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bury는 영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이란 수식어가 마침표처럼 따라다니는 곳이다. 영국여권 안쪽에 마을 코티지(알링턴 로우)가 묘사되기도 했던, 국가적으로 주목할 만한 건축물 보호구역이다. 아직 현대화 초입에도 들어서지 않는듯, 굳이그러려고 애쓰지도않는 소박한 시골 마을인 이곳은 규모가 작아 한나절 코스로 여행하며 휴식을 취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코츠월드 여행 중 필수코스로 끼워 넣어야 할 곳,안 들르면 정말 후회막금 할 곳이다. 영국의 수많은 예술가들과 알만한 미디어에서앞다퉈 바이버리를 추켜세운다. 폭스 뉴스는 '바이버리가 세계에서 가장 그림 같은 마을 중 하나'라고 말한다.
⇾ Bibury는 비버리로 읽히지만, 이곳 사람들은 '바이버리'라 부른다.
한글 표기는 바이버리로 표기.
✾ 코츠월드 속 많은 마을들 중 바이버리가 가장 사람들이 붐비는 곳이라 들은 터라 예상은 했지만, 도착해 보니 마을 앞 주차장은 물론 골목골목이 차들로 꽉 차있다. 주차할 곳을 찾아 마을을 두어 바퀴 돌다 다시 강가로 나오니 마침 차 한 대가 빠져나간다. 감사하게 주차를 하고 바로 강가를 시작으로 마을 탐방에 나섰다.
마을은 템즈강 지류인 콜론강 줄기가 마을 중앙을 가로지르며,마을을 두 지역으로 나누어 놓았다. 예전엔 강가 주차장(스완호텔 방향)이 있는 곳은 바이버리로, 건너편은 알링턴으로 불렀는데 지금은 통합해 바이버리로 불린다.
강가 담벼락에 기대어 강물을 내려다보니 물풀들이 강물의 흐름에 따라 덩실 거리며 춤을 추는 듯하다. 한참을 그렇게 내려다보고 있자니, 내 기억 저장고 저편 낡아가는회로 속에서 유난히 선명하게 남아있는 유년 시절 추억 한 장면이 강물 위로 펼쳐진다.
고향마을 앞신작로 너머에 이보다 폭이 좁은 시냇물은 마을 앞을지나며 주변 논에 물을 나누어 주기도 하고, 동네 아이들에게 놀이공간을 제공해 줬던 곳이다. 물풀들이 넘실대던 그곳에는 물벌레들과 작은 물고기들이 넘쳐났고, 소년・소녀들도 넘치던 곳이었다. 시냇물은 사계절 아이들에게는 최고의 놀이터였다. 특히 여름엔 아이들의 세상이었다. 첨벙첨벙 뛰어들어 멱도감고 남자아이들은 물방개, 물무당, 잠자리 잡기에, 소녀들은 물속 크고 작은 돌무덤 위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다슬기를 잡느라 정신이 없다. 반질반질 미끄러운 돌에 발을 헛디딘 한 소녀가 물속에서 철퍼덕 미끄러진다. 소녀들이 우르르 모여들어 손을 내미는 순간 그들도 도미노처럼 와르르 물속으로 미끄러지며,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까르르 웃음소리가 넘치던 그 시냇가, 그곳이랑 어쩜 이렇게 닮았을까?
지금은 그 아름다운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개울은복개되어 그위로우후죽순 아파트 천지가 되어있는 그리운 내 고향..., 꿈엔들 잊힐까?
✾ 오늘 여행은 아래 지도의 'you are here'가 시작점이 아니다. 강줄기를 따라 곧게 뻗은 길을 따라 올라가다 스완호텔 앞다리를 건너 마을의 주요 장소를 탐방할 예정이다.
✾ 강가를 산책하면 스완호텔 앞 송어농장에서 흘러나온 무지개 송어와 토종 밤색 송어가 노니는 걸 구경할 수 있다 해 살피는데 한순간 두 마리가 물결처럼 유연하게 나타나더니 눈 깜짝할 사이 바위옆 물풀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 강가를 걷다 길 너머 아름다운 꽃무리에 매혹되어 건너 코티지에 눈이 간다. 그림엽서 속에서나 나올 것 같은 아름다운 코티지들이 가든 안쪽에 숨은 듯 조용히 앉아있다.
✾ 조용하기만 했던 마을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사람들로 몸살을 앓고 있는 듯하다. 이 아름다운 코티지엔 주민들이 살고 있기에 최대한 그들의 삶을 존중하며 관광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는 사람들이 더러 있나 보다. 지극히 개인적 공간인 사유지 담장을 넘어 거리낌 없이 사진을 찍어대고, 남의 집 대문 앞에 주차를 해놓고 서너 시간 이상을 집 앞을 가로막고 있으니 조용하게만 살아오던 주민들에겐 큰 고통이었으리라. 이런저런 갈등으로 관광객과 주민들의 마찰이 빈번히 발생해 최근에도 지역 신문은 물론 TV에서까지 이 문제를 다루는 등 큰 홍역을 치른 모양이다. 어느 코티지 대문에는 한글과 중국어로 '제발 담을 넘어 들어와 사진을 찍지 말라는 부탁글을 붙여뒀다. 미안한 마음과 창피한 마음에 그 집 앞을 황급히 지나쳤다.
