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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 건축의 차이(1)

포트럭이 들려주는 부동산 이야기

by 포트럭

이동할 수 있는 동산과 달리 부동산인 건물은 특정 장소에 고정되어 지어집니다. 그러다 보니 주변 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을 뿐만 아니라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지요? 건물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이 짓지만 건물이 생긴 이후에는 그 건물을 이용하는 사람과 주변환경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지금부터 동서양 건축의 차이에 대해 설명을 드릴 텐데요. 일단 오늘은 건축 재료와 구조에 대해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이야 철근 콘크리트, 합판, 복합패널, 유리 등 자재가 발달해 기후와 재료의 한계를 극복하고 다양한 형태로 건물을 지을 수 있지만 과거에는 많은 제약이 따랐습니다. 서양 유럽과 동양의 건축을 비교해 보면 그 차이를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유럽은 비가 적게 내리고 내리는 시기도 일정합니다. 이렇듯 건조한 기후이다 보니 지반이 단단합니다. 그리고 주변에 가공이 용이한 대리석이 많습니다. 그래서 돌을 쌓아 올려 벽식 구조로 건물을 지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붕을 받치는 하중과 돌의 무게 때문에 창문을 크게 내기가 어려웠습니다. 특히 창을 가로로 길게 내는 것이 어려워 그나마 하중을 줄일 수 있게 세로로 길게 만들었습니다. 1700년대 영국, 프랑스 등에서는 창문세(windosw tax)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일종의 부유세였는데요. 큰 집일수록 창문이 많기 때문에 창문 개수에 따라 세금을 부과한 제도입니다. 특히 프랑스는 창문의 가로폭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겼는데 위에서 언급했듯 석조주택 특성상 가로로 길게 창을 내기 어려웠기 때문에 창을 길게 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공사비를 부담할 수 있는 부유층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과거 유럽주택을 보면 멋진 장식의 태피스트리(다양한 색실로 그림을 짜 넣은 직물)를 벽에 걸어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석조주택은 단열이 어려워 유럽의 추위에 취약합니다. 그래서 외부의 냉기를 막기 위한 용도로 태피스트리를 이용한 것입니다. 침대문화가 발달한 것도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를 막고자 함입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과거 유럽의 침대는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침대보다 훨씬 더 높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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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서양의 석식 주택 (우)


이에 반해 한국의 기후는 여름철 비가 많고 습합니다. 따라서, 돌을 이용하면 바닥에 가해지는 하중이 커서 여름철 비로 인해 지반이 연약해졌을 때 붕괴 위험이 있습니다. 또한 단단한 화강암이 많아 건축자재로 가공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나무를 이용한 목조 방식이 발달했습니다. 그런데 나무는 습기에 약하기 때문에 여름철 바닥에서 올라오는 습기로 나무 기둥이 부식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주춧돌을 깔고 그 위에 기둥을 세웠습니다. 비를 막기 위해 처마를 길게 늘어뜨린 것도 서양주택과 비교되는 점입니다. 여름철 무더위를 극복하기 위해 창호, 대청마루, 넓은 마당을 둔 것도 특징입니다. 이 때문에 외부공간과 소통하기 쉬운 개방형 구조가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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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한옥은 출입구를 들어서면 마당이 나오고 마당을 둘러서 부엌, 안방, 사랑방, 화장실이 배치된 형태인데요. 이것을 모두 실내로 끌어들인 것이 지금의 아파트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의 주택구조는 마당(과거)이나 거실(현재)을 중심으로 여러 개의 방과 주방이 맞닿아 소통하기 좋습니다. 거주자 간 관계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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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한옥의 구조 (우) 아파트 평면도


이에 반해 서양의 주택은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강조된 형태입니다. 현대의 주택도 마찬가지입니다. 현관문을 들어서면 2층으로 가는 계단이 바로 나옵니다. 계단 옆을 지나가면 주방, 거실 등 공용공간이 있지만, 계단으로 바로 올라가면 침실, 서재 등 프라이빗한 공간이 있습니다. 공용거실을 지나야 방으로 갈 수 있는 우리의 구조와 달리 서양은 바로 개인 공간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가족 간 소통이 단절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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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람이 자연환경과 주변여건에 맞춰 건물을 지었고, 사람도 건물의 구조로 인해 생활양식에 영향을 받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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