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럭 소설집
아버지를 보지 않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하지만 첫 학기부터 험난했다. 입학금과 약간의 여윳돈 밖에 없던 터라 하루하루 끼니 걱정을 해야 헸다. 서랍 속 잔돈을 모아 학교 근처에 있는 버거킹에 갔다. 햄버거 세트를 주문해 다 먹고 난 후 음료수 컵은 버리지 않았다. 음료를 주문하면 빈컵을 주는데, 셀프로 콜라를 따라 마시면 된다. 리필도 할 수가 있다. 물론 먹는 중에만 리필을 할 수 있다. 그런데 난 빈컵을 들고 다음날 매장에 가서 콜라를 따라 마셨다. 다음날도 또 빈컵만 들고 가서 콜라를 마셨다. 돈이 없었기 때문에 콜라로 배를 채운 것이다. 흑인 매니저는 나를 알면서도 모른 체 해줬다. 하루는 내가 눈치를 보며 콜라를 따르다 매니저와 눈이 마주쳤다. 매니저가 내게 다가왔다. '아, 이제는 더 이상 못 오겠구나' 그런데 매니저는 괜찮다고, 편하게 마시라고 했다. 콜라만 마시는 나를 보며 가끔씩 남은 햄버거를 건네주기도 했다. 눈물이 왈칵 났다. 집안이 어려워진 이후 어느 누구도 나와 우리 가족을 살갑게 대해준 사람이 없었다. 미국에 와서도 엄마의 사촌언니 눈치를 보며 숨 막힐 듯 답답한 생활을 해오던 터였다. 그러던 내게 처음으로 호의를 베풀어준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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