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한테 내 어린 시절에 대한 흥미진진한 일화를 들었다. 초등학생 때, 나는 학교에 양말을 짝짝이로 신고 간 적이 있다고 했다. 엄마는 집에 돌아온 내게 창피하지 않냐고 했었다. 나는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들려줬다. 반 친구는 내 양말을 보고 뭐라고 했고, 나는 그 애에게 반박했단다. '너는 학교에 짝짝이 양말 신고 올 수 있어?'라고. 그랬다. 나는 이렇게 남의 눈치는 보지 않고, 당당하게 행동하는 아이였다.
지금의 나라면 다시 학교에 짝짝이 양말을 신고 갈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가능하기야 할 것 같은데 차마 맨정신으로는 시도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 많던 내 자신감과 용기는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아마 그동안 사람과 시간 사이에서 쓸려다니며 모두 깎여나간 게 아닐까.
다시 짝짝이 양말을 신고 학교에 가고 싶지는 않지만, 적어도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있어서는 재치있게 밀고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린 나에게 한 수 배우는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