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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이 Dec 09. 2024

Sudeley Castle & Gardens

⇲  Sudeley Castle, 윈치콤에서 자동차로 5분 남짓한 거리, 코츠월드 언덕에 위치한 수들리 성은 한때 영국 왕궁이었으며, 영국 역사 중 가장 드라마틱한 역사가 응집돼 있는 성이다. 또 이곳은 영국에서 유일한 개인 소유 성이기도 하지만, 영국왕 에드워드 4세, 리처드 3세, 헨리 8세, 앤 블린, 레이디 제인 그래이, 캐서린 파, 엘리자베스 1세, 찰스 1세를 포함한 영국 역사에서 가장 유명했던 군주들을 고스란히 지켜본 성이며, 헨리 8세의 마지막 아내였던 캐서린 파 여왕은 이곳에서 살다 왕실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개인 사유지에 묻힌 곳이다. 

1642년 내전 중 군사기지로 사용되었고, 전쟁으로 성은 파괴된 채 200년 동안 방치되어 있었다. 폐허인 이곳을 1837년 영국의 장갑 제작자 존 텐트와 월림엄 텐트 형제가 매입하여 수년동안 성을 복원하여 현재의 모습으로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 Sudeley Castle, 황폐했던 시절 현재 모습

현재 Sudeley  Castle & Garden는 엘리자베스, 레이디 애쉬콤브,  텐트-브로클 허스트 가문의 집으로 그들의 대가족이 모여 살고 있다. 이 가족들은 여전히 성의 복원과 정원의 재생에 헌신하고 있다.


⇲ 주차장 바로 앞, 방문자 센터에서 입장권을 구입해 실내와 연결된 통로를 빠져나가면 짙푸른 숲이 찬란하게 펼쳐지고 숲사이에 성으로 향한 작은 오솔길이 나있다. 싱그러운 숲길을 따라 우리는 호기심 가득 안고 성으로 향했다. 이 넓은 곳을 안내도의 순서를 따라가 볼까 싶었지만 우리의 여행 계획이 그렇듯 마음 가는 대로, 아니 호기심이 남다르신 아버지의 발걸음을 따라 탐방에 나선다.

↓ 방문자센터를 빠져나오면 바로 숲이 펼쳐진다. 숲길을 통해 몇 발짝 걸어 나가면 옛 헛간이 나온다. 이곳이 파란만장한 천년의 역사가 깃들어 있는 성 탐방의 시작점이다.

↓ 빈 벽만 남아있는 성의 헛간(십일조 헛간=옛날 왕이나 영주들이 십일 조세로 곡식이나 물건을 받아 저장해 둔 헛간), 폐허나 름없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다. 성에 있는 10개의 정원중 한 곳 '헛간정원'과 '잉어연못'이 있다. 옛 헛간을 정원으로 재 설계한 것이다.

⇲ 영국 역사상 수들리 성만큼 수은 전쟁, 로맨스, 왕족의 모습을 지켜본 성은 없을 것이다. 그러기에 이곳에는 역사적 유물이 차고 넘친다. 그들이 남기고 간 파란만장한 이야깃거리가 성 내∙외부 곳곳에 숨어있다. 전쟁의 상흔으로 포탄자국을 훈장처럼 두르고 있는 성벽과 숨 막힐 듯 아름다운 넓은 구릉지대속 코츠월드와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엘리자베스 1세 여왕

 ⇲ 폐허로 남아있는 연회장,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은 통치 기간 동안 이 성을 세 번을 방문한다. 그중 가장 유명한 일화는 1592년으로 성의 주인 찬도스 남작(궁정의 신하)인 지일스 브리지스가 여왕을 위해 3일 동안 파티를 열었다. 스페인 무적함대 격파 축하파티를 개최한 그는 여왕의 방문을 준비하면서 성의 조경과 여왕이 머물 침실 등을 공사하고,  연회, 연극과 무도회와 호화스러운 선물은 물론 자신의 딸 엘리자베스 브리지스를 다프네(그리스신화 아폴론의 사랑을 받았지만 이를 거절해 월계수로 변한 인물) 꾸며 여왕에게 선물했다. 아마도 스페인 무적함대 격퇴에 대한 승리의 월계관을 상징적으로 딸을 월계관으로 꾸며 여왕에게 바치지 않았을까?(뇌피셜)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이 다 그러진 않지만, 이런 이야기를 접하다 보면 그 권력이란 게 뭔지 싶다. 아무튼 이 행사로 브리지스 가문은 거의 파산 직전이었다 한다.


