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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주 Apr 04. 2021

아티스트들을 위한 서약,
생명줄이 되다

예술 시장의 흐름을 바꾼 영국 시골의 1인 비영리 단체

New York Times ARTS (2020년 11월 12일자)
제목  아티스트들을 돕기 위한 서약, 수익을 만드는 생명줄이 되다
원제  A Pledge to Help Artists Becomes a Lucrative Lifeline
저자  스콧 레이번(Scott Reyburn)  |  번역  조현주


코로나의 여파로 갤러리와 아트페어들이 문을 닫자, 영국의 한 화가는 다른 예술가들이 온라인 상에서 작품을 팔 수 있도록 돕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이 캠페인으로 수백만 달러의 매출이 발생했다고 추산된다.



아티스트가 예술 활동만으로 생계를 유지할 만큼의 경제력을 갖추는 건 언제나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2020년] 3월, 세계 곳곳의 아트페어들과 갤러리들이 문을 닫자 예술계에 확실히 뿌리 내리고 있던 아티스트들마저도 그들의 수입원이 갑작스레 메말라가는 것을 목도해야 했다.

 

“코로나가 퍼지자 모두들 자신의 자리를 떠났죠. 문지기들이 문을 열어둔 채 사라져버린 것처럼요.” 영국의 화가이자 ‘Artist Support Pledge(아티스트 지원 서약)’ 캠페인의 창시자인 매튜 버로우즈(Mattew Burrows)는 말했다. Artist Support Pledge 캠페인은 아티스트들이 팬데믹 속에서도 자신들의 작품을 전세계의 관람객을 대상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팔 수 있도록 도우려는 취지의 인스타그램 기반 프로젝트이다.

 

잉글랜드 남부의 서섹스에 있는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버로우즈는 “지금이야말로 평상적으로는 할 수 없었던 일을 벌일 때라고 생각했다”고 자신의 취지를 돌이켰다. “예술계 전체가 멈춰서고 있는 거잖아요. 작은 일이라도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나서야 했죠.”


서섹스 스튜디오 앞에서의 매튜 버로우즈 (출처 : New York Times)


버로우즈의 아이디어는 간단하다. 세계 어디에서든 아티스트들이 각자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본인이 팔고자 하는 작품의 이미지를 올리고 #artistsupportpledge 라는 해시태그를 달면 그들의 작품이 캠페인에 참여하는 다른 작가들의 게시물과 함께 온라인에 소개 되어 인스타그램 유저들에게 노출된다. 이때 아티스트들이 제시할 수 있는 작품의 판매가격은 최대 200 파운드(혹은 200 달러 또는 200 유로)로, 대부분의 아트 딜러들이 통상적으로 제시하는 예술품의 최소가격보다도 한참 저렴한 가격이다.


작품을 사고 싶은 유저는 인스타그램 상에서 아티스트에게 직접 연락하면 된다. 그리고 아티스트들은 본인의 매출이 1000파운드를 넘으면 그중 200파운드(혹은 달러 또는 유로)를 캠페인에 참여한 다른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사는 데에 투자할 것을 서약하는 것이다.

 

작품들의 이미지는 무료로 게시되며, 선발되는 과정을 거치거나 판매에 수수료가 청구되지 않는다. “이 캠페인은 좋은 작품과 별로인 작품, 경험이 많은 작가와 그렇지 않은 작가, 아마추어와 프로 사이에 차별을 두지 않아요. 상관 없으니까요,” 버로우즈는 설명했다.

 

지금까지 44만 5천개 이상의 게시물이 해시태그를 통해 캠페인에 참여했지만, 아티스트들이 자체적으로 판매를 관리하기 때문에 실제로 얼마나 많은 작품들이 팔렸는 지를 보여주는 확실한 데이터는 없다.


그러나 [2020년] 4월, 프리랜서 데이터 저널리스트인 제임스 오 말리(James O’Malley)가 #artistsupportpledge 해시태그 사용을 모니터하기 위한 코드를 개발했다. 2주에 걸친 그의 분석으로 캠페인에 직접적으로 태그된 작품들과 그로부터 관심이 파생되어 판매가 이루어진 참여 아티스트들의 다른 작품들을 통틀어 대략 1500만 파운드의 매출이 발생한 것이 드러났다.

