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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성 May 19. 2016

나는 당신들을 싫어합니다

위대한 '윗분'들에 대한 이야기

글을 쓸때 나는 '나'라는 말을 잘 안쓴다. 굳이 나 자신을 드러내고 싶진 않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시끄러운 세상 조용조용히 살자는 모토는 글을 쓸 때도 변함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좀 다르다. 폭압적인 몇몇 사람들에게 할 말은 해야겠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병들게 하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충고다. '나는 당신들이 싫다.' 우리 주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엄연히 폭력을 행사하고 다른 사람의 인생을 좀먹고 있는 사람들. 더 이상 그들로 인해 우리의 내일이 더렵혀 지질 않길 바라면서.


사회적으로 상류층이라면 우리가 그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세상이 흉흉한 만큼 최소한의 '상식'과 '이성'이 아닐까. 오늘 내 주변에 피부 마사지 회사를 다니며 점장을 하시던 분의 이야기를 듣게 됐다. 회장의 마사지 지시가 그 분에게 떨어졌다. 능숙도를 보겠다, 한번 받아보자는 회장님의 지시는 그러나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분명 불쾌할 수 있는 일이었다. 명확히 거절을 표시한 점장에게 돌아온 건 상사라는 사람의 사과 종용이었다. 상사는 회장은 며느리다. 그는 사과의 의미를 찾을 수 없었다. 이전에도 회장님의 마사지 평가에 대한 소문은 있었지만 실제로 지시가 떨어지자 거부했을 뿐인데 돌아온 건 윗 사람들의 너무나 냉정한 반응이었다. 그 분은 당장 내일부터 매장에 안 나갈 생각이라고 한다. 나도 동조했다. 절대 나가지 말라고. 회장님은 왜 굳이 마사지를 받으셔야 했을까. 정말 궁금하다.

 

내가 직장인이 된 이후 보게 된 사람들 중에도, 어김없이 자신의 민낯을 드러내는 '윗분'들이 있다. 극적인 순간에 굳이 자신의 화를 마구마구 겉으로 표출하시는 분들, 그것이 아랫사람을 '긴장'시키고 독려하는 것이라는 매우 올곧은 생각을 지니신 분들 말이다. 훈계, 교훈이라는 이름의 폭력을 행사하는 그들의 태도는 시대 변화에 너무나 역행하는 움직임이다. 문제는 그런 사람들의 조직을 망치는 영향력이 의외로 상당하다는 점이다. 구성원들은 지치고 의욕 역시 저하되니 조직분위기는 쳐지기 마련이다. 악순환은 반복되고 결국 조직이 붕괴될 수도 있다. 뒤늦게 돌아봤을 땐 이미 늦었을 지 모른다.


지금 재직하고 있는 회사에서도 전도 유망했던 임원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다. 실적 압박에 계열사 출신 문제까지 더해져 '라인'에서도 떨어져 나갔다. 자존감은 날로 떨어져 가는데 공로훈장을 받자 뒤에서 사람들이 수근대기 시작했다. 그는 부인에게 너무 힘들다면서 "안아달라"고 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가장이자 임원으로써 그가 짊어진 삶의 무게와 얼마나 외로웠을지 상상이 안 된다. 결국 그는 죽음을 택했다. 자살의 책임도 과연 그의 몫으로 끝나는 걸까. 단지 실적부진에 대한 정당한 질책에 그가 부러지진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견디기 힘든 무언의 압박과 시선들이 가혹하리만큼 그를 내몰았을 지 모른다.


조금이라도 이의제기를 하면 "여긴 원래이래"라며 그냥 순응 하게 하거나 거부하면 떠나라는 것 말고는 답이 주지 못하는 윗분들의 사회. 누구나 겪어봄직한 대한민국의 '민낯'이다. '원래 이렇다'는 말은 만능이다. 학교에서의 계급은 폭력을 낳고 군대의 내무 부조리는 쉼없이 터져나온다. 어려서부터 좀 더 잘 버티는 법, 좀 더 참는 법이라는 미명하에 이런 것을 체득하고 내성을 쌓는 건지도 모르겠다. 사회생활의 시작은 어떤가. 상사의 지시는 어김없이 법이 된다. 시대는 끊임없이 변하고 있는데 '윗분'들의 마인드는 여전히 그러한 흐름을 거부하고 있다.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내부 고발, 소원 수리, 학교와 직장의 상담센터를 떠올리면 일차적으로 우리는 무엇을 생각하기 쉬울까. 아마 '부적응'일지 모른다. 적응하지 못했다고 넘겨짚으며 또 하나의 인생을 격하게 사회 밖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소신을 지키시고 새 출발을 택하신 어머니의 선택을 존중하고 응원한다. 언제나 든든한 아들이 못되서 죄송하지만 이번 만큼은 이렇게 글로라도 꼭 힘내시라고 하고싶다.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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