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K-Beauty 제품이 뛰어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평균적으로 보면 꽤 괜찮은 제품들이 많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한국의 대표적인 OEM/ODM 제조사인 코스맥스, 한국콜마, 코스메카 3사가 전체 시장의 40% 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처럼 자체 생산시설을 갖춘 대형 브랜드를 제외하면, 시장의 상당수 제품이 결국 이 세 시스템 안에서 생산된다.
그 결과, 제품의 평균적인 품질 수준은 비교적 높다. 동시에 매우 표준화되어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왜 특정 K-Beauty 브랜드에 열광하는가.
나는 그 답이 효능이나 기능에 있다고 보지 않는다. 화장품은 의약품이 아니다. 극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기 어렵다. 더구나 제조 과정 자체가 이미 고도로 표준화되어 있는 만큼, 제형만으로 브랜드 간 본질적인 차이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패키징에도 같은 논리가 적용된다.
카테고리별, 제형별로 보면 매우 유사한 용기들이 반복적으로 사용된다. 현실적으로 화장품 용기 자체를 근본적으로 다르게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많은 브랜드가 차별화를 용기 그 자체가 아니라, 후가공과 장식적 마감에서 찾으려 한다.
같은 케이크에 다른 토핑을 얹는 것과 비슷하다. 겉모습은 달라져도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 결과, 실제 용기보다 장식과 마감에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화장품에서 “내용물보다 용기가 더 비싸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사람들은 모두 브랜딩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브랜딩이란 정확히 무엇일까. 나는 잘 모르겠다.
평균적인 제품들이 담고 있는 이야기도 대개 평균적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제품과 분리된 브랜딩을 좋은 브랜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다.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SK-II 같은 브랜드가 보여주는 축적된 시간과 서사를 가진 K-Beauty 브랜드는,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거의 없다.
나는 결국 핵심이 여기에 있다고 본다.
매년 수천 개의 신제품이 시장에 쏟아진다. 중요한 질문은 어떤 제품이 성공하느냐가 아니다. 진짜 중요한 질문은 어떤 제품이 성공하도록 선택되느냐이다.
그리고 그 선택권을 쥐고 있는 것은 대형 유통사들이다.
인플루언서도 마찬가지다. 그들 역시 유통의 일부다. 수많은 평균적인 제품들 사이에서, 유통은 결국 가장 수익성이 높아 보이는 제품을 고른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제품과 브랜드 자체에 충실한 브랜드들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대형 유통사에 줄 수 있는 마진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처음부터 유통 논리에 맞춰 설계된 브랜드들은 살아남는다. 채널에 맞는 가격, 포지셔닝, 마진 구조를 갖춘 평균적인 제품을 만들고, 한 시즌 판매한 뒤 다시 또 다른 평균적인 제품과 브랜드를 기획한다.
이것이 지나친 우려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지금의 K-Beauty가 오히려 스스로의 장기 성장에 필요한 생태계를 훼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제품이 팔릴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대신, 팔기 쉬운 제품을 위한 시장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시장은 결국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영문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