캐서린 파 여왕, 무척 아름답다.

⇲ St.Mary's 교회, 역사 속 여왕중 가장 강렬하게 등장하는 '천일의 앤'이라 불렸던 '앤 볼린'에 가려진 헨리 8세 마지막(여섯 번째) 부인 '케서린 파'여왕토마스 시모어 이야기도 사뭇 흥미롭다. 헨리 8세의 죽음과 의붓아들 에드워드 6세의 대관식 이후 캐서린 파는 궁정에서 은퇴하고 첼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간다.  과부가 된 케서린은 옛 연인이자 새 왕의 삼촌인 토마스 시모어(전남편 헨리 8세의 세 번째 부인 제인 시모어의 남동생)와 헨리 8세가 죽은 지 6개월 만에 비밀리에 결혼한다.

1548년 토마스 시모어의 아이를 임신한 캐서린은 남편과 수행원들을 거느리고 이곳으로 이사한다. 그녀가 이사하기 토마스 모어는 여왕에게 알맞은 성으로 만들기 위해 엄청남 돈을 투자해 성을 아름답게 꾸미지만, 그들의 결혼 생활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캐서린 파가 1548년 9월 딸 메리 시모어를 출산하고, 5일 후 산욕열(위생 상태가 좋지 않던 당시에 흔한 산모의 사망원인)로 사망한 것이다. 그녀는 이곳에 묻힌다. 영국 역사상 유일하게 왕족이 개인 소유의 성의 땅에 묻힌 여왕이었고, 영국 최초 개신교 장례식이었다. 그 후 200년의 세월 동안 그녀의 무덤은 나날이 훼손되면서 매장 장소가 사라져 버린다. 세월이 흘러 1782년 이곳 땅을 파던 농부가 "여기 헨리 8세의 아내인 캐서린 여왕과 수들리의 토마스 군주 아내가 잠들다."는 관을 발견한다.  유해는 근처에 잠시 안치하다 1863년 예배당 복원 후 여왕의 유해는 교회에 안치했다.


✾ 캐서린 파 여왕이 안치되어 있는 St.Mary's 교회


⇲ 성 내부는 가이드를 대동하는 투어로 사전예약이 필수다.  Sudeley 성은 현재 성의 주인이 거주하면서 코티지와 호텔로 사용하고 있는 지극히 상업적인 곳이다. 개방된 부지와 전시실을 예약 없이 입장료만 끊고 탐방할 수 있지만, 이를 제외한 성 내부 투어는 사전예약제로 이루어진다. 우리는 계획 없이 이곳에 들어왔기에 성내부 투어는 할 수 없었다  그래도 성 내부에 대한 간간한 설명을 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 Sudeley성 홈페이지에 들어가 몇 가지 역사적인 예술품 몇 점만 소개하고자 한다.


✾ 성의 서쪽홀 넓은 계단은 16세기와 17세기의 네덜란드 유리로 만든 아름다운 패널

아름다운 목재 계단 끝에는 튜터 왕조  왕실 가족을 그린 유명한 초상화가 걸려있다.  - 폴랑드르 예술가 루카스 드 헤레의 작품-

✾ 찬도스 침실, 이곳은 남북전생 당시 수들리를 소유했던 가문의 이름을 딴 침실이다. 방 중앙에 거대한 캐노피 침대가 놓여있다. 찰스 1세가 잤던 침대란다. 이 웅장한 침대는 지역 농가에서 발견되어 성주였던 덴트가 복원했다.

✾ 메이저의 탈의실, 두 차례의 세계 대전 사이에 잭 덴트-브로클허스트 소령은 매일 저녁 식사 때 하인의 도움을 받아 이곳에서 타이를 메거나 옷을 입었다. 당시 관습(?)에 따라 소령은 탈의실을 침실로 사용했고, 그의 아내 메리는 옆의 훨씬 큰 찬도스 침실에서 잤다고 한다.

