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포트럭 Apr 03. 2020

디자인씽킹과 IDEO

포트럭이 들려주는 회사생활 이야기 : 디자인씽킹 편(2)

지난 글에서 디자인 씽킹의 개념과 역사에 대해 살펴 보았는데요. 이번 시간에는 디자인 씽킹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린 글로벌 디자인&컨설팅 회사 IDEO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디자인 씽킹의 권위자 로저 마틴이 정의한 "디자이너처럼 문제를 풀고 혁신하는 사고의 방식"에서 디자이너가 바로 IDEO를 뜻합니다. 


IDEO는 스탠퍼드 대학 교수인 데이비드 캘리가 1978년 설립한 "데이비드 캘리 디자인(David Kelley Design)"를 모태로 합니다. 이후 데이비드 캘리는 1991년에 다른 디자인 회사와 합병하여 IDEO를 설립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 소재)


IDEO의 대표 제품으로는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마우스가 있습니다. 1980년 애플의 의뢰로 제작한 최초의 마우스(좌), 그리고 1987년 Ms Office와 공동 개발한 Two Button형 마우스(우)가 바로 그것이지요. 



또 다른 대표 제품으로는 오랄비 어린이 칫솔이 있습니다. IDEO는 아이들의 칫솔질을 관찰한 결과 어른처럼 손가락으로 칫솔을 쥐지 않고 손바닥 전체로 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악력이 약해 칫솔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알아냈습니다. 그래서 칫솔 손잡이를 어른용보다 두껍게 하고 미끄러지지 않게 고무를 부착한 어린이용 칫솔을 탄생시켰습니다. 

Oral B 어린이 칫솔


IDEO는 지속 가능한 성장, 저소득층을 위한 작업도 많이 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아쿠아 덕트(Aquaduct)라고 불리는 자전거입니다. 아프리카처럼 식수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에서는 어린이들이 수 km를 걸어가 우물에서 물을 길어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수질도 좋지 않아 질병에 노출되기 다반사지요.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만든 것이 바로 아쿠아 덕트입니다. 

아쿠아 덕트(aquaduct)


아쿠아 덕트의 본체는 물을 담을 수 있는 물탱크입니다. 그리고 페달을 굴리면 내부에 있는 필터를 통과해 정수된 물이 자전거 핸들 앞에 있는 통에 모이게 됩니다. 무거운 물을 편리하게 운반하면서 자동적으로 정수까지 되는 놀라운 시스템이지요. 


이런 작업들을 해온 IDEO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계기가 있었으니, 미국 ABC방송의 Nightline에서 진행한 특별프로그램인 "The Deep Dive: One Company's Secret Weapon for Innovation" 였습니다. IDEO는 이 프로그램에서 5일 동안 대형마트의 카트(cart)를 혁신적으로 바꾸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IDEO의 5일간의 프로젝트 진행과정은 고스란히 방영되었지요. 


이 프로그램에서 IDEO는 아래와 같은 프로세스에 따라 작업을 진행합니다. 




1. EMPHATHIZE (공감하기)


IDEO는 먼저 마트 소비자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종업원 인터뷰를 실시합니다. 다양한 상황에서 소비자가 느끼는 불편함과 요구사항을 찾는 과정이지요. 이를 Emphathize(공감하기) 라고 합니다. 

공감하기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인터뷰, 조사, 관찰입니다. 인터뷰와 조사는 직접 소비자에게 묻는 것이고요. 관찰은 소비자의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며 소비자가 말해주지 않는, 또는 소비자 본인도 모르는 needs를 발견하는 것입니다. (이 중에서 저는 관찰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요즘은 트렌드가 워낙 빠르게 변하다 보니 소비자도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모릅니다.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나도 모르니 회사가 알아서 나의 needs를 찾아내 이를 충족할 수 있는 물건을 만들어줘.' 


대형마트 프로젝트를 위해 소비자 관찰, 조사, 직원 인터뷰를 실시할 결과 다음과 같은 불편함을 발견하게 됩니다.  


첫째, 매장 내에서는 물건을 담기 위해 항상 카트를 가지고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에 물건을 찾으러 카트를 끌고 가다 보면 답답할 때가 많죠. 


둘째, 어린아이를 둔 부모는 쇼핑할 때 카트와 함께 유모차도 같이 끌어야 합니다. (이 당시 카트에는 아이를 태우는 공간이 없었음) 


세 번째, 소비자는 내가 카트에 담은 물건들의 금액이 어느 정도 되는지 알고 싶어 했습니다. 그리고 계산대에 줄 서지 않고 바로 계산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요. 


종업원 인터뷰에서 발견한 문제는, 소비자들이 카트를 반납하지 않고 가져가 분실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2. DEFINE (문제 정의)


Define은 앞선 EMPHATHIZE(공감하기)를 통해 발견한 사항을 통해 문제를 정의하는 단계입니다.


첫째, 사람이 붐비는 공간에서도 카트에 물건을 담기 편해야 합니다. 


둘째, 어린아이를 둔 부모가 카트와 유모차를 한꺼번에 끌어야 하는 불편함을 해결해야 합니다.  


세 번째, 소비자가 계산대에 가기 전에도 내가 카트에 담은 물품의 금액이 어느 정도 되는지 알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계산대에 줄 서서 기다리는 불편을 덜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카트가 분실되는 것을 방지해야 합니다. 



