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엄마가 주님 곁으로 가신지 딱 50일이 되는 날이고, 돌아가신 영혼들을 위해 기도하는 날이기도 하다. 동네 성당에서 새벽 여섯 시에 미사가 있어서 참례했고, 미사 후 연도가 있어서 연도까지 마쳤다. 장례식 때 연도해주시던 많은 분들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미사를 마치고 근처 스타벅스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하고 성지순례를 떠났다. 오늘의 목적지는 춘천. 춘천에 가게 된 이유는 좀 단순하다. 가을날 진한 핫초코가 마시고 싶어서 카페를 찾아보다가 춘천에 있는 초콜릿 전문점을 알게 됐는데, 달랑 핫초코 한 잔 마시러 거기까지 가는 건 무리라는 생각이 드는 찰나에 엄마의 성지순례 책이 떠올랐다. 춘천에 있는 성지는 대부분 비어 있었기에, 성지순례도 하고 핫초코도 마시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에서 지하철을 타고 한 시간을 꼬박 서서, 나머지 20분은 앉아서 도착한 춘천은 거리마다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어 있었다. 도시 전체가 노랗게 물든 것처럼 느껴졌다. 부지런히 걷고, 버스 타고, 버스를 한참 기다리다 결국은 택시를 타기도 하고, 그렇게 목표했던 춘천 성지 네 곳을 다 돌았다. 초 봉헌도 두 번 했다. 물론 핫초코도 마시고(기대만큼 맛있진 않았다). 지금도 엄마가 몸을 벗고 영혼이 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많은 이들의 마음이 그렇지 않을까.
새벽 미사시간에 신부님이 인디언들의 기도를 소개해주셨는데, 인디언들은 사랑하는 이들이 햇살로, 비로, 바람으로, 별로 늘 함께한다고 믿었단다. 가을의 따사로운 햇살로, 상쾌한 바람으로,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로 엄마가 오늘을 함께 해주셨으리라.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