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11일 계속

by 꽃반지

여름날의 외출은 왜 이리 어려운가. 쉽사리 날씨와 기분에 젖는다. 어제는 한 발짝도 집 밖을 못 나오다가 오늘에서야 겨우 몸을 일으켜 밥을 짓고 설거지를 하고 밖으로 나갈 마음을 냈다. 한 글자도 안 쓸 거면서 노트북을 챙기고 한 문장도 안 읽을 거면서 책 한 권을 챙기고 카페 안이 추울 것 같아 긴소매 셔츠도 하나 챙기고 비가 올지 모르니 우산도 챙기고 긴 머리로 작업하기 어려우니 머리를 틀어 올릴 집게핀도 챙기고 음악소리가 시끄럽거나 가사가 있다면 글쓰기에 방해가 되니 귀마개도 챙기고 모기에 잘 물리니 모기약도 챙기고, 그리고 또. 결국엔 한 짐을 지고 카페 한 구석에 겨우 자리를 잡았는데, 노트북을 켜고 원고를 채 정리하기도 전에 울음이 터졌다. 하루에 몇 분씩 모은 글들이 매듭을 짓지 못하고 이리저리 흩어져있는 모양을 보니 내가 불쌍해서 갑자기 눈물이 흘렀다. 나는 뭘 하자고 이러고 있나. 회사 열심히 다니고 돈 벌고 집에 와서 잘 쉬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잘 살고 있는 건데, 왜 매 순간 자책하면서 글을 써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그치며 사나. 먹고사느라 글쓰기가 어렵다면 당연히 먹고 살기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고 많은 이들이 그렇게 살고 있지 않나. 앞으로 얼마나 더 불쌍한 시간들을 보내야 겨우 책 한 권에 담길 원고를 쓸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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