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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K Nov 2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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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원점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적는다.


여행을 다녀온 후 무엇을 해야 할까 많은 고민과 갈등을 하다 어릴 적부터 하고 싶었던 '영화'라는 추상적 단어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그렇게 시작한 도전은 운이 좋게 자원봉사자로 지원을 하였던 영화제의 기획과 마케팅을 총괄하는 자리를 나에게 주었고, 그 경력을 타고 흘러 지금은 한국영화 투자배급 회사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정말 운이 너무나도 좋았다.


그렇게 시작된 영화의 일은 나에게 아주 적당한 안락함을 주었다.

예전 대기업의 업무강도에 비해 여유로운 업무는 일과 삶의 균형을 주었고, 여전히 특별할 것 없는 업무였지만 크랭크인이 들어가면 중간중간 일어나는 이벤트는 스스로 영화일을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며 색다른 만족감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너무 운이 좋아서일까? 아니면 시간이 많아서 일까?

어느 날 문득 튀어 들어온 생각이 모든 걸 뒤틀어 버렸다.


'아이와 함께 마당 있는 집에서 살고 싶어.'


그렇게 달리기 시작한 생각의 고리는 '돈을 많이 벌고 싶다.'에 다다라 멈춰 섰다.

살면서 가장 강력하게 느껴본 돈에 대한 욕구.

가끔 돈을 벌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스쳐 지나가곤 했지만, 우선순위에서 항상 꿈과 하고 싶은 일, 가슴 뛰게 하는 일들에 밀려 항상 뒤쪽에 어렴풋하게 보이던 녀석이 '돈'이란 놈이었다.

그런 '돈'이 갑자기 불쑥 앞으로 튀어나와버렸다.

"뭐, 좀 있음 들어가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은 보기 좋게 틀린 판단이란 것을 보여주듯 점점 몸집을 부풀리기 시작하더니 결국 뇌 속을 밀가루 반죽 덩어리처럼 조금의 틈도 없이 한가득 메우고 말았다.


그렇게 모두가 '사직서'라고 읽는 '육아 휴직서'를 내고 '스타트업'이라는 시장에 호기롭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겁도 없이.


그렇게 시작된 준비는 조급한 마음과 함께 빠르게 내달려 갔다.

메인 플랜과 서브 플랜으로 시작된 기획은 1달도 안돼 팀을 만들고 초안을 잡고 휘몰라 치며 나아갔다.

하지만 두 가지 플랜을 함께 이끌어 나가기엔 능력 부족은 확실한 팩트였기에 선택은 한쪽으로 기울었고 그 무게 추는 단기간 눈에 보이는 성과를 보여 줄 수 있는 서브 플랜으로 향했다.


생각의 반추는 티끌에서도 시작될 수도 있다.

정말 사소한 생각이 불시에 부유하기 시작했다. 그 생각의 부유는 점점 바람을 일더니 결국은 소용돌이를 동반한 거대한 휘몰아침으로 변모하였고, 그 사건으로 현재에서 한발 물러난 객관적 관점의 시도가 던져졌다. 


그 과정은 참담했고, 결국은 원점이라는 결과로 도출되었다.

서브 플랜을 드롭시키고, 팀 해체를 결정했다. 팀 해체의 경우는 걱정과 우려와 그리고 가장 큰 미안함이 앞섰지만, 본업과 겸업을 하는 팀원들과 함께 하기엔 부족한 나의 능력 탓으로

메인 플랜을 살리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Restart. 그리고 원점.

2달간 많은 일을 하였고 많은 일들이 지나갔지만 결국 난 2달간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과 다름없는 원점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훨씬 심플해진 느낌이다. 가벼워졌기에 쉽게 발을 옮길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 뭐, 첫 발걸음을 떼면 아, 착각이었구나... 를 바로 알게 될지 모르지만) 

이제, 원점에서 가장 큰 숙제는 하나이다. 그 끝이 낭떠러지 일지 아니면 해변 일지, 아니면 뫼비우스의 띠처럼 끝나지 않을지도 모르는 터널 안을 호기롭게 뛰어 들어갈 파트너를 찾는 일인데... 

그게... 참... 그러하다... 정말... 그러하다...


그 과정에서 내가 배운 한가지.

세상의 모든 일은 사람에서 시작해서 사람에서 끝난다.


이것도 큰 얻음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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