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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작가 Jan 02. 2023

그냥 닥치고 쓰세요

뭐를 시작해야 피드백도 받고 늘기도 하지

우선 과격한 표현 죄송하다(아니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글을 쓰는 사람이다 보니 글쓰기에 관해 이런저런 질문들을 받는다.

어떻게 써요? 시작은 어찌하죠? 끝맺음은요? 어디에다 쓰는 게 가장 좋나요? 블로그?


질문은 뭐나게 많다. 그렇지만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은 단 하나다.


발행을... 발행을 누르지 못하겠어요!


'그냥 닥치고 쓰세요.'


질문하는 이들처럼 이리 재고 저리 재던 시절이 있었다. 올챙이 어릴 적 시절이다. 지금 봐도 글이라고 차마 봐줄 수 없던 필력이었다. 글에 히바리가 없었으니 필력이라 하기도 그랬다.


그런데 무식한 게 용감하다고 그냥 쓰기는 했다. 그거 하나는 조금 잘했던 거 같다. 쓰다 보니 불만족스럽기 짝이 없었는데, 그러면 오기가 발동해서 더 잘 쓰려고 '노력 또 노오력'하면서 여기까지 오게 되더라(물론 지금도 굉장히 불만족스럽다)


그런데 무식하면 용감했던 시절이라도 있어서 여기까지라도 왔다. 수능 언어영역 90점도 못 받던 국어 고자가 어찌어찌하다가 글 관련 직업을 선택해서 10년째 업계에 몸담고 있으니 이건 모세도 못 이뤘을 기적이 아닐 수 없다.


조... 조금은 진정이 되었어요. 그러나 여전히 발행은


얘기 꺼낸 김에 조금 더 하자면, 글쓰기는 수능 국어 만점 받는 거보다 훨씬 쉽다. 글은 자기표현이요, 고로 글쓰기의 베이스는 바로 자기 자신에 있기 때문이다. 이 말인즉 쓰기라는 행위는 뭐 꼴린 대로 해도 된다는 거다(물론 더 높은 단계의 글쓰기에서는 독자를 최우선에 두어야 하겠지만).


수능 국어 점수를 잘 받는 건 글쓰기와는 달리 중립적이고, 어쩌면 수동적 자세가 필요하다. 해석의 여지가 개입되는 순간 마킹은 정답을 비껴가며 채점지에는 빨간펜이 빗발친다. 돌이켜 보니 해석을 잘하는 성향 탓에 언어 영역을 그렇게도 망쳤나 보다. 공부 잘하는 애들은 자기 해석 없이 그냥 기계처럼 문항에 지문을 대입해 가치중립적 해답을 척척 도출해내곤 했다(이 원리를 그때 알았다면 만점 받았을 듯).


글쓰기는 글과 관련된 모든 행위 중에 가장 자기 주체적이다. 저자가 마음대로 항로를 정하고 길을 터낸다. 나는 그런 짓이 재미있었고 성향과도 더 잘 맞았다. 글을 읽는 행위는 반대의 그것보다는 수동태에 가까웠고, 에고가 강했던 나로서는 요새 자청이 '역행자'에서 그렇게 떠들어대는 자의식이 해체되지 않아 도통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허공에 펜질하는 것 같더라도 일단 하고 봐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면, 뭐를 모르면 물어만 보고 하지 않거나, 쑥스럽다 창피하다 겁난다 등등의 되지도 않은 이유로 글을 브런치나 블로그함에 저장만 해두지 말고 용기 있게 발행해라. 


초심자는 피드백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피드백도 배움이자 공부이자 축복이다. 엉망진창인 글을 통해 역으로 얻을 수 있는 배움의 기회를 초심자는 절대 차버려서는 안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타인은 당신의 글에 그렇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당신만 어딘가 모르게 부끄럽고 쪽팔릴 뿐이다. 아무도 당신 글 따위엔 관심이 없다.


이 글을 읽는 글쓰기 순리자들이여, 평생 완성될 수 없는 글쓰기의 자기 세계의 완결 따윈 기대하지 말고 우선 글을 발행하라! 플리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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