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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엽 Jul 02. 2017

업무와 글쓰기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업무 간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렇기 때문에 잡 인터뷰 시 지원자 본인 작성의 글을 확인하기도 하고, 정기적으로 외부 강사를 초청하여 팀원 대상으로 글쓰기 세션까지 시행하고 있다. 업무와 글쓰기를 강하게 연결하는 데에는 몇 가지 개인적인 소견이 있다.

문장 하나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데 기본적인 업무 소양을 기대하기 어렵고, 

문단 혹은 문장 간 연결성이 떨어지는데 논리적으로 사고할 것이라 보기 어렵고,

글을 관통하는 주제가 없는데 업무를 일관성/방향성에 있게 추진할 것 같지 않다. 

  이렇게 글을 통해서 작성자의 업무와 관련한 여러 부분을 판별해볼 수 있다고 보며, (길지 않은 경력이지만) 이러한 내 지론을 실제로 입증해준 케이스도 다수 존재한다. 평가를 해볼 기회가 있었을 뿐, 내 글쓰기 실력 역시 갈 길이 아주 멀기 때문에 본 포스팅이 단순히 나의 생각과 고민의 결과를 공유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이에 관한 많은 분의 피드백을 통해 진일보 되길 바라는 바이다.




1. 특정인의 글을 많이 '접'하자.

  필사가 많은 도움이 된다는 조언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본 포스팅의 목적이 작가가 되기 위한 글쓰기도 아니고, (그런 주제는 내가 다룰 수도 없지만) 기본적으로 필사의 효과에 관해 회의적인 입장이다. 필사보다는 정독이 더 효과적이라 생각한다. 

  정독의 대상으로는 '흥미 유발자'의 글을 많이 접해보는 것을 제안한다. 특정 글에 대한 사람들의 호불호는 보통  a.흥미로운 주제이든가 혹은 b.흥미로운 작성인(혹은 언론)의 글이라는 점을 그 판단 요소로 해서 나뉜다. 나는 그중에서 b.의 요소를 가지고 글을 접할 것을 추천하고 싶다. 왜냐하면 주제 위주로 글을 읽을 시(a.), 각 작성자마다 (그 분야에 관한 소양과 별개로) 문장 구조 등의 작문 수준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a.요소보다는 글을 흥미롭게 쓰는 사람을 따라가는 것(b.)이 어떤 주제를 다루든지 수준 차이가 크지 않아 (적어도 글쓰기에는) 훨씬 도움이 된다. 그러면 오히려 일정 수준 이상의 글쓰기 능력을 갖춘 사람이 주제의 특성마다/해당 주제별 본인의 소양 수준에 따라 어떻게 글을 작성하는지 확인할 수 있어 더욱 좋다. 


2. 글로벌 회사의 자료를 참고하자.

  업무상 특수 목적을 가진 문서를 작성해야 할 때, 이를테면, 무언가를 리뷰해야 하거나 비전을 공유할 때 글로벌 회사의 문서를 참고하면 도움이 된다. 이때 문서라 함은 annual report부터 비전 선언문, 서비스 책자, 팀/멤버 소개, 내부 협업 문서까지 모든 종류의 글을 통칭한다. 개인적으로는 google, apple, walmart(정확하게는 @WalmartLabs), Soft Bank, Dentsu  등의 회사 웹사이트 내 관련 페이지들은 즐겨찾기 해놓고 정기적으로 보는 편이다. 국내 회사로는 네이버, 다음카카오 정도? 이번 기회에 생각해보니 정작 국내 전통의 대기업들은 어쩐지 fresh함이란 기대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선입견 때문에 찾아본 적이 없다.

  아무튼 위에서 언급한 업체들의 문서는 구성은 물론이거니와 심미적인 부분에서도 수준이 높을뿐더러 찾기 용이하다는 장점까지 있다.

상단: Dentsu의 쓸고퀄 annual report커버 (2014-2016)

하단: (좌)볼 때마다 심장 뛰는 소뱅의 Next 30-Year Vision (우)소뱅2016 annual report


3. 목적 전달이 유일한 목적이다.

  업무상 작성되는 글은 작성 목적이 명료하게 드러나 있어야 하며, 그게 유일한 목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학, 에세이 등의 다른 형식의 글들과 가장 차별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작성에 앞서 본인의 생각/의견/주장이 명료하게 갖춰 놓아야 한다. 그런 상태에서 작성하면, 전달을 위한 최적의 논리도 쉽게 만들어진다. 흔한 팁이지만, 단어 수준으로 글에 담고자 하는 내용의 키워드를 나열하고 > 키워드를 카테고라이징하고 > 문장화한 다음 > 문장 간의 관계성을 부여하면서 > 편집 및 퇴고의 순서로 진행하다 보면 보다 수월하게 글을 작성해나갈 수 있다. 

