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있습니다.
감독 후지이 미치히토
앞으로 살 수 있는 시간이 10년 안팎이라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무엇을 해야만 의미 있을까. 희귀병에 걸려 남은 인생은 10년뿐인 여자가 있다. 여자는 병원에 입원해 다른 이의 죽음을 처음으로 마주한다. 스무 살 여자의 모든 것을 앗아가게 된 원인이다.
병에 걸려 죽는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누군가도 있겠다. 내일은 단 하루만큼의 미래의 시간이다. 그만큼 죽음 앞에 많은 생각을 가지고 초연할 수 있을까. 시한부 삶으로 10년을 견딘다면, 그 시간은 어떠한 세계가 될지 상상이 가질 않는다. 환자를 지켜보는 이도 병에 걸린 이도 모두 그 10년은 지옥 같은 삶이 되지 않을까. 차라리 죽음을 바라는 삶이 될 수도 있겠다.
희귀병에 걸린 여자는 우연히 중학교 동창회에 가서 한 남자 동창생을 만난다. 동창생들은 모두 자신들의 인생을 잘 꾸리며 살고 있다. 하지만 왜인지 이 남자는 어딘가 불안한 모습이다. 삶을 포기한 남자. 여자를 만나기 위해 동창회에 참석 했을까. 남자는 결구 자신이 사는 집 베란다에서 투신한다. 하지만 어설픈 남자는 다리가 부러질 뿐 병원신세를 지고 살아난다.
희귀병에 걸려 죽음을 생각하던 여자와 가족과도 연을 끊은 채 죽음을 생각한 남자가 서로의 감정을 천천히 조심스럽게 확인하는 이 영화는 죽음을 마주한 남자에게 삶에 대한 용기를 주고, 여자에게는 그 10년이란 시간을 행복으로 바꿔준다. 이루지 못해 아름다운 사랑이 아닌, 서로의 안녕을 바라는 아름다운 한편의 슬픈 사랑 이야기였다. 영화는 잔잔한 어른들의 슬픈 동화와 같아 보는 내내 눈물샘을 자극하기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