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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 머무는 순간(10부) : 새로운 시작

포트럭 소설집

by 포트럭

어머니를 떠나 보내고 나니 이제는 정말 세상에 나 혼자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적부터 떠돌이 생활을 했기 때문에 이제 그만 나만의 보금자리를 만들어 싶었다. 은성에게 프러포즈했다. 은성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나는 남은 인생을 함께할 운명과도 같은 반려자를 얻었다.




기쁨도 잠시, 이제부터 다시 현실과 부딪쳐야 한다. 수중에 가진 돈은 3천만원이 전부였다. (한국에서 바닥부터 새롭게 시작하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에 미국 은행에 두고 온 돈은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 전셋집을 구하기도 어려운 액수였다. 은성의 부모님이 변변한 집도 못 구하는 나를 탐탁지 않아 하실까 걱정됐다. 은성의 부모님은 결혼 이야기를 들으시고 나를 만나러 한국에 오시겠다고 했다. 나는 사스 당시 청와대에 입고 간 유일한 정장을 다시 꺼내 정성스럽게 다렸다. '비서실장 문재인' 명함은 행운의 마스코트로 생각하고 안주머니에 그대로 두었다.


은성의 부모님은 나를 따뜻하게 맞아 주셨다. 사스 사태 당시 언론에 내 기사가 났기 때문에 기사를 보시고 나에 대한 호감을 가지고 계셨다. 식사 분위기는 좋았다. 뉴욕의 요리학교에서 요리를 배운 경험을 말씀드리며 나중에 요리를 해 드리겠다고 했더니 은성의 어머니께서 크게 웃으셨다. 상견례가 끝나갈 때쯤 나는 용기를 내 말씀드렸다. "죄송하지만, 제가 지금 가진 돈이 많지 않습니다. 신혼집을 구하려면 5천만원 정도 부족합니다. 장인어른께서 빌려 주시면 제가 3년 내에 갚겠습니다." 은성의 부모님은 살짝 당황해 하셨지만, 허락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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