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ne Dec 02. 2017

어느 흔한 주말

누군가에는 흔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드문 시간


조개껍데기가 부딪히는 듯한 “탁탁” 소리에 잠에서 깼다. 두툼한 이불속에서 뭉그적거리며 일어나 엄마를 부른다.


"엄마아아 엄마아아"

"으응~ 일어났어?"

"엄마아 뭐해? 무슨 맛있는 소리야~?"

"맞춰봐~ 맛있는 거 하고 있지롱"


우리 집의 흔한 주말 풍경은 두 눈을 비비며 일어나 엄마를 찾는 내 목소리로 시작된다.


스물일곱이었던 지난해까지는 엄마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주말 아침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스물여덟의 어느 순간부터, 엄마와 함께 눈을 맞추고 웃음을 나누고 맛을 공유하는 순간들이 너무나 소중해졌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순간’이란 진부한 표현이 새삼 뭉클하게 녹아들었다. 나뿐만 아니라 엄마도 그랬다. 결혼 생각이 없어 보이던 오빠가 연애를 ‘고백(?)’하고부터 더더욱.


사실 우리 세 식구가 모여 앉아 쫑알쫑알하는 순간들이 요즘의 나에겐 흔하지만 (평일 주말 구분 없이 야근을 하던) 과거의 나에겐 드문 시간이었다. 그래서, 요즘 같은 날들이 꽤 오래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어딘가 잉여롭고 어딘가 단조로울 것만 같던 하루가 아침에 엄마와 함께 피운 웃음꽃으로 풍성해진 오늘. 그런 오늘이 모여 당연하지만 당연할 수 없던 욕심이 더욱 커졌다.


지난 6월, 엄마랑 처음 떠난 제주에서 내가 찍었던 '인생샷'

얼마 전, 한 자매를 인터뷰 하는 중에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잘 잤냐고 묻고 저녁에 자리에 누워 잘 자라는 인사를 건넬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참 행복해요. 그런 인사를 건넬 수 있던 시간보다 건넬 수 없었던 시간이 더 길었으니까요.”


동생과 약 18년 간 떨어져 지내다가 최근에야 동생과 함께 살게되었다는 언니가 말했다. 그날의 만남을 통해 퍼진 목소리가 오늘 이런 글을 끄적이게 된 계기가 되었을지 모르겠다.




대략 일 년 반 만에 브런치에 글을 쓴다. 지난 시간 동안 참 많은 글을 읽고 교정하고 작은 책을 만들고 (회사)블로그에 올리는 등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일'만 하며) 지냈지만 정작 '내 글'과는 더 멀어진 시간을 보냈다. 긴 글이 아니더라도 종종 혹은 자주 남겨야겠다. 마무리하지 못하고 저장만 해두었던 글들도 하나 둘 편하게 올려야지.


아참, 조개껍데기가 부딪히는 소리는 꼬막을 해감하는 소리였고, 그래서 오늘 아침 반찬은 '꼬막무침'이라 쓰고 '특식'이라 읽는 오동통한 꼬막이었다.


그리고, 사진은 지난 6월 엄마와의 첫 제주여행에서 내가 찍은 엄마의 인생샷. '인생샷'이 뭐냐는 엄마의 물음에 "인생에서 가장 잘 나온 사진?"이라고 답을 했더니, 엄마가 "뭐?? 이 사진이 내 인생에서 가장 잘 나온 사진이라고? 헐~"이라며 두 눈을 크게 뜨고 소리치셨다. "헐"을 자주 쓰는 귀여운 우리 엄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