✾ 헨리 8세와 그의 6명의 아내를 축소 제작한 모형 

✾ 캐서린 파의 기도서, 헨리 8세의 여섯 번째 부인 캐서린 파가 수들리 성에 살면서 항상 손에 들고 다녔다는 개신교 기도서다.

✾ 17세기에 만들어진 장식용 벽걸이, 양모・실크・ 금속 실로 짜여 있으며, 과일, 꽃, 동물로 가득 차 있다. 작품 속에는 아담과 이브가 낙원에서 추방되는 모습이 묘사돼 있다.

✾ 보수계, 삼성 갤럭시∙ 아이폰의 대선배, 빅토리아시대의 걸음 수를 세는 수계기

↓ 그 밖의 소장품들, 극적인 여왕의 연애편지,  영국 내전 중 사용한 맥주 주전자,

'Bohun Book of Hours' 헨리 8세를 위해 제본된 보훈 시간의 책

   다양한 날짜의 여러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는 전 세계에 단 6권만 있다는 화려하게

   장식된 일련의 신앙 서적이다.  -

이밖에 이곳에 전시된 수많은 전시 품목은 들리의 빅토리아 시대 여주인이자 자선가이며 수집가였던 에마 덴트가 전 세계에서 수집한 것들이다. 이곳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 중 하나가 덴트 장갑 박물관에서 대여한 아름다운 장갑 컬렉션이다. 그 외 에이브레햄 링컨, 찰스 다윈, 찰스 디킨스, 앨프 프레드 등의 사인이 포함된 다양한 사인 컬렉션도 있다.


⇲  Sudeley Garden, Castle과 연장선으로 설계된 이곳은 영국의 유명한 가든 디자이너들이 디자인에 참여했단다. 푸르름으로 빛나는 광활한 숲 속, 여행객의 눈을 순간순간 멀게 하는 아름다운 정원을 거닐어 볼 시간이다. 수들리에는 각각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10개의 정원이 있다. 퀸즈가든, 매듭정원, 비밀의 정원, 화이트 가든, 튜터 물리 정원 등등 꼭 이름 따라다니지 않아도 성이 차지하고 있는 부지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정원으로 다가오니 두말할 것 없이 Sudeley Castle 자체가 하나의 정원이다.


­­✾ 퀸스가든은 거대한 Sudeley(12,000 에이커(1,469,000평의))중심에 있다. 한때 이곳을 산책했었던 엔 볼린, 캐서린 파, 레이디 제인 그레이, 엘리자베스 1세 등 영국의 여왕 4명을 기리며  명명된 퀸스가든, 튜터시대엔 허브와 야채를 심은 가든이었고, 그동안 재설계를 반복하다 현재는 아름다운 연못을 중심으로 영국 토종 장미 80여 종 이상이 정원 가득 심어져 있다. 여름 막마지에 와서 그런지 화려한 장미는 많지 않았지만, 아직도 꽃잎을 잃지 않고 향기를 품고 있는 장미들이 더러 남아있어 다행이었다. 장미의 계절에 꼭 다시 와봐야 할 것 같다.

Knot Garden(매듭정원), 복잡한 기하학적 패턴아래 형형색색의 자갈이 깔려있다. 이 디자인은 실내에 있는 투터 왕가의 가족 초상화 'The Allegory of the Tudor Successuon"속 엘리자베스 1세의 드레스 패턴에서 영감을 받아 조성된 가든이다. 나는 이곳을 들어서기 직전 마주친 청포도 덩굴이 더 인상적이었다. 그 아래서 한참 동안 멍하니 서있었다. 아직 영글지 않는 포도송이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 거야? 보기만 해도 상큼한 과즙이 입안으로 스며드는 느낌이다.

-여행은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청포도 나무 두 구루와 거대한 토분을 사다 가든에 심어뒀다. 몇 년 후, 우리 집 뒷가든에서도 이곳의 정취를 느낄 수 있겠지..., 꿈이 야무지다.

