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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백분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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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바 May 07. 2018

양말과 골목 (1)

양밍아웃

양말을 좋아해요!

  라는 문장은 나를 소개하는 방법이다.


 "양말을 좋아해요"하고 말하면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하나, (가장 많은 비율의 사람들) 내 발로 시선이 향한다.

 둘, (꽤 자주) 페티시가 있는 사람으로 오해한다. ("성인이니까 이해할게")

 셋, (가끔) 자기도 양말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양말을 좋아하는 것 같다, 고 결론을 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마도 스무살 무렵. 명동엘 갔다. 멋쟁이들이 많았다. 색색깔의 양말들을 보았다. 교복 치마에 흰 발목양말만 신을 줄만 알았는데.

 그렇게 복숭아뼈를 덮고도 남는 긴 양말이나 색색깔의 양말을 한 켤레씩 사서 모으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양말 브랜드도 생겼다. 겨울이면 나타나는 수족냉증에 이왕이면 예쁜 양말로 대응하고 싶었다.

 "그놈의 양말 그만 좀 사!"라고 엄마가 말해도, 여전히 생일 선물로 받고 싶은 첫 번째 선물은 양말. 크리스마스 선물도 역시 양말이었음 좋겠다. 아마도, 누군가 좋아하는 디자인의 양말을 한아름 건네면서 고백을 해온다면 나는 "지금 프로포즈 하는거야?"라고 말할 게 분명하다.


 고개를 숙여 시선을 발 아래로 떨어뜨려야만 볼 수 있는. 걸을 때마다 슬쩍 고개를 내밀었다 다시 숨곤 하는 양말을 좋아한다. 굳이 신경 쓰지 않으면 보이지 않아 자꾸만 굳이 신경을 쓰고 싶어진다. 그렇게 두 발을 쏙 밀어 넣는다.


 매일 밤 잠자리에 들기 전, 꽤 오랜 시간을 들여 내일 신을 양말을 고른다.

 나름 신중하고 진지하게, 골라놓지 않으면 내일 아침 퍽 곤란해진다. 신을 양말에 따라 입을 옷이 달라지는 경우도 잦다. 그러니까 나는,

 양말을 꽤 많이 좋아하는 편이다.


 그러니까 정말 정말 양말을 좋아하는데, 어떻게 말로 표현할 방법이 없네. 이쯤 돼서 갑자기 궁금해하는 분도 계실 거다. 제목은 '양말과 골목'인데 그래서 골목 이야기는 언제 나오느냐고.


 그건 다음 편에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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