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취업을 위한 창업.

by 아스파라거스

전에 '스타트업의, 창업을 위한 취업'이란 글을 쓴 적이 있다. https://brunch.co.kr/@yichiwon/19

이번에는 반대의 글이다. 취업을 위한 창업이다. 어느 바닥이나 목적과 수단이 전도되는 현상을 목격할 수 있다. 스타트업 바닥도 별반 다르지 않다.


바닥

우리나라는 초기(3년~5년 까지) 스타트업의 생존을 위한 바닥이 참 좋다.

- 지원금: 정부(중앙/지방), 기관, 민간에 의한 회수와 지분 요구가 없는 지원금.

- 융자: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에 의한 저리 대출.

- 매칭 투자: 민간으로부터 투자 유치시, 정부가 보증하고 지원하는 투자금

- 상금: 정부, 기관, 민간이 주최하는 대회와 그에 따른 상금.

- 그 밖의 다양한 현금성 지원과 교육/네트워킹 등의 비현금성 지원.

- 그리고 재창업 전용 지원제도.


경쟁이 없는 것은 아니나, 초기 스타트업을 창업자의 나이, 성별, 스타트업의 지역, 성숙도, 산업 등으로 다양히 구분해서 정량적이기 보다는 정성적인 측면에 대한 반영을 크게하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구분에 대해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나, 대안이 없다고 보는 입장이다.


복병

우리나라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연령 분포는 다음과 같다. (2023년 창업기업실태조사, 중기부)

20대 이하: 7.1%, 30대:20.5%, 40대:27.4%, 50대: 25.2%, 60대 이상: 19.4%

40대와 50대의 점유율이 52.6%. 이 바닥 주름 잡고 있는 것은 40대와 50대이다. 내게는 상당히 의외의 결과였다.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넘치는 패기로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한 젊은이들이 주를 이룰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통계를 찾아보니, 독일과 프랑스는 20대와 30대가 주를 이룬다.)


뇌피셜

지금부터는 정말 뇌피셜이다. 나 역시 40대이므로, 내 상황과 처지에 빗대어 그려 본 성급한 일반화이다. 대신 짧게 정리하고 넘어가려 한다.

40대와 50대, 취업이 쉬운 나이가 아니다. 있던 직장에서도 나와야 할 나이다. 화전이라도 준비해야 할 (경험이 풍부한)우리 또래에게, 스타트업 바닥은 젖과 꿀이 흐르는 옥토가 아니었을까 싶다.


딜레마

취업 대신 창업을 택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생각은 없다. 나 역시 더 나은 소득, 더 큰 자율성 같은 이유로 창업을 선택했으니 말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창업’이 목적이 아니라, 잘 짜인 지원정책이 목적이 되는 순간이다. 제품과 고객을 향한 의지보다, 3년이나 5년의 제도적 구간을 ‘통과’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버리는 경우 말이다.

그렇다고 이를 제도적으로 가려낼 수 있을까? 쉽지 않다. 밖에서 보는 사람의 판단은 언제나 결과론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실제로 절박하게 시작했지만 중간에 방향을 잃을 수도 있고, 반대로 ‘지원’ 때문에 시작했다가도 운과 실력, 혹은 우연한 기회로 진짜 사업이 될 수도 있다. 시작의 동기만으로 끝을 단정할 수는 없다.

그래서 결국 남는 질문은 이것이다. 제를 위해 젯밥을 짓는 것인지, 젯밥이 좋아 제를 지내는 것인지, 그 속을 누가 알 수 있을까. 그리고 지원기관 입장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의도’일까. 어쩌면 의도보다 중요한 것은, 시간이 지나도 계속 남는 것, 즉 ‘지속의 증거’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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