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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현 May 10. 2020

나는 악마를 사랑했다

*스포일러 있습니다.


감독 조 벌링거

출연 잭 에프론(테드 번디), 카야 스코델라리오, 릴리 콜린스 등등.


이 영화는 실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고 나온다. 잔혹하게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 그리고 그 악마 같은 범죄자와 사랑에 빠진 여자의 삶에 관한 이야기 나는 악마를 사랑했다 이다.


여자를 유인해 서슴없고 잔혹하게 살인하는 남자 테드 번디. 이 남자는 일단 잘생겼다. 거기다 유창한 언변이 지겹지 않고 유머러스하기까지 하다. 펍의 조명과 음악은 모두 이 남자에게 모아져 있는 듯 남자는 한 여자를 바라보며 여자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부서질 듯 매력적인 미소를 보낸다. 여자도 그런 남자의 미소가 보내는 신호가 싫지 않은 눈치이다. 그리고 남자와 여자는 그렇게 펍에서 만나 연인관계로 이어진다. 


여자는 돌싱이다. 세상 누구보다 소중한 아기가 있다. 남자는 아침에 먼저 일어나 아기의 아침 식사를 챙겨주는 다정함을 보인다. 점점 더 이 남자에게 신뢰를 보이며 사랑하게 되는 여자. 여기까지는 한 편의 로맨스 영화의 상황이다. 남자의 정체를 감춰주는 일종의 트릭인 셈이다. 


알고 보니 남자는 살인자였다. 연약한 여자를 꾀어내 서슴없이 죽이고 매장까지 하는 남자의 정체를 모르던 여자는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살인자의 몽타주를 보게 된다. 몽타주는 내가 알고 있는 다정한 남자와 너무나 닮았다. 그리고 여자에게 비극이 시작되고 만다. 용의자가 된 남자는 그가 몰던 차량을 발견한 경찰에 의해 구금되기에 이른다. 모든 정황이 남자를 지목한 가운데 재판이 시작된다. 변호사들도 어쩌지 못하는 상황에 스스로를 변호하는 남자는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지 않는다. 무죄라고 주장한다. 그러는 틈틈이 여자에게 전화해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사랑을 요구하는 남자. 그리고 여자는 그런 남자의 행동에 점점 지쳐가고 매일같이 담배와 술을 곁에 두고 마신다. 알코올 의존증을 넘어 알코올 중독에 이른다.


여자는 혼란스럽다. 자신에게 그토록 다정하던 남자가, 아이와 잘 놀아주던 남자가 희대의 살인마라는 사실과 자신과 아이도 죽음에 처해질 수 있었다는 상황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는 남자를 사랑하고 있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은 마냥 달콤할 수 없었다. 남자를 사랑하는 자신의 삶이 불행해 술에 의존하는 여자를 보고 있으면 남자가 살인을 저지른 악마라는 생각보다는 한 여자의 인생을 불행으로 몰고 간 악마라는 생각이 든다. 


남자에게 남겨진 진실은 살인자라는 사실뿐이다. 유창한 언변에 진심이 담겨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 진심마저 한 여자의 삶을 파괴한 거짓된 말로써 자신과 대중을 기만한 죄뿐인 것이다. 여자는 자책하고 있었다. 텔레비전에 나온 몽타주가 사랑하는 남자와 닮아 경찰에 전화한 이유로 여자는 비밀을 누설하면 안 되는 죄를 지은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누군가를 다시 사랑하기는커녕 현재의 온전한 삶을 견디기도 힘들어한다. 남자는 악마였다. 살인자라는 악마, 그리고 한 여자의 삶을 파괴해버린 악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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