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해외생활, 해외취업에 대한 로망이 큰 사람이었다. 뭔가 한국의 직장인은 미생이 생각나면, 해외의 직장인은 슈츠(Suits)나 인 디 에어 (Up in the Air) 생각 났고, 이왕이면 화려해보이는 해외 직장생활을 해보고 싶었다. 특히 난 첫 인턴 준비를 군대 안에서 했었기에 밖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 극으로 달했다.
하지만 현실은 난 대학교 1학년을 겨우 마친 군인이었고, 1학기는 술 먹고 놀러 다니느라 학점이 3.0을 넘질 못했다. 그러나 말년 병장의 부푼 꿈 때문인지 원래 별로 현실을 생각하지 않는 내 성향 때문인지, 시간이 날때마다 사지방에서 해외 취업, 해외 인턴을 학교 취업 포털사이트, 사람인, 등등을 계속 뒤져보았다.
아무리 찾아보아도 내가 원하는 채용이 잘 나오지 않아 해외 인턴을 거의 포기할 무렵, 우리학교 취업 사이트에 미국회사의 한국 지사 인턴으로 한국에서 인턴 생활을 하고 미국 본사로도 가서 체험을 할 수 있는 인턴을 알게 되었다.
나는 이걸 본 순간 가슴이 너무 뛰었고 직무가 뭐든 상관없이 지원하게 되었다. 원래는 finance나 marketing과 같이 전공과 관련된 부서를 지원하고 싶었는데, 딱 봐도 경쟁률이 높을 것 같아 하나는 제일 가고 싶었던 finance부서, 두번째는 경쟁률이 비교적 낮아보이는 리테일 개발 부서에둘 더 지원하였다.
사실 나의 첫 인턴이고 미국도 가는 인턴이라 경쟁이 높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말년병장의 이유없는 자신감은 계속 있었다. 사지방에서든 내무실에와서든 가슴이 두근거렸고 그때 첫번째이자 마지막인 한국식 지원서를 써보았다.
질문들은 1) 뽑혀야 되는 이유, 2) 해당 부서를 지원한 이유, 3) 회사의 주 경쟁사는, 4) 나의 가장 큰 성취는?, 5) 나의 역경 극복 사례였다.
지금 그 당시 써 놓은 대답들을 보고 있으니 부끄럽기도 하고, 상당히 유치한 답변이 많았지만 그래도 열정을 담은 그 당시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전달되어 붙었나 싶지않다.
P.S. 오히려 Resume와 Cover Letter로 끝이 나는 대부분의 외국계 기업 서류지원보다는, 이렇게 한국식으로 여러가지를 서술하는 서류전형이 첫 인턴이나 첫 구직을 하기 위해선 더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Resume에 써놓을 게 없기 때문이다
결과는 1차 서류 합격! 2차는 면접을 위해 말년휴가를 내었고, 짧은 3cm 머리에 왁스를 열심히 발라 군인티를 최대한 안내보려 했고, 고등학교 때 샀었던 조금은 작은 정장을 입고 면접을 보러 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