3. IDEATE (아이디어 도출)


먼저 첫 번째 문제 해결을 위해 복잡한 공간에 갈 때 카트를 끌고 가지 않고도 물건을 담아 올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합니다. 카트 없이 물건을 담아 오려면 바구니가 있어야겠지요. 그래서 바구니를 올려놓을 수 있는 카트를 생각해 냅니다. 평소엔 카트에 놓인 바구니에 물건을 담고, 카트가 가기 힘든 복잡한 곳에 갈 때는 바구니만 들고 갈 수 있도록 말이지요. 


두 번째로, 아이를 가진 부모가 유모차 없이 쇼핑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연구합니다. 카트에 어린아이를 앉힐 수 있는 자리를 만들기로 하지요. 세 번째로 카트에 바코드 리더기를 매달아 소비자가 구입한 물건을 찍으면 금액을 알 수 있고 계산까지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도난 방지를 위해 카트의 밑바닥을 없앴습니다. 물건을 실을 수 없는 카트는 소비자들이 굳이 가져가지 않을 것입니다. 대신 카트 옆면에 고리를 만들어 바구니에 담은 물건을 계산이 끝난 후 비닐봉지에 담고 주차장까지 카트 고리에 매달아 운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4. PROTOTYPE (시제품 제작)


이제 실제로 아이디어를 반영한 시제품을 만듭니다. 도난 방지를 위해 카트의 밑바닥을 없앤 대신 바구니를 올릴 수 있는 틀을 만들고, 어린이 시트도 손잡이 쪽에 부착합니다. 그리고 바코드 리더기도 달아 놓습니다.  

IDEO가 5일 프로젝트로 만들어 낸 카트입니다. 어떤가요?


5. TEST(테스트)


이제 IDEO는 카트를 만들어 매장에 비치하고 소비자의 반응을 살피며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작업을 거칩니다. 




위에 설명한 IDEO의 프로젝트 진행과정이 바로 디자인씽킹(Design Thinking) 프로세스입니다. 그리고 이를 학문으로 체계화 한 곳이 바로 스탠퍼드 대학의 "d.school" 입니다.  

Disign Thinking Process (d.school)




Sniper Vs. Rambo


그렇다면 IDEO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IDEO의 대표인 Tom Kelley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스나이퍼와 람보 중 누가 더 창의적일까?"


스나이퍼는 신중하게 조준해서 정확한 타격을 하는 전문 사격수지요. 람보는 앞뒤 안 가리고 무자비하게 난사하는 스타일이고요. Tom Kelley의 정답은 람보입니다. 무수히 많은 설익은 발상을 던지는 과정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도출되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상호보완 과정을 거쳐 창의적인 결과물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일례로 피카소, 에디슨처럼 우리가 천재라고 부르는 사람들의 결과물을 보면 의외로 저급하고 수준 낮은 것들도 많다고 합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는 그보다 훨씬 많은 실패가 수반될 수밖에 없겠지요. 


"Fail often so you can succeed sooner"  - Tom Kelley -  


IDEO의 아이디어 회의 모습 


누구나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회의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IDEO에는 6가지 회의 원칙이 있습니다.


1. 절대 상사가 먼저 말하지 마라

상사가 먼저 말하는 순간 다른 사람들은 그저 "예"라고 말할 수밖에 없겠지요. 


2.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발표하게 하지 마라  

돌아가며 발언하는 것이 민주적으로 보일지 모르나 참석자에게는 고통일 수 있습니다. 회의의 초점은 사람이 아니라 아이디어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3. 전문가의 조언만 찾지 마라

전문가의 조언을 듣는 순간 사고가 좁아질 수 있겠지요. 


4. 사무실 밖으로 나가지 마라

잠시 사무실을 떠나는 것이 기분전환이 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디어는 일과 관련된 곳에 있을 때 가장 잘 떠오릅니다. 


5. 바보 같은 말이라도 면박 주지 마라

가장 중요한 원칙입니다.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존중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아이디어 회의의 핵심입니다. 


6. 완벽하게 회의록을 작성하지 마라 

회의록 적는 것에 집중하다 보면 아이디어를 내고 상대방의 의견을 듣는데 소홀해지게 됩니다. 




이번 시간에는 IDEO의 디자인씽킹에 대해 이야기해 봤는데요. 디자인 씽킹 프로세스가 나온 지도 벌써 20년이

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익숙한 개념이 되었고, 어찌 보면 뻔한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 여러 기업에서는 소비자 분석 단계에서 직접적인 관찰과 조사, 인터뷰를 통한 공감(EMPATHIZE)을 하지 않고 외부 리서치 업체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IDEATE 단계에서도 상급자 주도로 아이디어 회의가 이루어지고, 일반 직원들의 의견은 무시되기 일쑤지요. PROTOTYPE을 만들고 TEST 하는 과정에서도 소비자의 반응보다 의사결정권자의 생각에 따라 최종 결과물이 정해지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20~30대 타깃의 제품을 개발하는데 50대 경영진의 결정에 좌우되니 당연히 성공하기 어렵겠지요. 


혁신적이고 시장에서 크게 히트한 제품을 개발한 어느 한 대기업의 팀장이 어느 날 인터뷰를 하게 되었습니다. 기자가 팀장에게 성공요인이 무엇인지 물었지요. 잠시 고민하던 팀장은 다음과 같이 답했습니다. 


"경영진이 바빴어요. 경영진이 바빠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지 못했고, 팀원들이 A-Z까지 모든 결정을 하고 제품을 출시했어요." 


 이상으로 디자인씽킹 두 번째 이야기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디자인 씽킹이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