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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억두 Jan 11. 2024

사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지 않아.


우리 친척, 가족들은 내가 집에만 있는 걸 좋아하고,

아무것도 안 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인 줄 안다?

왜냐하면, 학창 시절에 학교 마치면 집에 와서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만 있었거든

특히 사촌들은 학교 마치고 친구들이랑 노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 내가 더더욱 집순인 줄 알더라고

근데 나도 밖에서 나돌아 다니는 것 좋아했었어.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마치고 매일 나가 놀았는 걸.

중학교 1학년 초창기 때도, 친구랑 만나서 매일 놀았던 거 같은데,어느 순간부터 돈 없이 노는 게 어려운 나이가 되더라?

물론 큰돈이 필요한 건 아니었지만, 주기적으로 용돈을 받지 않았던 것 같아. 동생들도 챙겨야 했고,

따로 받는 용돈은 없었던 것 같고, 동생들이랑 먹을 저녁 장보라고 생활비를 받아서 그런지 내가 써야 하는 돈은 아니었던? 아무튼 아빠 혼자 3명을 키워야 해서 금전적으로 어려웠던걸 알고 있었고,

중학생 때의 돈 개념이 어떻겠어

학교에서 학급비 오천 원을 내야 한다는 말도 못 할 정도록 큰돈으로 느껴졌는 걸.

그래서 자연스럽게 친구랑 노는 횟수가 줄어든 것 같아.


지금도 부끄러운 기억들이 몇 개 있는데,

한 날은 친구랑 장난치다 우산이 찢어졌는데, 우산을 새로 사야 한다는 생각에 화가 나서, 무턱대고 친구한테 엄청 욕을 하면서, 우산 물어내라고 성질~성질을 냈다?

또, 학교 체육대회 때면 반티 맞추는 돈이 부담스러워서, 비싼 후보는 마음에 안 든다고 하기도 하고 ㅋㅋㅋ

옷, 신발은 말해 뭐 해, 브랜드는 욕심도 안 냈고, 내가 살 수 있는 거라고 생각도 안 했던 것 같아.

자연스럽게 밖에서 놀려면 돈이 필요하고, 뭘 배우고, 경험하는 것은 다 돈이 필요하구나.
뭘 하고 싶다는 생각을 아예 만들지 않은 것 같네,  나중에, 나중에 하자, 내가 돈 벌면 하자..

그렇게 대학교를 갔지.

지금 생각해 보면, 근로장학생을 하고, 장학금도 받아하고 싶은 일들을 경험해 볼 수 있었던 것 같은데,
그때도 '지금은 아니야, 돈을 더 모아야 해'.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모으기만 했던 것 같다.


새로운 경험에 드는 돈은 너무 크고 비싸게 느껴졌고,

친구들과 만드는 추억여행의 돈은 아깝게 느껴졌지만,
한 끼에 2만 원의 배달 음식은 합리적인 소비라고 생각했어.

배워보고 싶은 운동 15만 원을 참고, 배달음식 1번 시켜 먹으면 13만 원을 벌었다고, 아꼈다고 생각했다.

그런 식으로 아무것도 안 하는 삶에 더더욱 스며들어갔고, 이제는 스며들다 못해 아무것도 안 하는 게 편하고,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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