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oi Project Nov 05. 2018

서울에서 상가주택을 샀다

04. 가장 중요한 건_용기있게 맺고 끊어주는 것

일년여만이다.


첫번째 오피스텔에서 바로 삼선동으로 이사올 것이라 생각했다.

계획된 틀 안에 모든 것이 이루어지긴 어렵지만,

나는 계획대로 되지않으면 스트레스를 심각하게 많이 받는 골치아픈 타입이다.

절대 ENFP 아닐 것만 같은- GREEEN 성향이 강한 나로써는

꽤나 힘든 시절을 보냈다. 지난 겨울..

정말로 너덜너덜. 했다.


내상태와 비슷했던 옛날 천장


첫번째 용산의 오피스텔 생활은 물 흐르듯 흘러갔다.

우리의 계획은 1월 말에 입주하는 것이었고,

3개월 가량의 시한부같은 오피스텔 생활은

다시 결혼한 신혼부부마냥 로맨틱한 것이

나는 꽤나 즐거웠다.

혹시. 매일 밖에서 식사를 했어야했기 때문에...?????





왜였던가

설계를 마치고 공사가 들어가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용산 오피스텔은 다음달로 만기가 다가왔지만, 공사는 시작도 안했다.

임대인 사정상 연장이 불가능해져서,

결국 공사하는 기간을 포함해 3월 초까지는 다른 오피스텔을 다시 알아봐야했다.

원래 다들 이렇게 힘들게 하는건가 싶다가도,

돈주고도 못할 경험이라 생각하고 재밌게 생각하기로 했다.

또 다른 오피스텔이라니..


그러나 그 때 즈음 가장 큰 고민은, 새로운 오피스텔을 구하는 것이 아니었다.

공사까지 쭉-. 설계팀과 같이 가야하는데

계속.

뭔가.

아쉬웠다...

전공자의 욕심이 과해지는 순간도 가끔 있었다.


눈이 휘둥그레 해 질만한 설계안이 아니었어서 였을까,

오래되고 제한된 범위 안의 리모델링이라지만, 우리가 상상했던 수직을 오가는 공간감은 적었고

지역 커뮤니티를 끌어올릴 수 있을만한 매력있는 출입구가 아니었다.

우리는 정말 많은 대화를 했고, 많은 그림을 그렸지만

결과적으로는 많은 아쉬움이 남았고

한정된 예산과 시간 안에서 결국 여러가지 것들을 타협할 수 밖에 없었다.


배운게 도둑질이라고 갑자기 철지난 전공을 살려 도면을 직접 쳐볼까,

정말 오랫만에 을지로에서 악세사리도 알아보러 다니고,

이케아도 정말 많이 갔고,

주변 지인들에게 견적서를 검토받기도,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도 많이 들었던 것 같다.

가장 오래 고민한 이케아 주방.. 그러나 나의 것이 아니었다.



결국 결정은 우리가 하는 것.

실은 이게 제일 어려운 일이었다.

어느 정도 선에서 용기있게 맺고 끊어주는 일.



여차저차 일들 끝에 공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1월 초, 공사 시작을 알리는 계약서를 작성했다. 땅땅땅!

이제 계약서 쓰는 것 정도는 마음에 부담도 안왔다,

공사비 1,2억이 쉽게 느껴졌던 시기였다.


알고는 있었는데, 철거를 시작하고 나서 만난 예전 건물의 천장.

집을 지었던 교수님은 여기 4층 꼭대기에 창을 내고

하늘을 바라보며 책을 읽으셨었나보다.

꽤나 로맨틱한 상상이 되었던 4층 천장


아. 그래도 처음 철거를 시작했던

그 일주일이 가장 행복했던 것 같다.





일년만에 암스텔담으로 출장 가는 날 새벽 1시 즈음,

1층의 기존 임차인에게 전화가 왔다.

"건물에 물이 새서 작업장이 물난리가 났다..." 고라고라고.

그로부터 한동안 부서져있었던 나의 정신

우리 오늘 비행기 타야되는데

물이라니



마침 근처 사는 지인에게도 연락이 왔다.

이 밤에 건물 앞에 경찰차, 119 다 와서 서 있어서 봤더니

물이 새서 누군가가 119를 불러서 수도를 잠근 것 같다고.. 라고라고.

 

119라니.. 경찰차라니...!!!



오후 비행기라 시간이 좀 있으니

오전에 집에 들러 상태를 좀 보겠다고 하고

억지로 눈을 감았다. 도저히 지금 시간에 갈 수가 없었다.

아마도 눈물이 한번 흘렀던 것 같다.

망.....

작가의 이전글 서울에서 상가주택을 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