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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들국진 Sep 27. 2018

늦어버린 여름휴가 #2 춘천여행

춘천닭갈비

닭갈비 전 에피타이저, 안동휴게소 알감자

늦어버린 여름휴가 첫 여행지는 '춘천'입니다. 부산에서 장장 4시간30분이 걸려 도착한 이곳. 닭갈비의 고장이자 문학가 김유정이 살았던 곳. 강릉으로 바로 갈까 하다 춘천으로 온 건 본토의 닭갈비와 활자엽서를 만들어보고 싶어서입니다.


춘천시외버스터미널에 내려 남춘천역으로 향하는 길에 닭갈비골목이 있었어요. 나는 명동닭갈비골목에 갈 계획이었지만 생각해보니 춘천 어딜가나 닭갈비를 먹을 수 있을거란 생각에 김유정역 근처에서 먹기로 결정했습니다. 부산에서 돼지국밥을 흔히 파는 것 처럼요.


김유정역 점순이네 닭갈비


춘천엔 철판닭갈비와 숯불닭갈비가 있는데, 마지막까지 고민하다 철판을 선택했어요. 뚜벅이 여행이 오랜만인지라 배낭의 무게를 조절하지 못한 탓에 구워먹을 힘은 없었거든요.


무릇 혼밥을 할땐 파워당당하게 주문해야하는 법. 몇인분부터 주문가능하냐고 물으니 2인분부터래서, 그럼 철판닭갈비 2인분과 옥수수동동주 1병, (직접 딴 장뇌삼을 넣은) 막국수도 한그릇 달라 했습니다.

고소한 옥수수동동주를 따라 쭈욱 들이키니 속이 뜨거워지면서 아, 나 휴가왔지 하는 실감이 났습니다. 대낮에 동동주라니, 크으! 그렇게 동동주와 닭갈비의 조화에 감탄하고 있을즈음 업무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연결될 수 있는 시대에 살고있지요. 전화로 업무 정리를 하고 문득 혼자 고생할 후배동료가 생각났습니다. 미처 인계하지못한 일이 생각났기 때문이지요. 그러고는 닭갈비를 오물거리며 "오늘은 평화롭냐"고 물었습니다. 그렇게 물을 수 밖에 없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우리의 질문은 왜 이럴까요.


현실을 떠나와 있어도 두고 온 이들의 안부가 문득문득 궁금해집니다. 나는 사람을 떠나 살 수 없을거라고 절감하며 마음에 헛헛함을 느끼던 순간, 장뇌삼 막국수가 등판했어요.

강원도 막국수는 국물이 거의 없이 이렇게 먹는건가봅니다? 자꾸 먹고 싶어지는게 배가 터지도록 먹었는데도 "한젓가락만 더?"를 고민하게 하는 매력이 있었어요.

혼자 파이팅넘치게 먹는 제가 신기한듯이 힐끔거리는 시선을 느꼈지만 뭐 알게 뭡니까. 내가 지금 행복하고 좋은데 :) (하지만 혼자 엄청 먹은건 인정)

귀여운 가게이름

혼자 여행이라면 명동닭갈비골목에 1인분을 파는 식당이 있다고 들었어요. 전 시간과 동선상 굳이 그 골목까지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김유정역 근처로 왔는데요. 김유정역 근처에도 숯불과 철판을 동시에하는 닭갈비집이 꽤 있었어요. 시간을 아끼고 싶다면 여기도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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