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나만의 공간에 대한 갈망_한옥에서의 이야기들
나만의 공간 대한 욕심은 어릴적부터 있었다.
부모님과 평생 함께 살아왔고, 1년이상 떨어져 지내본 적이 없으니
나는 30여년이 넘게 오롯이 나만의 공간을 즐겨보지도 못한 채,
이젠 결혼을 해서 또 다른 누군가와 함께 살며 공간을 공유하고 있다.
그것도 나와 24시간 붙어있고 싶어하시는 분과 함께...
스트레스가 많다....
첫 신혼집은 계동의 작은 한옥.
한눈에 보자마자 반했고, 집에 왔던 모든 친구들이 좋아하는 따뜻하고 생기있는 집이었다.
아무것도 없던 빈 집에서 하나씩 가구들이 늘어나고,
친구들을 초대해 결혼식을 준비하고,
마당에서 바베큐를 하며 눈이 매워 울기도 했고
집밥으로 만난 친구들과 보냈던 즐거운 기억들이 가득하게 넘쳐난다.
그러나 첫 한옥생활은 생각보다 녹록치 않았고, 많은 교훈들을 알려줬다.
- 주 출입구의 문이 한겹인가 두겹인가
- 한겨울 보일러비가 얼마인지 상상할 수 있는가
- 마당에서 들어오는 수많은 벌레와 냄새와 싸워 이길 자신이 있는가
- 열쇠를 깜빡하고 난 밤에 용감하게 담을 넘을 수 있겠는가
- 새끼고양이가 문틈으로 집안에 들어와 10시간 넘게 숨어있어도 괜찮겠는가
- 거주자 전용 주차장이 수백미터 떨어져있고, 심지어 거주자주차 신청에서 탈락될 수도 있다는 걸 아는가
- 고양이가 먹다 남긴 쥐꼬리와 발을 보고도 패닉하지 않을 수 있는가
하나씩 다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아파트생활만 하던 나에겐 넘어야할 산들이 많았지만
무조건 좋았다.
부모님에게서의 독립, 그리고 자그마한 예쁜 한옥.
두번째, 지금 살고 있는 신혼집은 가회동의 작은 한옥2.
이 집도 한 눈에 보자마자 맘에 들었다.
한옥치고 엄청 큰 화장실과 욕조, 첫 한옥보다 큰 주방, 조금 더 넓은 마당.
한여름밤, 마당에서 프로젝터를 키고 보는 영화와 와인, 친구들과의 파티.
하지만 또 다른 교훈들을 일깨워줬다.
- 마당에 있는 정화조에서 때때로 나는 고약한 냄새를 맡으면서도 상쾌하게 기상할 수 있겠는가
- 미닫이 창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온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을 때 당황하지 않고 어떻게 행동해야할지 아는가
- 귀뚜라미가 침대 아래에 숨어있는 걸 발견하고 잡을 자신이 있나
- 머리맡에서 매일 밤마다 울어대는 고양이를 감당할 수 있는가
이 집도 같았다. 너무 많은 넘어야할 산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한옥이니까, 예쁘니까!
하지만 두번의 전세 생활을 거치면서 -특히 한옥이기 때문에- 겪었던 불편함들은
점점 더 나의, 우리의 집과 터전을 가져야한다 라는 강박으로 다가왔다.
어쩌면. 계속 세입자로 살고 싶지 않아서. 가 더 큰 이유일 수 있겠지만..
그래서 우리는,
2015년부터 시간 날 때마다 서울의 방방곡곡 부동산을 보러다니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