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나는 내가 버려진 아이 같아요. 아빠가 끝내 가족을 저버렸다는 사실이 저를 그렇게 느끼게 만들어요. 아빠가 버린 것은 자기 자신이지, 우리 가족이 미워서 아니란 걸 이해하면서도 그래요. 제가 이 말을 할 수 없는 이유는 아빠가 평생을 바쳐서 나를 버려진 아이처럼 키우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는 걸 알기 때문이에요. 아빠, 어디를 가도 나를 참 유복하고 사랑받은 사람으로 봐요. 큰 소리 한 번 내지 않고, 나를 믿고 사랑해 주던 엄마아빠 덕분에 나는 겨울에도 푸른 고무나무 같습니다.
그런데, 엄마아빠가 나를 그렇게 사랑하고 가진 모든 걸 바쳐 나를 키웠는데, 나는 버려진 기분이 들어요. 그러면 안 되는데 그런 기분이 들어요. 발을 한 번만 잘못 내딛어도 영영 세상에서 사라질 것 같아요. 안전그물 없이 외줄 묘기를 선보이는 마음으로 살아요.
이 글을 쓰다 보니 아빠가 우리를 버렸기 때문이 아니란 생각이 들어요. 사실 아빠가 그러했듯 내가 나를 언제든 버릴 수 있는 사람이기에 그런 걸지도 모르겠네요. 엄마아빠가 그렇게 힘껏 나를 사랑해 주었는데, 산다는 건 묘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