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럭 소설집
학기 중에는 기숙사에서 생활했지만, 방학에는 기숙사를 나와야 했기 때문에 세탁소 창고방에서 자야 했다. 불편했지만 한 푼이라도 아껴야 했던 나는 그마저도 감사한 공간이었다. 방학이 끝나자 나는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나의 전공은 바이오 사이언스였다. 내가 바이오 사이언스를 전공으로 한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당시 바이오라는 개념이 유행이었고, 왠지 있어 보이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전공과목인 생물학 수업에서는 조를 편성해 과제를 수행하고 발표를 해야 했는데, 같은 조 여학생이 조별 모임에 자주 늦고 늘 바빠 보였다. 나처럼 그 여학생도 생활비를 벌기 위해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모임이 끝나고 나서도 자리를 뜨지 않고 무언가를 계속 계산하고 있길래 물어보니 구내식당 식단을 짜는 중이라고 했다. 식단은 단순히 메뉴만 정하는 것이 아니라 재료의 종류와 양을 분석해 영양소와 칼로리까지 계산을 해야 한다.
지금이야 간단한 프로그래밍으로 쉽게 짤 수 있지만, 윈도우가 막 출시되었던 1990년대 초에는 컴퓨터에 익숙한 사람들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일일이 수작업으로 계산해서 만들어야 했다. 어릴 적 부유한 환경에서 자란 나는 초등학교 때 컴퓨터 학원을 다녔다. 베이직 같은 컴퓨터 언어를 배우고 게임을 즐겨했기 때문에 컴퓨터를 만지는 것에 익숙했다. 얼핏 보니 식단 프로그램을 엑셀로 쉽게 짤 수 있을 거 같아 그 여학생에게 도와주겠다고 하고는 기숙사방으로 돌아왔다. 밤새 엑셀을 만지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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