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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연아 Feb 25. 2019

S/W 개발자들의 제조 스타트업 도전기

PART 1. 창업 아이템 선정하기

가정용 반려 로봇을 만드는 게 주 업(業)인 서큘러스.

'로봇을 만듭니다.'라고 하면 제조업을 생각하기 쉽지만, 우리 팀원 중에 하드웨어 개발자는 아무도 없다. 창립멤버인 대표님, CTO, 그리고 나까지 모두 소프트웨어 개발자 출신이고, 현재 팀원도 소프트웨어 개발자, 제품 디자이너, 경영지원 겸 마케팅 담당자로 구성되어 있다.

이런 팀 조합으로 어떻게 로봇을 만들게 되었을까? 그리고 약 3년 동안 우리는 어떻게 생존하고 있을까?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그중, 오늘은 우리의 아이템인 '가정용 반려 로봇 파이보'가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한 것인지 이야기하려고 한다. 첫 아이템부터 과정을 담고 있으니 꽤 재밌는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이전 이야기에서 지금 파이보의 컨셉을 만들기까지 우리의 생각을 어떻게 담았는지 기록한 것이었다면, 오늘은 파이보의 하드웨어적 변화도 함께 담았다.


아직 지난 이야기를 못 본 분들은... 

▽ ▽ ▽ 

https://brunch.co.kr/@kiyeonah/27



창업 아이템 선정하기


2015년 내가 처음 서큘러스에 창업 준비를 위해 합류할 때만 해도 우리의 창업 아이템은 '클라우드 기반의 코딩 교육 플랫폼'이었다. 이 아이템은 대표님이 삼성 SDS 재직시설 신사업 TF 팀에서 제안한 것이었다. 여러 이유로 사업화가 무산되고 우리 회사의 첫 창업 아이템이 된 것이다.

첫 아이템을 소개하기 위한 간단한 영상 하나.

LooFin v0.02



온라인 게임을 하듯이 온라인 상에 방을 하나 만들고 1명의 강사와 N명의 수강생이 모여 프로그래밍 수업을 수강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인터넷만 연결하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무료로 수업을 들을 수 있다. 또한 내가 학습한 기록은 자동 분석되어 차트로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다시 생각해도 아름답고 의미 있는 아이템이다. 아, 처음에는 이름도 서큘러스가 아니라 루핀(Loofin)이었다.

이랬던 아이템이 어쩌다 로봇으로 변경되었을까?



남자의 로망은 현실로


각자 온라인으로만 수업을 듣다 보니 한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바로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작심삼일처럼 처음에 의지를 가지고 시작하지만 자율성이 많다 보니 끝까지 의지를 가지고 완주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나는 창업 멤버로 가장 마지막에 합류했기 때문에 대표님과 CTO가 먼저 창업 준비 중이었는데, 이 고민의 해답으로 하드웨어 결합을 생각하였다. 오픈소스 하드웨어로 알려진 아두이노와 라즈베리파이(라즈베리파이는 엄밀히 말하면 오픈소스 하드웨어는 아니지만, 혼용하여 사용한다.)가 등장할 때였고, 이를 우리 플랫폼에 연동시켜보기로 했다.

물론 소프트웨어만으로 수업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S/W, H/W 그리고 콘텐츠가 결합된 무언가를 만들면 흥미가 증가하고 더 나은 학습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어떤 것을 만들지 무수한 고민을 거쳐 남자의 로망이라는 '로봇'을 만들기로 결정했고, 지금도 굉장히 잘 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대표님과 CTO 머릿속의 로봇..


바로 로봇을 만들 수 없어서 거쳐왔던 몇몇의 작품들.

라즈베리파이 서보모터 제어 (raspberrypi with wiring-pi softpwm)


로봇의 큰 축인 서보모터 제어하는 것부터 배우던 시절을 거쳐

Project H - Raspberry Car Test


이런 RC카도 만들어보고

Raspberry Pi Robot Test (라즈베리파이 로봇 테스트)


인터넷에서 로봇 프레임을 구매해서 라즈베리파이와 연결해 만들어도 보고

Culu - model C1 / Circulus Robot


포맥스를 잘라 로봇 프레임 위에 하나씩 붙여도 보고 3D 프린터라는  신문물을 만나 점차 우리만의 모습으로 발전시켜 나갔다.

[piBo] Personal Intelligence roBOt - 군집 이동 실험



로봇에 CULU라는 이름을 거쳐 pibo라는 이름도 붙여주었다. 뜻은 personal intelligence robot으로 똑똑한 개인용 지능형 로봇이다. 내가 만든 나만의 똑똑한 로봇. 캬!

이 로봇들은 단독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첫 번째 아이템이었던 코딩 교육 플랫폼 위에서 동작하는 것이다. 원격의 컴퓨터(PC, 태블릿, 스마트 폰 등)에서 소스코드를 작성, 수정하고 실행하면 로봇에 바로 반영하여 동작하는 방식이다.


창업 전, 만들었던 파이보와 RC 카, 오디오



인생은 타이밍? 창업도 타이밍


플랫폼과 라즈베리파이, 그 위에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결합하여 교육용 intelligent robot을 개발하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창업을 하고 안정적인 모델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창업의 문은 빨리 열리지 않았다. '4차 산업혁명' 단어가 전 세계를 휩쓸면서 코딩 교육의 필요성은 실감하고 있지만, 유초등 대상의 교구에 대한 수요가 대부분을 차지하였기 때문이다.

하루, 이틀 늦어지는 창업 시기에 속상해하고 있던 찰나, '이세돌 vs. 알파고'라는 세기의 대회가 열리게 된다. 어렴풋이 알고는 있지만 실제로 접해본 적이 없던 '인공지능'의 대표주자인 알파고와 바둑 선수 중 최고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 '인간' 이세돌과의 대결. 이세돌이 쉽게 이길 것이라는 기대와 다르게 4:1로 알파고가 승리하고 인공지능과 로봇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증가했다.

바로 지금이었다. '인공지능' 그리고 '로봇'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이 순간, 우리의 pibo에서 교육기능보다는 personal intelligence robot이라는 이름에 맞게 개인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한 로봇으로 내세워, 창업 보육 프로그램인 '스마트 벤처 창업학교'에 신청하였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알파고 이슈(2016년 3월)가 터진 지 5개월만(2016년 8월)에 드디어 첫 창업 프로그램에 합격을 하고, 2016년 9월 1일 공식적으로 (주)서큘러스가 탄생하였다.


창업만 하면 금방 로봇을 만들 줄 알았지만, 아직까지 진행형인 우리의 이야기는 다음 2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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