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지별 Feb 04. 2019

스물셋 예측

사람들이 내 목을 조르는 도구는 다양해져요

자기소개서, 웨딩드레스, 아기 옷 등등

몇 푼이라도 함께 쥐여 주면 다행이죠

초면인 이도 한 마디씩 내리꽂고 가는 판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도 전에

나보다 무거운 다른 이를 업고 걸으라는데

자세만 잠깐 고치려 멈춰서도

계속 가라고 고함을 쳐요


넘어질 까봐 한번 뛰어보지도 못 하는데

어쩌다가 넘어져본 사람들은

그게 전부 자기 의지였던 마냥

높은 강단에 올라가선

실패 예찬이나 하고 있더군요

한심하기는,


실패해도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한번 실패했다 영영 죽어버린 사람의 존재는

세상에서 아예 지워버리던데

그걸 지적하면 나를 밑바닥에 처박을 테니

혼자 입만 다물면 모두가 편해요


칠월엔 다섯 개의 초가 꽂힌

1호 사이즈의 케이크를 받을 거예요

긴 초 두 개와 짧은 초 세 개

참석한 그 누구도 달갑지 않은

생일 파티를 하겠죠

초는 녹아 사라지겠지만

케이크도 한 입에 사라지겠지만

이미 지나간 시간은 어깨에 얹혀 있겠지요

어깨만 자란 아이는 자꾸 울어요

 

내 이름은 잊어도

내 나이는 잊지 않겠지요

그러니까, 네가 누구더라

아! 그래서 취업은 했니?

나도 당신 이름을 모르지만 덕담은 날아와요


새로 떠오르는 해는 달갑지 않고

도착한 올해의 점괘는 이렇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스노우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