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참 좋은 남편이다(3)
세탁기, 건조기, 청소기, 식기세척기를 아직 다룰 줄 모르는 아내를 보면서 ‘우리 집은 누가 지키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내가 잘하면 됐지!’ 하고 마음을 삭인다. 이번 글을 쓰면서 아내의 사생활을 만천하에 폭로하려고 했으나, 적다 보니 그녀가 참 대단하단 생각이 든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는 사람, 맨땅에 헤딩 전문가! 내 마누라는 그런 사람이다.
한때는 매일 늦게 들어오고, 공동체니, 마을만들기니, 협동조합이니 하면서 나라를 구할 것처럼 애쓰는 게 안쓰럽기도 했다. 가끔 가족은 뒷전인 것 같아 서운하기도 하고 도대체 뭘 위해서 저렇게 잠도 못 자가며 일하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래도 아파트에서 공동체 활동을 하니 덩달아 나도 친구가 생겨서 좋긴 하다. 동네 이웃들과 가끔 만나서 밥 같이 먹고, 술도 한잔할 수 있는 사이. 이웃들과는 딱 그 정도 거리를 유지하면서 지금처럼 잘 지냈으면 한다.
하지만, 아무리 공동체가 좋아도 아내에게 1순위는 나였으면 좋겠다. 그것 말고는 바라는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