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Oregon Brewers Festival 28-30 JUL.
포틀랜드를 우리 여행의 첫 목적지로 결정한 것은 오리건 맥주 페스티벌 때문이었다.
정확한 이름은 Oregon Brewers Festival, 올해로 33번째 열리는 나름 역사가 긴 축제인데 지난 2년간 팬데믹으로 인해 축제를 열지 못했다.
발품 팔아 브루어리를 돌아다니지 않고도 다양한 오리건 맥주를 시음해볼 수 있는 점이 끌렸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오래 기다려 온 만큼 축제 분위기를 제대로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페스티벌 공식 사이트에서 미리 티켓을 살 수 있고 현장 구매도 가능하다. 음주 가능한 연령대면 누구든 들어갈 수 있으며 입장권을 별도로 팔진 않는다.
대신 맥주 사 먹는 시스템이 특이했는데 페스티벌 전용 머그잔과 티켓을 사는 방식이다. 브루어리 테이블에서 맥주를 받으려면 축제 전용 Beer Mug($10)가 꼭 필요하다. 여기에 맥주 교환권으로 쓰이는 Drink Ticket 10장($20)까지 총 30달러가 초기 비용이고 맥주를 더 마시려면 티켓만 추가 구매하면 된다.
공식 홈페이지: https://oregonbrewfest.com
페스티벌은 7월 28일부터 30일, 총 3일 동안 열린다. 윌래밋 강변 공원, 모리슨 브릿지와 번사이드 브릿지 사이 잔디밭에서 진행하는데 숙소에서 15번 버스를 타면 바로 갈 수 있었다.
우리는 첫날 12시 오픈 시간에 맞춰 갔다. 한국에서는 보통 주말을 껴서 축제가 열리고 해가 어스름해지는 오후 시간이 돼야 사람들이 많아지는데 웬걸, 여기는 평일 낮시간임에도 이미 입장하는 줄부터 바글바글~맥주티켓 사는 곳도 바글바글~포틀랜드 사람들 일 안하고 여기 다 놀러온 줄 알았다. 대낮부터 맥주 때리러 온 으르신들이 특히 많았다.
티켓 받는 곳에서 Tap list가 쭉 적힌 팜플렛을 주는데 우리는 여기서 취향에 맞는 맥주만 골라먹기로 했다. 라거, 에일, IPA 등등 40종류가 넘기 때문에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는 옵션이 매우 많다. 나는 IPA나 너무 신맛이 강한 맥주는 빼고 향이 특이해보이는 맥주 위주로 시음해봤다.
시음용 티켓 1장은 비어머그의 4oz(약 120ml) 선까지만 따라준다. 티켓 3장을 사용하면 12oz 풀머그로 채워서 따라준다. 너무 적지 않나 싶을 수 있는데 맥주는 좀만 홀짝거리다 보면 금방 배가 불러서 여러 잔을 먹기 힘들다. 혹시나 마음에 안 드는 맥주를 고르면 그런 돈 낭비 위장 낭비도 따로 없다.
시음할 때마다 맘에 든 정도를 팜플렛에 적어놨다.
내가 먹어본 맥주 리스트
1. Hachimitsu Mai Lager
쌀로 만든 일본식 라거라는 점이 특이해서 먹어봤는데 씁쓸하고 드라이한 쌀 향이 났다. 여기서 파는 라거에 강한 탄산감을 기대하면 안 되는 것 같다
2. Horizontal Reflection
보헤미안 필스너, 핫도그랑 앉아서 편하게 먹으려고 유일하게 Full mug로 시켜봤다. 개성 강한 에일과 사이다를 많이 먹어놓은 터라 평범했음
3. Cucumbia River Pilsner
오이맛 맥주가 가능하다고??! 의심의 눈초리로 한 모금 먹자마자 오오!!! 탄성이 나오는 맛이었다. 오이의 시원한 향만 살짝 들어가 개성도 있으면서 청량감이 좋았다. 맛있는 맥주는 많았는데 여기서나 시음해볼 수 있는 스페셜티 때문에 아직도 생각나는 맥주 ㅜㅠ
4. Creamson Eagle
한국에서 먹어본 레드락 맥주랑 비슷한데 무난하니 좋았고 따라주는 언니가 정량보다 더 따라줘서 좋았음
5. Tropic Heat
산미 최강. 나라면 이 정도 과일 산미면 그냥 맥주 한입 과일 한입 먹는 게 더 좋다
6. Lemon Drop
줄이 무지 길었던 인기 맥주인데 나는 별 감흥 없었음. 시판 라들러가 더 맛있을 것 같다
7. Pile Buck Pils
이것도 큰 감흥 없었음=일반적으로 맛있는 맛
적어놓고 보니 취향이 까다로워 보이는데 먹는 동안은 오오 맛있다 맛있다 호들갑 떨 만큼 다들 시원하고 맛있었다. 말로 맛 평가하는데 유독 가혹해지는 이유는 나도 모르겠음$_$
페스티벌 분위기 낮술의 바이브 모든 것이 어우러져 굵고 짧게 즐기다 왔다.
맥주를 꿀떡꿀떡 먹으려면 안주가 필요하다. 안주도 종류별로 팔고 있었다.
갈릭 프라이, 시즈닝 한 견과류, 햄버거 등등 한 4-5개 부스가 있었는데 감튀랑 버거는 앞으로 많이 먹게 될 것 같아서 우리는 소시지 코너로 픽했다.
기본 메뉴가 핫도그 번에 사워크라프트, 소시지 합체한 핫도그라 소시지만 먹고 싶으면 Sausage on the stick이라고 9달러짜리 시키면 된다.
우리는 그걸 모르고 아침에도 먹은 핫도그를 또 먹었지 뭐야 허허
핫도그 비주얼은 대략 이렇다. 사워크라프트 같이 먹으니 안 느끼하고 술술 들어간다
기념품의 나라답게 티셔츠, 후디, 배너 등을 팔고 있다. 과년도 굿즈들도 팔고 있다. 누가 살까 싶지만..
상콤한 디자인이 있으면 짐을 두배 압축해서라도 살까 했는데 적당한 게 없어 패스했다.
파란 하늘에 적당한 구름과 푸릇푸릇 잔디밭
잔디밭에서 맥주 마시기 더할 나위 없었던 날씨
축제 첫날 오픈 시간이었지만 축제 분위기를 즐기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3일이란 축제 기간을 온전히 즐겨보고도 싶었으나 갈 길이 먼 유랑자들은 살짝 알딸딸해진 상태로 플라스틱 맥주잔 두 개를 전리품으로 챙겨 축제 현장을 떠났다.
그때 그 오이맛 맥주는 언젠가는 다시 먹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