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포트럭 Oct 15. 2019

가을, 춘천, 그리고 음악

포트럭의 소소한 이야기 : 상상실현페스티벌 편

맑은 하늘과 청량한 공기, 1년 중 가장 좋은 몇 안 되는 완벽한 날씨입니다. 교외로 빠져나가는 차량으로 외곽순환도로는 붐빕니다. 2시간을 달려 춘천에 도착했습니다. 맑고 따뜻하던 하늘에 구름이 끼고 쌀쌀한 바람이 부네요.


상상실현 페스티벌이 열리는 이곳은 춘천 상상마당. 출입 팔찌를 손목에 차고 입장합니다. 의암호가 시원스럽게 펼쳐집니다. "앨리스 인 원더랜드"가 오늘의 콘셉트인가 봅니다.


곳곳에서 이벤트가 열리고, 사람들은 주전부리 손에 들고 여기저기 구경합니다. 마치 플리마켓에 온 듯하네요.

근사한 뷔페에서 접시를 들고 이것저것 담고 음미하듯 페스티벌 이곳저곳을 돌아다녀 봅니다. 생각보다 붐비지 않아 구경하기 좋네요.

공연장은 총 세 곳. 야외 대공연장과 수변 간이 무대, 그리고 건물 안 공연장(사운드홀)입니다. 오후 1시부터 밤 9시까지 3가지 무대에서 다양한 뮤지션들의 음악을 실컷 관람할 수 있습니다.


먼저 수변으로 가 봤습니다. 앞 팀의 공연이 끝나고 다음 팀을 위한 준비가 한창이네요. 호수를 등진 무대가 정말 운치 있군요. 바람이 다소 차가웠지만 계단에 앉아 잠시 무대를 즐겨 봅니다.


이제 사운드홀로 발길을 옮깁니다. 관객이 적어 즐기기에 좋았습니다. R&B 그룹의 멋진 공연입니다. 한국에도 이런 느낌 있는 밴드가 있었군요. 웬만한 해외 밴드 못지않습니다. 그루브가 절로 나옵니다.

실력파 R&B 밴드 "프롬 올투 휴먼"이었습니다.


야외 공연장은 가장 큰 무대입니다. Line-up 도 가장 익숙하네요. 짙은, 페이퍼컷 프로젝트, 카더가든, 그리고 크러쉬와 잔나비입니다.

입장을 하니 카더가든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이번에 처음 들었는데, 실력으로 무장했네요. 우리나라 뮤지션들, 정말 대단합니다. 상향 평준화된 느낌이랄까요.


카더가든에 이어 기다리던 크러쉬의 무대입니다. DJ와 단 둘이서 무대를 꾸밉니다. Fancy Child를 연호하며 화려한 포문을 엽니다. 보컬이면 보컬, 랩이면 랩, 못하는 게 없네요. 아주 트렌디한 음악과 보이스입니다. 다만, 감기에 걸려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아 안타까웠습니다. 명곡 "beautiful"은 감기 걸린 목소리로 소화하기엔 벅찼습니다. 하지만 특유의 재치와 유머를 섞어가며 관중들과 호흡하는 여유가 있습니다.


40분간 무대를 방방 뛰어다니고는 마지막으로 신곡 "나빠"를 끝으로 크러쉬는 퇴장. 마지막 무대는 잔나비입니다. 리허설도 공연처럼 열심히 하더니, 장장 한 시간을 쉬지 않고 온몸을 불살라 버립니다. 락 스피릿이 뭔지 보여주겠다는 듯이요.


대세 밴드인지라 관객들의 호응도 엄청납니다. 밴드의 몸짓 하나하나에 반응하고 코러스와 안무(?)도 따라 하네요. 보컬 최정훈은 마치 교주처럼, 잔나비처럼 무대 위를 뛰고 구르고 소리쳐 댔습니다. 관객을 모두 일으켜 세워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달리는 저 에너지. 정말 대단하네요.

마지막 공연을 끝으로 화려한 폭죽쇼가 펼쳐집니다. 바로 앞에서 폭죽을 보니 감흥이 더 치고 올라옵니다. 사진으로 담으려는데 생각대로 안되네요.

잔나비와 함께 1시간을 달렸더니 공연이 끝나도 여전히 심장이 두근거립니다. 춘천의 밤도 깊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다시 찾은 상상마당은 짧고 강렬했던 전날 밤의 기억을 되살릴 겨를도 없이 철거작업이 한창이었습니다. 화려했던 무대장치도, 의암호 앞에 펼쳐졌던 장터도 눈 깜짝할 새 사라져 버렸더군요.


아쉬움을 달랠 겸, 상상마당의 아트동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의미 있는 전시회가 있더군요.

"PLASTIC LOVE". 편리함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삶 속에 자리 잡은 플라스틱이 결국 우리의 환경을 해치고 있음을 일깨워 주는, 상징적인 설치미술이었습니다.


작가는 밥 딜런의 노래 "Blowing in the wind" 가사인 "the answer my friends is blowing in the wind."를 인용했습니다. 이 문구에 쓰인 알파벳 또한 버려진 내온싸인들에서 주워 만들었다는군요.


 집에 돌아오는 길 마저 아름다웠던 날이었습니다. 조만간, 가을이 가기전에 다시 춘천을 찾을 듯 하네요.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에게 남은 시간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