 너는 그런 걸 못할 거라고 자주 말했다. "작가가 얼마나 괴로운 직업인데, 네가 그런 걸 어떻게 해?" 하는 식으로. 그리고 내가 출간을 하기 전 다녔던 작은 잡지사에서 썼던 글은 읽어보지도 않았다. 나는 그래서 엄마의 내 자랑이, 뭐랄까. 진짜 뿌듯해서 하는 자랑이 아니라 자랑할 게 없어서 마지못해 꺼내놓는 변변찮은 것일 거라 여겼다. 그래도 엄마는 내가 쓴 책을 제일 먼저 사는 사람이었고, 제일 먼저 사인을 받는 사람이었다. 병상에 누워서 아무것도 못 할 정도로 쇠약해져서도 "사인해줘..."하고 사인을 받았으니까. 나는 엄마에게 다음 책은 엄마의 미친 성지순례기를 쓸 거라고 몇 번 말했고, 그 말을 들은 엄마는 희미하게 웃으면서 누구누구 씨를 등장시켜 주라고 말했다. 빠지면 섭섭해할 거라고. 지인들 끼워 넣지 말고 얼른 다 나아서 직접 쓰라고 했더니 엄마가 인상을 팍 쓰면서 "작가는 아무나 못해!"라고 말했다. 내가 지지 않고 "다 할 수 있는 거야! 그냥 미련하게 계속 쓰면 다 작가 돼!"라고 응수했다. 엄마는 "작가는 아무나 못해!"라고 다시 한번 쐐기를 박았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난 뒤, 가까운 이들이 나에게 한 말에도 하나같이 '자랑' 키워드가 들어있었다.
"엄마는 언제나 너를 자랑스럽게 생각했으니까 너무 맘 아파하지 말아."
"엄마는 니 자랑만 하셨어. 마니 하셨어. 표현이 투박스러워서 그렇지 다 알았어."
"은근히 딸 자랑스러워했거든. 언니 성격이 대 놓고 안 하지만 난 느낄 수 있거든."
엄마는 뭐가 그렇게 자랑스러웠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