 

이 캠페인의 성과에 대한 포렌식 감사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감사를 받기에는 “비용이 많이 든다”고 버로우즈는 말했다. 그러나 [2020년] 5월 이후 해시태그의 사용이 여섯 배 이상 늘어난 것을 기준으로 볼 때, 그는 5만 명 이상의 아티스트들이 최대 6000만 파운드의 매출을 올렸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이 캠페인은 생존을 위한 장치로 고안된 거였어요. 그런데 이걸 통해 아티스트들은 생존하는 정도가 아니라 눈 부시게 성장해 가더군요. 어떤 사람들은 이전보다 두 배, 세 배의 수입을 얻고 있기도 했어요,” 버로우즈는 말했다.

 

런던에서 활동하며 뉴욕에 있는 다수의 갤러리와 계약을 맺은 사진 작가 캐런 노어(Karen Knorr)는 버로우즈의 온라인 캠페인의 덕을 본 수많은 아티스트들 중 한 명이다. “코로나가 닥쳤을 때 매출이 바로 떨어졌어요. 제 조수의 월급과 스튜디오, 수장고의 운영까지 책임져야 했던 저로서는 불안했어요,” 노어는 회상했다. “저는 수 년째 인스타그램을 쓰고 있어요. 그래서 Artist Support Pledge 캠페인을 알게 됐을 때 바로 뛰어들었죠.”

 

[2020년] 4월, 그녀가 올린 첫번째 포스트였던 아부다비의 한 모스크 안에서 새들의 모습을 담은 에디션 5장의 사진은 장당 200 파운드의 가격으로 게시 후 3분만에 완판됐다.


캐런 노어의 “Morning Glory, The Grand Mosque, Abu Dhabi" (출처 : New York Times)

 

“정말 희한했어요. 그런 일은 인생을 통틀어 처음이었거든요.” 노어는 Artist Support Pledge 캠페인을 통해 평균적으로 매달 6000파운드에서 10,000파운드의 수입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수입이 생긴 후 캠페인과의 서약을 지키기 위해 그녀는 브라질 등의 다양한 국적의 작가들로부터 작품을 사 모았다고 한다. “이렇게 남을 도우니 기분이 좋아요.”

 

아티스트가 아닌 많은 구매자들도 같은 마음이다.

 

“보통은 온라인으로 작품을 구매하지 않는다”고 밝힌 런던에서 활동 중인 조경사이자 간헐적으로 예술품을 수집하는 콜렉터 데보라 네이건(Deborah Nagan)은 [2020년] 3월부터 #artistsupportpledge를 통해 영국의 작가들로부터 작품 6점을 구입했다. 그녀는 “록다운 중인 아티스트들을 돕는 일은 옳은 일 같았다”고 말했다.

 

올해 출간 예정인 최신의 히스콕스 온라인 아트 트레이드 리포트(Hiscox Online Art Trade Report)를 위한 연구에 의하면 552명의 국제적인 아트 바이어들 중 55%가 팬데믹 발생 이후 아티스트와 예술 단체들을 직접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온라인 상에서 작품을 구매했다고 밝혔다.


연구 진행자 앤더스 페터슨(Anders Petterson)은 Artist Support Pledge 캠페인이 “일종의 벤처 자선 활동으로서 새로운 예술 후원 방식의 예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그에 더해 페터슨은 이 캠페인이 “사람들로 하여금 이전에 없던 가격대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게 했다”며 “버로우즈가 기존의 갤러리들이 만든 시스템을 우회해서 수익을 내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라고 말했다.

 

히스콕스 리포트들에 의하면 지난 10년간 수많은 전문 스타트업들이 온라인으로 예술품을 판매하는 전략들을 선보였으나 뚜렷한 성과를 낸 곳은 없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영국 시골의 한 1인 비영리 단체가 판세를 움직이는 비즈니스 모델을 내놓은 것이다.

 

버로우즈는 시장의 확장은 모든 아티스트들에게 이로운 일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만약 지속 가능한 전략으로 예술 시장의 생태계를 넓힐 수 있다면 우리 모두는 더욱 성장할 것입니다. 예술계를 진정으로 건강한 상태로 만들려면, 큰 부분들 뿐만 아니라 모든 요소들을 살펴야 합니다.”


매튜 버로우즈의 작품 (출처 : New York Times)



캠페인이 시작된 지 1년여가 지난 2021년 4월 현재, #artistsupportpledge 태그가 달린 게시물은 58만 7천 건을 돌파했다. 변화는 아직도 진행중이다.


https://www.instagram.com/explore/tags/artistsupportple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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