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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버토리 May 15. 2020

브랜드십에 대하여

브랜드가 리더가 되는 리더십

영어사전에서 Leadership을 검색하면 대표직 또는 지도력, 통솔력이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브랜드에 관계된 사람(브랜드매니저, 마케터, 상품기획자, 영업사원, 소비자상담사, 교육강사 등 브랜드에 관계된 모든 사람을 의미합니다.)이라면 묻고 싶습니다. 당신이 관계하고 있는 브랜드를 이끌고 있는 리더십은 누구에게 있나요?


브랜드를 이끌고 있는 리더십은 누구에게 있나요?


많은 브랜드의 경우 브랜드를 리드하는 리더십은 그 브랜드를 기획한 기획자 또는 창업자에게 있는 경우가 대부분일꺼예요. 애플의 스티브 잡스나 버진 그룹의 리처드 브랜슨을 떠올려보면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다. 브랜드는 처음 만든 사람의 캐릭터를 닮을 수 밖에 없죠. 때문에 모든 브랜드의 결정은 대부분 처음 만든 사람 곧 기획자나 창업자의 가치관을 반영하며 브랜드는 그들의 리더십 아래 그들의 비전만큼 성장합니다. 때문에 브랜드의 리더, 그 개인의 Personal Identity가 곧 Brand Identity가 되어 그 생명을 같이 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제 많은 브랜드가 그렇죠. 그래서 브랜드의 인수합병이나 브랜드매니저의 교체 또는 경영의 악화로 B.I(Brand Identity)가 훼손되어 일관성을 잃게 된 브랜드의 사례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바입니다.(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브랜드의 인수합병, 브랜드매니저의 교체 등의 변수에도 B.I(Brand Identity)를 잘 유지하고 고도화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다양한 변수에도 B.I를 잘 유지하고 고도화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브랜드의 리더십을 사람이 아닌 브랜드가 갖게 하면 어떨까 하고 제안해봅니다.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철학과 비전을 명문화하고 이를 브랜드와 관계된 모든 사람이 공유하며 의사결정을 할 때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철학과 비전에 근거하여 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좀 더 브랜드다운 결정을 일관되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게 가능하다면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는 주인이 바뀌어도 또는 그 리더가 바뀌어도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가치가 유지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을까하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 켈로그 경영대학원의 티모시 컬킨스 교수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 켈로그 경영대학원의 티모시 컬킨스 교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브랜드가 영속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첫 번째 요건은 ‘명료함’입니다. 강력한 브랜드는 그 브랜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깊은 이해로부터 만들어집니다. 누가 우리의 고객인가? 우리 브랜드가 상징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 브랜드를 세계 속에서도 유일무이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에 누구라도 명쾌하게 대답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문화’에 집중된 브랜드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브랜드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브랜드가 추구하는 바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고 그 가치를 인정해야 문화로 정착될 수 있습니다. 문화로 정착되어 있지 않다면 직원들은 대부분 할인이나 프로모션 등 단기 이윤 창출에 급급하게 될 것이고 그것은 브랜드를 불가피하게 약화시킵니다. 세 번째는 ‘재무 건전성’입니다. 단기적인 재무 문제에 당면한 기업에게 있어 브랜드를 위한 투자를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기업이 모든 역량을 의도적으로 한 곳에 집중하면 빠른 시간 내에 현금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재무 건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브랜드는 역시 단기 이익에 급급할 가능성이 높아지죠. 따라서 재무 건전성은 장기간에 걸쳐 브랜드에 대한 투자를 해야 하는 조직에게 ‘자유’를 선사합니다.


저는 '이지엔' 브랜드의 브랜드 매니저로써 브랜드를 7년째 키워오고 있습니다.


티모시 컬킨스 교수의 조언에 구구절절 동의하지만 사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브랜드의 오너가 아닌 이상 티모시 컬킨스 교수의 조언을 브랜드에 적용해 브랜드십이 브랜드를 경영하게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 현재 ‘이지엔’이라는 브랜드의 브랜드 매니저로써 이 브랜드가 상품을 대표하는 상표가 아니라 철학과 비전을 가지고 있는 강력한 브랜드로써 성장하기를 바라며 7년째 키워오고 있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예요. ‘이지엔’이란 브랜드의 시작은 상표의 개념에 더 가까웠음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첫 제품이었던 ‘이지엔 푸딩 헤어컬러’의 상품적인 경쟁력을 기반으로 ‘이지엔’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모방하여 카피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시장 환경에서 상품적인 경쟁력의 생명이 오래갈 순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이지엔 푸딩 헤어컬러’의 판매에 집중하는 동시에 ‘이지엔’이라는 브랜드를 키워내기 위한 노력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소비자로 하여금 개인의 철학과 취향을 브랜드와 동일시 할 수 있을 정도의 브랜드로 이지엔을 키워내고 싶었죠.


경쟁력이 있는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해주는 것은 물론 소비자와 유통의 니즈에 부합하여 할인과 프로모션을 했지만 이것에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제가 근무하고 있는 회사는 제약회사로 상품이 곧 브랜드이기 때문에 (배탈과 설사에 정로환, 탈모치료제 미녹시딜과 같이 말이죠.) 브랜드가 철학과 비전을 갖고 이에 부합하는 브랜드 운영을 해야 한다는 것을 내부 관계자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작업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이지엔’을 브랜드로 키워내는 일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고 ‘So, Unique, eZn’이라는 브랜드 정언을 가지고 적지만 꾸준한 브랜드 예산을 집행하며 브랜드를 위한 투자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브랜드의 정언에 부합하는 신제품 출시를 고민하며, 브랜드의 정언을 대변할 수 있는 인플루언서, 서포터즈, 소비자들과 소통하고 결과물을 함께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콘셉트를 고민할 때도 이지엔 다운 것이 무엇인지 고민합니다. 덕분인지 2019년에는 브랜드상을 수상하는 좋은 일도 있었죠. 올리브영 내 헤어 카테고리에서 좋은 실적을 내고 있음은 물론입니다. 아직 브랜드십이 브랜드를 리드하고 문화에 집중된 브랜드를 만들기 위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지엔’이 브랜드다움을 유지하며 지속성장하기 위한 브랜드십을 소유하게 하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하려고 합니다. (능력 있는 브랜드매니저들이 고민하며 키우고 있는 많은 브랜드가 있음을 알기에 저의 경험을 내어놓기가 부담스럽습니다. 하지만 아직 브랜드에 대해 고민하기 부담스러운 작은 브랜드들이 많음을 알기에 그리고 취향이 소비의 근거가 되는 시장에서 그들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용기를 내어 개인의 경험을 공유합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화장품 브랜드가 브랜드의 가치를 고려하고 브랜드십이 브랜드를 경영할 수 있도록 함께 힘쓰면 좋겠습니다. 할인이나 프로모션을 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랜드가 브랜드다워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며 실행하기를 멈추지 않는다면 이런 노력이 시간을 통과했을 때 세계에서 브랜드로 인정받는 더욱 당당한 K-Beauty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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