✾ 호텔 앞으로 난 다리를 건너면 다리 위쪽에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송어 농장이 있다. 1965년부터 관광객을 맞이한 이 농장은 무지개 송어와 갈색 송어를 번식시키고, 키워 낚시터에 다시 방류하는 방식으로 송어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송어 요리를 좋아한다면 송어 농장에 들러 송어잡이 체험도 해보고, 자신이 잡은 송어로 맛있는 한 끼 식사를 하며 잠깐의 여독을 풀 수 있는 공간제공은 물론 체험할게 많은 곳이란다. 우리는 아버지의 발길을 따라 걸어야 했기에 송어농장은 건너뛰어야 했다.
코츠월드 송어농장
✾ The Swan Hotel
비버리 마을 중심에 있는 이 아름다운 호텔은 담쟁이덩굴과 장미로 뒤엉켜진 전형적인 코츠월드 호텔이다. 사진상 그렇게 커 보이진 않지만 침실도 많다. 펍과 레스토랑은 관광객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들의 사랑방 같은 곳이란다.
✾ 다리 건너 RACK ISLE로 가는 길, 수로에서 만난 거대한 식물이 지구상의 식물이 아닌 듯 유난히 도드라져 보인다.
✾ Arlington Mill은 원래는 옥수수(가루) 공장으로 사용되다가, 알링턴 로우에서 생산된 양모천을 탈지하던 곳으로 사용했던 곳이다. 그 후 이 건물은 시대별 의류를 소장한 Arlongton Mill 박물관으로 사용되다 현재는 찻집과 여행자에게 몇 개의 방을 내주는 작은 여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 Rack isle, 푸른 풀들로 가득한 이곳 늪지대는 수생식물과 동물들이 가득하다.
넓은 늪지를 한 바퀴 돌 수 있게 빙 둘러 만들어진 긴 산책로를 따라 스완호텔, 송어양식장, 알링턴 밀, 알링턴 로우 등 마을의 역사적인 건축물들이 순서대로 나타나니 그때그때 그곳을 탐방하다 다시 이 둘레길로 들어오면 된다. 한때 이곳은 알링턴 로우의 수도사들이 양털을 씻어 말리는 장소로 사용되었다. 현재는 주민과 탐방객들에게 다채로운 야생화와 수생식물, 늪지대에 서식하는 각종 동물과 특히 물새 떼가 무리 지어 날아오르는 모습을 수시로 감상케 해주는 마을의 산소탱크 같은 곳이다.
✾ Arlington Row , 이곳 코티지는 영국에서 가장 사진이 많이 찍힌 코티지로 유명하다. 영국여권에 묘사될 정도로 영국인들에게는 상징적인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1380년 인근 수도원 양모 보관 장소로 지어졌지만, 17세기에 직공들의 코티지로 바뀌었다. 이곳에서 생산된 천은 Rack isle 건너편에 있는 알링턴 밀로 보내졌다. 그런 다음 알링턴 밀에서 탈지 한 후 Rack isle의 나무 목재 프레임에 천을 말렸단다. 오늘날 코티지들은 개인 세입자들에게 임대되고 있으며, 별장 중 한 곳은 여행객이 휴가용 임대 주택으로 사용할 수 있게 운영하고 있다.
⇾ 오늘의 하이라이트 "알링턴 로우" 코티지다.
영국에서 가장 아름답다 알려진 이곳에 대한 설명은 관두고,사진으로 모든 설명을 대신하련다
✾ 알링턴 로우에는 미국 포드 자동차 창립자 헨리 포드의 유명한 일화가 있다.
헨리 포드는 일링턴 로우에 반해 이곳 전체를 사서 이 석회암돌을 하나하나 해체해 미국으로 가져가려 했더란다. 다행히도 영국은 그에게 이곳을 팔지 않았고, 이 아름다운 코티지는 세월이 흐를수록 더 고혹적인 자태로 변모해 마을을 지키고 있다.
오랜 세월 동안 세상의 유혹을 견뎌낸 바이버리는 아직도 과거 속에 묻혀있으려 부단히 노력하는 중이고, 이곳을 찾는 현대인들로 몸살을 앓고, 그들이 낸 자잘한 생채기를 견뎌내면서도 세상에게 인간에게 행복감과 풍요로움을 안겨주며, 세파에 찌들어 어수선하고 시끄러운 마음을 다독여 주는 그런 치유의 숲 같은 마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