✾ Secret Carden, 수들리 성에서 가장 낭만적인 곳, 이곳은 촘촘한 주목 울타리 속에 꼭꼭 숨겨져 있다. 울타리 안 한쪽 벽은 예쁜 돌담이다. 현재 성의 안주인 엘리자베스 애쉬콤 여사가 이곳에서  애쉬콤 경과 결혼했었고, 자신의 아들 결혼을 이곳에서 치르기 위해 재 설계해 수들리 성에서 가장 다채로운 색감이 도입되어 현대적인 느낌이 조금 나는 곳이다. 사계절 내내 다채로운 색감의 꽃들이 화려하게 피어나는 곳, 특히 봄에는 형형색색의 튤립이 무척 아름답단다. 우리의 방문시기가 여름의 끝자락이었던지라 평범한 주변 정원과 비슷해 보였지만, 어쨌든 화려하기로는 이곳에서 탑이라니..., 그래서 정원 홈페이지를 뒤져봤다.

사진 출처 :  Sudele Castle 홈페이지

✾ 폐허정원, 영국 내전 중 파괴된 15세기 연회장의 웅장한 유적은 장미의 계절에 오면 더 극적일 거 같다. 폐허를 장미와 담쟁이덩굴 정원으로 재설계했다. 전쟁의 폐해를 기억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 모습 그대로 유지하고 있단다.

사진출처 : Sudeley Castle 홈페이지


✾ White Garden, 이 정원은 캐서린 파가 묻혀있는 세인트 메리 교회를 둘러싸고 있으며 성모 마리아께 헌정된 교회는 순수함을 상징하기 위해 이곳의 모든 꽃을 흰색으로 배치했다.

- 성모마리아 교회문을 나서면 화이트 가든이다.

사진출처 : Sudeley Castle 홈페이지


↓ 멜버리 가든, 이 조용한 정원은 일 년 내내 피는 야생화와 넓은 초원이 코츠월드 드넓은 평원과  의도적으로 이어논 듯 연결돼 있다. 가든 중심에는 19세기에 Sudeley 전 안주인이었던 엠마 덴트가 심은 오래된 뽕나무가 있다. 엠마는 실크 제조업체의 딸이었고, 뽕나무 잎이 누에의 식량이었기에 그녀에게 뽕나무는 특별한 의미가 있었던 거 같다.

나는 이곳이 가장 좋았다. 드넓은 정원에 두서없이 핀듯하지만, 나름 질서있는  야생화꽃 위를 귀여운 범불비들이 윙윙거리며 날아다니던 모습과 라벤더 향가가 잊히질 않는다.

✾ 가든 곳곳에  숨겨놓은 보석들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 가든 탐방을 마치고 나오니 St. Mary's 예배당에서 결혼식을 마친 하객들이 나오고 있다. 신랑 신부는 사진 활영을 위해 시크릿 가든으로 들어간다. Sudeley Castle은 부지 내 결혼 당사자가 원하는 곳(낭만적이거나 역사적 장소 이거나)이라면 어디든 결혼식 장소로 제공한다. 사유지인지라 당연히 상업적 계산이 따르지만,  교회든 비밀정원이든 장미꽃 만발한 퀸스가든에서든.., 상상만으로아름다운 그림이 그려진다.


✾ Sudeley Castle 가는 방법

- 자동차 : 구글맵에서 Sudeley Castle & Gardens 찍으면 친절하게 안내해 줌.

- 기   차 : 런던에서 기차를 타고 수들리 성에서 가장 가까운 기차역인 첼트넘 스파에서 내려, GWSR 기차역에서 윈치콤브 타운을 거쳐 성까지 운행되는 윈치콤브 역 셔틀버스가 있다. 기차가 운영될 때 운행하는 버스다.


< 다른 곳보다 유난히 Sudeley Castle는 소개하고 싶은 게 많은 곳입니다.

   그만큼 아름다운 곳이랍니다.

   이곳은 봄이나 여름도 좋지만, 가을도 숲이 울창해 무척 낭만적으로 변한답니다.

   영국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코츠월드 속 수들리는 꼭 포함시켜 보세요.>


** 사진출처 : 수들리 성 내부사진  Sudeley Castle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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