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K Jan 29. 2016

만사가 진지한 사람

머리 속 잡다한 생각들에 대한 가벼운 이야기

요즘 머리 속에 있는 잡다한 생각들


사과는 통째로 믹서기에서 갈리지 않는다.

 임신한 아내를 위해 사과-키위  생과일주스를 만들기로 했다. 원래는 키위와 사과즙으로 만들었는데, 사과즙이 다 떨어져 진짜 사과를 넣기로 했다. 사과를 4 등분하여 믹서기에 넣고 돌리니 갈리지 않는다. 진짜 몰랐다. ‘드르르륵~’하며 갈릴 거란 상상과는 달리 그대로다. 결국 사과와 사투를 벌이고 주방이 엉망이 되고 나서야 끝이 났다. 다 마무리 짓고 나니 갑자기 인도 길거리 과일주스 가게가 떠올랐다. 매번 생수를 들고 가 수돗물 대신 생수를 넣어달라고 했던 그 순간이 말이다. 그땐 양을 늘리기 위해 물을 넣는다고 생각했지 윤활유의 역할을 위해 물을 넣고 믹스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역시 사람은 자기 편한 데로 생각한다. 고쳐야 할 습관 하나 추가.


시간과 남, 여의 사랑의 상관관계

 남, 여가 사랑을 하고 시간이 지나면, 여자는 점점 사랑이 증폭되고 남자는 점점 사랑이 식어 간다고 한다. 생물학적 근거를 들며 정설처럼  이야기하는 기사를 보았다. 하지만, 나에겐 적용되지 않는 이론인 것 같다. 물론 우리의 특이한 상황(아내가 돈을 벌고, 남편인 난 집에서 집안일을 하는)으로 인해 역할 반전에 기인한 결과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난 매일 더 아내를 사랑하는 거 같다. 그러니, sns나 기사로 떠도는 이러했네, 저러하네 식의 이론들을 너무 신봉하지 말자. 


p.s 뭐, 솔직히 아내에 대한 마음이 평생 간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을 지금 할 필요는 없으니 이것 도한 pass.


이렇게 꼰대가 되어 가는 것인가?

 한동안 sns를 끊었었다. Sns에 넘쳐나는 광고와 자기 PR을 계속 보고 있으면 정신건강에 해가 될 거  같아서였다. 그러다 요즘 다시 SNS를 해야 할 일(타의 반, 자의 반)이 있어 가끔 들어가게 되는데, 여전히 적응하기 힘듬을 느낀다.  그중 하나가 여행지에서 자신의 누드 사진을 찍어 올리는 것이다.  (동영상부터 커플사진까지 참 다양하게도 많다) 물론, 그 행동에 대해 이해는 할 수 있지만, 그 사람들과는 나는 절대  친해지지 못할 것이다.(이것은 의지에 찬 확신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가 인맥 갈 구형들이다. 스스로의 업적을 포장하여 광고를 하며, SNS에서 인맥관리를 한다. 그 속에서도 자신에게 도움이 될만한 사람과 아닌 사람에 대한 태도가 확연하게 나타난다. 앞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 행동에 대해 이해는 할 수 있지만, 어장관리에 들어가기는 정중히 사양한다. (떡 줄 사람은 생각 안 하는데 김치국을 마시는 경우라 할지라도) 가끔, 가치관이 유연하지 못하고  퍽퍽해지고 있음을 느끼는데, 그럴 때마다‘이렇게 꼰대가 되어 가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게 된다.  


만사가 진지한 사람.

 왜 인지,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주변인들에게 만사가 진지하고 재미없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진중함과 진지함을 지향하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고 사람의 마음의 중심이 아래쪽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지만 일부러 진지한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였다. 내가 원한 건 진중함 속에 위트가 있는 사람이었지, 만사에 진지하고 고리타분한 영감님이 되고 싶은 건 아니다. 분명 스스로는 개그욕심이 있고 꾸준히 개그를 구사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하나같이 나를 진지한 사람으로 틀속으로 가차 없이 던져 버렸다. 혈액형 신봉자는 아니지만, 난 O형이다. 소위 O형의 기본적 특성은 ‘분위기를 이끌고 재미있는 사람’이라고들 한다. 나 역시 여럿이 모여 조용함과 정적이 흐른다면 참지 못하고 나서서 떠드는 이야기의 주도형 인간이다. 당연히, 중간중간 개그를 구사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열심히 만인의 즐거움을 위해 희생하였건만 그들이 만들어 논 진지한 사람의 테두리를  뛰어넘지는 못한다. 평소에 보여주는 성격과 성향 때문일 수는 있겠지만, 내 속에 살아서 꿈틀대는 개그 본성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그들의 확신에 찬 행동에 슬픔을 넘어 간혹은 좌절을 맛보기도 한다. 가끔은 주변인들이 모두 단합하여 나를 상대로 트루먼쇼를 찍고 있는것이가 생각이 들 정도이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개그를 구사하며, 이 유리천정이 언젠가는 깨지길  기대해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