 수신인으로서 글에 장황한 상황 설명이 있지만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모르겠거나, 발신인으로서 의도한 바와 다른 내용의 회신이 오는 등 우리는 목적이 모호한 글로 인한 비효율을 생각보다 자주 접한다. 목적이 모호한 경우에는 아무래도 작성 과정에서 처음 의도가 쉬이 변질되곤 한다.


4. 문서/텍스트의 특성을 고려하자.

  억양, 몸짓, 표정 등의 보조 장치가 있는 대면 상황과 다르게 문서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은 문장으로만 내 의도를 전달해야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모티를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정제된 언어로 명료한 메시지를 담아낼 수 있다면, 1시간 짜리 스피치보다 10분을 투자해서 쓴 몇 문장의 글이 더 강력할 수 있다. 글은 (억양, 표정, 몸짓 등이 복합적으로 채워져 있는 다른 채널에 비해) 글자라는 한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져 독자의 해석이 개입할 여지가 많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이를 다른 식으로 표현한다면, 글은 기본적으로 그 해석에 있어서 작성한 사람보다는 읽는 사람에 의해 더 많이 좌지우지 된다는 의미다. 읽는 당시의 기분, 상황, 공간적인 분위기 등이 개입할 공간이 많은 방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업무상의 글은 그 메시지가 더욱 명료해야 한다.


5. 퇴고는 필수.

  (특히 글쓰기에 익숙하지 않은 단계일수록) 퇴고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할 수밖에 없다. 일정 수준에 오른 분들은 간단한 퇴고만으로 글이 마무리 되지만, 그 역시 초기의 수많은 퇴고가 그 자양분이 되어주었을 것이라 감히 추정 해본다. 

  퇴고는 '신뢰성을 높이는 간결화 작업'이라 생각한다. 읽는 이로부터 신뢰를 확보한 가운데 글이 더욱 목적성을 갖기 위해 이루어지는 일련의 작업이라 생각한다. 표준어 규정과 오자/탈자 확인, 논리나 레퍼런스의 유효성 체크, 불필요한 부분 삭제 등등. 맞춤법 틀리는 것만큼 상대방에 온갖 의구심을 들게 하는 실수가 없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몇 가지 링크와 팁을 공유한다.

ㄱ. 맞춤법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 링크: 말이 많았던 분야라 우선 원조격인 부산대 검사툴 링크를 공유한다. 허나 검색해보면 이외에도 많으니 충분히 사용해보고, 본인에게 더 맞는 UI를 선택하면 된다.

우리말365: 간편하게는 국립국어원에서 운영하는 우리말365라는 카톡 플러스 친구를 추가하여 문의할 수도 있다. 대화창 개방 시간은 09:00-11:00, 13:00-17:00로 운영되고 있다.

ㄴ. 영작 

기본적으로 영문 비즈니스 메일 작성이 많은 업무라면, 이미 정형화된 표현들이 있을 것이다. 해당 방식으로 양측이 협업하던 중에는 (굳이 불필요한 오독의 여지를 두지 말고) 그 틀을 따르는 편이 제일 좋다.

그 외의 상황에서 몇 가지 후보 표현들 중의 하나를 고를 때에는 그 중에 구글링 결괏값이 압도적으로 많은 표현을 쓰면 된다.

ㄷ. 검색(구글링)

"입력값": 앞 뒤로 큰따옴표를 붙이면 해당 입력값이 무조건 포함된 검색 결과들을 보여줌 

~입력값: 앞에 ~을 붙여 검색하면,해당 입력값과 관련된 의미의 검색 결과들을 보여줌

입력값 * 입력값: 입력값 중에 일부 단어가 정확하게 생각나지 않고 모호할 때 그 단어 대신 *를 붙여 검색하면, 빈 칸을 채워 검색 결과들을 보여줌

그 밖에 고급 검색을 활용하면 보다 상세한 검색 설정이 가능함


6. 그 외 소소한 의견으로는,

- 각 문장의 뎁스를 맞추면, 읽는 이로 하여금 내용을 구조적으로 층위를 두어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 문장 길이는 되도록 간결하게 작성하되, (어쩔 수 없는) 긴 문장도 리드미컬하게 읽힐 수 있도록 한다.

- 반복되는 텍스트나 내용의 경우, 표나 그래프로 시각화하여 표시하면 전달력이 훨씬 높아진다.

- 주제와 명확하게 일치하지는 않지만 이해에 도움이 되는 것들은 appendix로 마지막에 위치시킨다.


아주 부족하지만, 서로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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