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사업 제안요청서 분석 TRAINING ('24.7.15, 내하출판사)
생각이 많아지면 고민만 늘어나니 구성 정도만 마련하고 일단 무작정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통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소설이 아닌 전문서 영역의 주제를 선정했기 때문에 예상대로 본격적인 작업에 앞서 콘텐츠의 선정과 구상, 배치 등을 기획하는 초기 단계부터 많은 시간이 할애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총 8개의 용역 제안요청서(RFP) 사례에 관한 분석 내용을 엮어 책으로 출간하였는데, 초기 카카오 브런치를 통해 작업할 때에는 한 사례에 작성된 글의 양이 꽤 많아 사례당 두 개의 게시글로 나눠 콘텐츠를 발행하게 되었다. 하나의 용역 사례당 A4 규격을 기준으로 약 30장이 채워졌으니, 본문의 사례만 고려한다고 해도 총 8개의 사례, 적게 잡아도 최소 240장 이상의 통합원고 분량을 작업하게 된 셈이다.
앞서도 말했듯이 처음부터 출간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 다만 운이 좋아 출판사와의 연결고리가 생겨 출간까지 가게 된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은 해보았고, 비록 그러지는 못하더라도 보통의 사람들이 쉽사리 행동으로 연결하지 못하는 “자신의 발자취를 기록”하는 일이기도 하며 이것이 본인의 경력에도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딱히 글을 쓰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따라서 “책”이라는 하나의 작품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조금은 더 가벼운 잣대를 나름의 기준들로 삼아 브런치에 담아내기 시작했다. 물론 그렇지만 글을 작성하고 이를 발행(브런치를 통해 해당 글을 게시하는 행위)하는 데 있어 본인만의 몇 가지 원칙들은 당연히 존재했다.
첫 번째, 일관성과 통일성을 갖출 것.
본인이 집필한 책의 구성 컨셉은 총 8개의 정부 용역 사례를 바탕으로 진단의 내용을 제시하는 것이다. 따라서 8개 사례의 진단 내용 간 구성의 통일성 확보는 필수이다. 이러한 본 책의 구성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아도 일반적인 글이나 문서, 보고서 등에서 일관된 문맥(Context)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글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큰 줄기의 핵심을 벗어나지 않을 때 비로소 독자에게 정확한 의도를 전달할 수 있으며 독자의 관점에서도 높은 이해도와 집중력으로 글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내가 추구하는 수준의 품질을 확보할 것.
사람마다 글을 작성하고 표현하는 문턱의 기준이 다르다. 본인도 글을 작성할 때 특히 짚어보는 요소나 나름의 기준점들을 갖고 있는데, 예를 들면 문장 자체가 매끄럽게 읽히는지, 앞뒤 문장과의 맥락이 일치하는지, 문장 내 동일 단어가 반복되는지 등을 중점으로 검토한다. 매 문장을 작성할 때마다 지속해서 여러 번 읽어보며 해당 기준들을 적용해 무언가가 자연스럽지 않다면 수정과 정독을 반복한다. 이 같은 방식은 집필에 오랜 소요기간을 가져올 수 있는 반면에 글의 수준을 높이고 더불어 저자의 글쓰기 실력을 기를 수 있는 최고의 훈련 방식이기도 하다.
세 번째, 수요자가 공감할만한 내용을 담을 것.
나만이 충족하기 위한 목적으로 폐쇄된 기록의 글을 작성하는 것도 물론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조금 더 사고를 확장해본다면 보다 많은 사람이 내 글을 읽고 무언가를 느끼는 편이 더욱 큰 가치를 제공하게 됨을 알 수 있다. 본 글의 집필 의도와 목적에 따른 수요층이 분명 존재할 것이고 그들로부터 공감대를 충분히 형성한다면 본 글이 부여하는 가치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더구나 향후 출간까지 고려한다면 더욱이 타겟 수요층이 흥미를 보일 수 있도록 그들이 원하는 정보와 구성, 필요로 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좋다.
약 10개월 동안 브런치를 통해 8개 사례의 분석 원고작업을 거의 마무리해갈 무렵, 내하출판사의 대표님과 연이 닿아 해당 원고에 대한 출간 여부가 긍정적으로 논의되었고 결국 2024년 3월, 기획 출판의 형태로 「공공사업 제안요청서 분석 Training」의 출간 계약을 맺었다.
막상 출간이 결정되니 대표님의 요구사항에 따라 원고를 수정하는 것이 일이었다. 거의 300장이나 되는 원고를 몇 번씩이나 정독해 요구사항을 반영하였고 이로 인해 무너지는 무수히 많은 단어와 문장, 문단, 그림 등 간의 논리적 흐름을 재연결하기 위해 다시 또 원고를 정독하고 수정, 보완해야 했다. 한 편의 책을 집필하는 것이 고뇌의 연속이라는 말처럼, 평소 업무를 위해 머리를 쓰는 것과는 또 다른 집중력과 의지력이 요구됨을 절실히 느끼는 경험이었다.
이것이 곧 퇴고(推敲)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