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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바 Sep 12. 2022

첫 번째 강습 : 숨참고 러브다이브는 빡쎈러브였어


마침내

수영강습을 질렀지만 또 다른 고민이 있었다.

바로 시간.


광고회사에서 일하는 나는 워라밸의 ㅇ도 없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오늘 나의 퇴근 시간도 알 수 없는 날이 대부분이다.


퇴근을 해도 되겠다 싶어 컴퓨터를 껐다가도 다시 켜는 건 다반사.

오늘은 괜찮겠지 싶어 친구와의 약속을 잡았는데 갑자기 야근 각이 생겨  

친구를 몇 시간 동안 기다리게 만드는 trash가 되는 것도 기본.

약속을 잡는다는 개념이 희미해진 것도 오래.


이렇게 갑자기 / 자주 / 늦게까지 야근을 하는 나에게 저녁시간은 확보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그러면 오전 시간을 활용해야 하는데 이것도 엄청 부담스러웠다. 전날 야근하면 어떻게 일찍 일어나지? 싶은 생각에.


하지만 헤엄칠 결심을 한 이상 무서울 게 없었다. 그리고 365일 중에 고작 8일이잖아? (8회 강습 우선 결제했음)라고 자꾸 날 다독였다. 수영하고 출근해보는 거야!


찐 ENFP인 나는 지르고 나서 계산을 시작했다. 음... 그럼.. 수영하고 출근하려면 몇 시에 일어나야 하지...? 거슬러 올라가보니


새벽 다섯시 반이었다.

이거 미라클 모닝이잖아?

다행인 건 1년 전, 미라클 모닝을 도전해봤다는 것이고

불행인 건 미라클 모닝과 야근을 하게 되었을 때 어마어마한 힘듦을 몸이 알고 있다는 거였다.


근데 뭐 어째? 이미 주사위를 던져부렀는걸?


걱정과 결연한 의지가 범벅된 강습 첫 날. 첫 번째 알람에 벌떡 일어나 백팩을 대충 메고 나왔다. 이른 시간임에도 지하철엔 사람들이 꽤 많았다. 다들 참 부지런하다-는 생각에 존경심이 일었다가 나도 이 안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곤 낯선 뿌듯함이 일었다. 하필 비가 내려 몸이 두 배로 무거운 느낌이었지만 마음이 자꾸만 붕붕 뜨는 기분이었다. 다시 한 번 핸드폰으로 ‘수영장 매너’, ‘수영 매너’ 를 검색하며 글로 학습도 했다. 입장 전 샤워를 꼭 해야한다고 볼드체로 적혀있었다.


수영장에 도착해 뜻밖의 난관을 마주했다. 수영복 착용, 난이도 최상이었다. 입기 어려워서 낑낑거리는 내 모습도 그렇지만 그 굴욕감을 이겨내야 하는 게 더했다. 수영모자와 수경도 능숙한 척 쓰고 드디어 수영장으로 갔다.


첫 번째 시간에는


-앉아서 발차기 하기

-엎드려서 발차기 하기

-잠수와 수영호흡법


을 배웠는데 가장 어려운 건 잠수와 수영호흡법이었다.


1) 양양에서 서핑하다 구조 당하고 2) 바다 한복판 스노쿨링으로 물공포증이 생긴 나는 물 속으로 들어가 호흡하고 버틴다는 게 어렵게 느껴졌다. 입으로 숨을 합~! 들이마시고 물 속으로 들어가 코로 숨을 내쉬다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와 숨을 뱉는 이 3단계가 왜 이렇게 어려운지.


심지어 코로 숨을 뱉어야 하는데 들이마시는 바람에

코로 물을 잔뜩 먹었을 때,

노래 한 구절이 생각났다.


숨 참고 love dive
Woo lalalalalalala



아이브의 러브 다이브였다.


숨참고 러브 다이브라니.

심지어 라라랄라라라라?

흥얼거리기까지...?


3단계 호흡법을 익히고

숨을 최대한 참으며

다이브까지 한다고?


나는 3단계 호흡법 익히는 것도 버벅대고

호흡도 모자라서 금세 물 위로 올라오고

코로 물 잔뜩 먹었는데 ... ?


숨참고 러브 다이브는 빡쎈 러브였어.

이렇게 엄청난 러브라니,,,,,



앞으로 나는 코방울 만들면서 수영호흡법을 할 때마다

러브다이브를 속으로 부르며 좀 더 버텨봐야겠다고 생각했다.



[ 오늘의 굴욕스토리 ]



“바른씨, 수경 거꾸로 썼어요.”


“근데 사실 수모도 거꾸로 쓰셨어요. 선이 가운데 오게 쓰셔야돼요.”


끝나고 회사 가는 길에 ‘수모 쓰는 법’ 다시 찾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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